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 1000pt가 붕괴됐다. 지난해 kospi지수가 2000pt를 달성한 것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결국 1000pt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다. 3년 4개월만에 세자리 지수라는 굴욕을 받아들여야 했다.
투자자들의 증시에 대한 신뢰는 이제 여지없이 무너졌다. 손실에 찌든 투자자들은 어떻게해서든 손실을 줄이려 안간힘을 써보지만 금융시장의 유동성 위기가 고개를 들수록 자신감이 없어진다. 투신사는 환매에 대비해 매도물량을 늘여야하고 외국인은 환차손과 추락하는 한국 증시에서 탈출하기에 급급하다. 시장을 되돌릴 수 있는 시장의 여건이 사라진 지금, 증시의 추락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은행들은 원화 유동성 확보를 못해 은행채를 대거 발행하고 있지만 정작 소화가 안되자 한국은행에 비상사태(SOS)를 선언했다. 수요처인 대형증권사와 자산운용사도 은행채 매입에 미온적이다. 증권사의 유동성도 이미 적신호가 켜졌다. 저축은행은 고금리 특판상품을 내놓으며 예금을 잡기에 혈안이다. 금융기관 모두 이제는 생존이 최대 과제이다. 금융기관은 대출과 펀드 판매, KIKO 등 외형 확대에 줄기차게 매달려오다 이제는 현금확보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는 단기외채 상환에 외화유동성이 바닥을 드러내며 결국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며 금융시장의 대변혁을 경험한 바 있다. 이번 사태는 외화보유고가 2400억 달러에 달하는 등 비상사태에 대비할 재원은 풍부하다는 점에서 한국의 국가부도 위험은 낮다는 평가에도 불구 일말의 불안감은 끊이지 않고 있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달러 환율은 1424원으로 마감해 10년 4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된 부담과 달러에 대한 수요가 시장을 비이성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한 방향으로 쏠리는 양떼효과(Herding Effect)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는 건 현재 시장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장래에 대한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한국 정부는 강만수 장관을 중심으로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컨틴전시(비상사태) 플랜에 따라 시장을 적극 방어하고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24일 kospi지수와 kosdaq지수가 장중 10% 이상 폭락하는 와중에도 시장에 정부의 비상대책과 관련한 실질적인 대응은 전무했다. 공교롭게 강만수 장관도 이명박 대통령 모두 베이징에서 열리는 ASEM회의 참석차 국내에 없었지만 외유라는 상황에서 위기대응 발휘가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24일 한국증시는 참혹하게 무너져 내렸다.
한국은행의 대응은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에도 국내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신중히 관찰하고 있다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지난 10월 9일 정례금융통화회의에서도 9일 새벽 유럽 주요국을 포함한 7개 중앙은행의 동반 금리 50bp인하 카드가 나오지 않았다면 8일까지 금통위 위원들의 기준금리 의견조율은 동결이 기정사실로 굳혀진 상태였다. 만약 부시 대통령과 동조한 유럽 주요국을 포함한 7개 주요 중앙은행의 50bp 금리인하가 10일 새벽에 공표됐다면 한은이 이에 임시회의를 소집해 기준금리를 내리는 조치를 행했을지 실로 의문이 든다.

한국은행은 이날(10월 9일) 25bp 금리인하를 단행하며 세계 중앙은행의 동반 움직임에 부합하는 의사를 표현했다. 미 FRB와 세계주요 7개 중앙은행과의 정책적 공조 대상에서 한국은행은 소외되어 있다는 것을 고백하는 자리였다. 경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통화관리의 중요한 덕목으로 삼고 있는 한은이지만 지난해 10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한은이 경기와 금융시장의 안정에 영향을 미칠 선제적 대응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디스는 강만수 장관의 오락가락하는 발언에 대해서도 정중히(?) 문제를 제기했다. 시장의 신뢰를 주지 못할 발언을 쏟아내는 것이 오히려 한국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직격탄을 날렸다. 그 후로도 강만수 장관의 어록은 쉬지 않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수장의 입은 보수적이고 일관된 태도에는 크게 함량이 모자라고 있다는 것을 여전히 과시하고 있는 중이다. 경제수장의 잦은 말 바꾸기는 결국 시장의 신뢰에 금을 가게한다. 정부의 정책적 태도에 투자자와 외국인이 의구심을 갖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1년 아니 6개월 앞을 예견하지 못하는 최근의 경제상황은 한국정부와 각 경제주체에게도 불확실한 여건임에는 틀림이 없다. 한국의 각료들은 총론은 있지만 각론에 있어서는 일관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경제 비상사태에 따른 대응 방안은 3단계로 제시되고 있지만 정책이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면 또다른 대응방안에 대해서는 한은과 지식경제부, 금융위원회 모두 일치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위기대응 능력을 과신해서는 안된다. 정부의 정책실수는 그만큼 국가경제와 그 구성원 모두의 고통과 희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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