(기자의 눈)통계청의 불성실
2008-11-21 19:10:46 2011-06-15 18:56:52
[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통계는 우리 경제나 사회의 현실을 정확히 알려주는 기능을 한다. 정부나 기업, 개인은 경제상황, 실업률, 물가 통계 등을 보고 의사결정을 한다. 만약 통계가 없다든지 통계가 엉터리라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가 없다."
 
지난 9월 김대기 통계청장은 토마토TV와의 인터뷰에서 통계의 역할을 이같이 설명했다. 각종 통계를 보고 기업과 개인이 의사결정을 한다는 말이 귀에 쏙 들어온다.
 
그는 또 "통계를 알면 돈이 보인다"고도 했다. 통계를 잘 살펴보면 기회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청장은 일례로 1990년대부터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진다는 점에 착안해 여성을 타깃으로 낮은 도수의 소주를 출시한 회사를 언급했다.
 
그렇다면 모든 이들이 몸을 움츠리는 불황기에도 이같은 통계의 효용은 유효할까. 사실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만큼 기업과 가계 경제가 활발히 돌아갈 때보다, 어쩌면 지금같은 위기 상황에서 통계의 가치는 더욱 빛날지 모른다. 어두컴컴한 디플레이션 터널을 눈앞에 둔 국민에게 통계청이 제공하는 정보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지침이 될 수 있다. 위기상황에서 정보의 가치는 더욱 극대화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21일 열린 3분기 가계수지동향 브리핑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소득5분위배율이 문제였다. 통계청이 제공한 자료에 소득5분위 배율 추이가 빠진 데 대해 기자들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소득5분위 배율은 상위 20%의 평균소득이 하위 20% 평균 소득의 몇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주로 빈부격차나 양극화를 말할 때 자주 사용된다.
 
어쨌든 기자들의 질문에 통계청 관계자는 "분기별 소득불평등 정도는 의미가 없다"며 "소득5분위 배율은 경제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없다"고 답했다.
 
한 마디로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 따로 분석해서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첨부자료에 나온 수치를 계산하면 알 수 있다"고도 했다. 그렇게 궁금하면 표에 나온 수치를 보고 계산하라는 얘기다.
 
계산하는 건 문제가 아니다. 기사를 쓰는 데 필요하다면 두꺼운 책 몇권을 뒤지는 게 기자들의 일이다. 게다가 소득5분위 배율은 나누기만 할 줄 알면 바로 구할 수 있다. 이미 분자와 분모에 들어갈 숫자까지 통계청이 제공했으니, 30초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다.
 
문제는 통계에 대한 실무자들의 인식이다. 김 청장의 말대로 국민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게 통계청의 역할이라면 이날의 불성실한 태도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다.
 
디플레이션이 본격화하고 있다.
 
통계청은 분기별 소득5분위 배율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치부할지 모르지만, 취약계층에게는 혹독한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지난 2분기보다 소득격차가 확대됐다는 흐름을 확인한 뒤 옷깃을 여미며 눈 앞의 터널을 뚫고나갈 방법을 궁리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같은 세심한 배려를 '서비스정신'이라고 부른다. 통계청 관계자의 "의미가 없다"는 말은 김 청장의 생각과는 한참 동떨어진 듯하다.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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