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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쓰나미)한진그룹, 출총제 해소에 1.5조.."심각한 피해"
(특별기획)⑥'순환출자'·'금산분리' 등은 영향 미미
2012-10-23 17:07:34 2012-10-23 17:09:14
[뉴스토마토 박수연기자] 올해 대선전의 최대 화두가 된 '경제민주화' 열풍은 재계 자산총액 기준 12위인 한진(002320)그룹도 피해갈 수 없다.
 
한진그룹은 현재 한진해운사 계열사 분리 문제, 고(故)조중훈 회장 사후 2세 지분 다툼 등 내부혼선을 겪고 있는 중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이 적용되면 엎친데 덮친 격으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진그룹이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법안은 순환출자금지와 출자총액제한 두가지다. 2005년 한진중공업(097230)의 계열사 분리로 금융계열사였던 메리츠증권이 분리돼 '금산분리'에는 해당 사항이 없어졌다. 재벌총수 사면권 제한 등의 '오너리스크'도 다른 그룹사에 비해 영향이 미미한 수준이다.
 
◇출총제 해소비용 막대..10대그룹 중 '3번째' 규모
 
경제민주화 법안이 현실화할 경우 한진그룹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되는 부분은 출자총액제한에 따른 해소비용이다.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한진은 10대 재벌그룹 중 3번째로 많은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한진이 지주사로 전환한 뒤 출자한도 40%의 제한을 받게 될 경우 총 1조5662억원의 해소비용이 필요하다. SK(003600)그룹(2조4010억원), 한화(000880)그룹(2조651억원) 이어 세번째로 많은 비용이다.
 
한발 더 나아가 출총액이 30%로 제한될 경우 최대 2조1659억원, 25%로 하면 2조4658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시가총액이 3조451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이의 3분의 1 수준이다.
 
현재 한진그룹의 출자총액비율은 66.12%이다. 계열사와 비계열사 비율이 각각 25.46%, 40.65%다. 한진에너지의 경우 출자 한도가 40%가 넘는다. 이때 한도 초과분은 총 1조7156억원 규모에 달하며 대한항공 역시 한진에너지 지분을 보유해 출총제한을 초과한 상태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실제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입법화된다면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출총제'의 경우 예외조항이 많고, 빠져나갈 여지가 많아 실효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기도 하다. 경제개혁연구소 관계자는 "이런 저런 결함들이 있어 '출총제'는 다른 경제민주화 개혁법안과 동반 시행해야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순환출자 해소비용은 491억원..'미미'
 
이처럼 출자총액을 제한하게 될 경우, 1조5000억에 육박하는 막대한 해소비용이 예상되는 데 반해, 대표 경제민주화 정책 중 또 하나인 순환출자금지에 따른 해소비용의 규모는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민주통합당이 내건 '순환출자금지 법안'이 적용돼 한진그룹이 순환출자고리를 끊게 될 경우 500억원이 채 안되는 491억원의 출자해소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단위의 막대한 비용이 예상되는 롯데그룹이나 삼성, 현대그룹 등 다른 10대 그룹들에 비해 그나마 타격이 덜하다는 것이다.
 
현재 한진그룹은 대한항공(003490)을 필두로 정석기업, 한진(002320) 등 총 46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순환출자에 참여하는 계열사 수는 6개이며 한진그룹은 총 7개의 순환출자를 가지고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고리가 대한항공→한진관광→정석기업→한진→대한항공으로 연결된 순환출자구조다. 지배주주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과 한진의 개인 최대주주지만 10% 미만의 지분만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계열사 간 순환출자구조를 통해 지배권을 유지하고 있다.
 
 
한진그룹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경우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대한항공→정석기업→한진→대한항공' 구조다. 대한항공은 정석기업의 26%, 정석기업은 한진의 18%를, 다시 한진은 대한항공의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를 끊기 위해서는 한진을 지주회사로 놓고 대한항공을 지배하는 형식으로 정리하면 의외로 순환출자 고리가 간단히 끊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석기업은 한진그룹의 지배구조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계열사다. 부동산 매매와 건물관리를 주사업으로 하는 정석기업은 18%의 한진 지분을 소유한 최대주주이자 사실상 지주회사다. 정석기업의 경우 조양호 회장 및 그 친인척이 44%, 대한항공 등 계열사가 47.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 역시 한진그룹의 주축이다. 대한항공은 정석기업의 26%, 한국공항의 59.5%, 한진관광의 64.9%, 한진정보통신의 99.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또 다시 한진을 거쳐 대한항공으로 순환출자된다.
 
증권사가 올 8월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진이 대한항공을 지배하는 시나리오로 순환출자 해소가 이루어질 경우 약 491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한진을 지주회사로 놓을 경우, 한국공항, 정석기업, 한진관광 등이 보유한 한진 지분은 매각된다. 이때 한진그룹이 다른 계열사에 가지는 지분율은 12%로 하락해 일정 지분확보가 필요하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경우 계열사들이 보유한 한진 지분 금액 491억원으로도 적정지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법상 비상장사인 정석기업의 경우 순환출자 해소 이후 조 회장 등 총수일가의 지분 50% 이상이라는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현재 44% 지분에서 추가로 6.08%을 취득해야 한다.
 
결국 순환출자법안이 시행될 경우 그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의견이다. 경제개혁연구소 관계자는 "이 경우 추가지분 예상가액은 169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순환출자가 금지돼 한진이 주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그룹 경영권에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계열사 분리·KAI 인수·2세간 법적 다툼…'난제' 산적
 
또 다른 경제민주화 법안인 금산분리과 오너리스크, 경영권승계에 관련된 부분 등은 한진그룹에게 위협 요인이 아니다.
 
2005년 한진중공업과 계열분리를 선언하며 금융계열사인 메리츠증권도 함께 건너가게 됐고, 현재 한진그룹의 지분 1% 미만만 보유하고 있는 조양호 회장의 삼남매(조현아, 조원태, 조현민씨)의 지분 승계여부도 아직 불투명한 상태기 때문이다.
 
다만 내부 혼선이 지속돼 향후 경영상태가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진그룹은 2005년 한진중공업과 계열분리한뒤, 현재 한진해운과도 두번째 진통을 겪고 있다. 현재 한진해운은 한진해운홀딩스를 지주회사로 두고 있고, 한진그룹 계열사로 분류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한항공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에 뛰어들면서 한진해운과의 계열분리 가능성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승자의 저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현재 한진은 재무평가 결과가 기준에 미달해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어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800%에 육박한다. 실제 KAI를 인수할 경우 대한항공의 재무상황이 취약해질 우려가 제기된다. 이는 계열사 분리에 대한 조양호 회장의 심중이 '시기상조'라는 주장과도 맞닿아 있다.
 
한진 2세들의 법정분쟁도 도마에 오른 상태다. 현재 장남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상대로 차남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과 4남인 조정호 메리츠증권 회장이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진의 지주회사격인 정석기업의 명의 이전 소송을 놓고 벌써 4라운드 법정분쟁이다. 
 
이처럼 내부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민주화법안까지 시행된다면 한진그룹은 말그대로 '내우외환'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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