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푸어(Poor) 전성시대다. 우리나라는 연간 무역규모 1조달러를 돌파하는 등 눈부신 외형적 성장을 이뤘지만 국민 개인의 삶은 오히려 더 피폐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집이 있어도 빚더미에 올라 앉은 하우스(House)푸어, 일을 하지만 가난의 늪에서 허덕이는 워킹(Workig)푸어, 은퇴 이후 소득 감소로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실버(Silver)푸어가 늘고 있다는 게 그 방증이다. 최근에는 교육비 지출을 위해 빚을 지는 이른바 에듀(Edu)푸어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빚 내서 교육비 쓴다..에듀푸어 300만명
27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과도한 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해 빚을 내는 교육빈곤층, 이른바 에듀푸어가 지난해에만 305만명으로 추정됐다. 가구수로는 82만 4000가구다. 이는 자녀 교육비 지출이 있는 것으로 조사된 632만여 가구 중 13%에 해당하는 규보다.
교육빈곤층은 40대~50대에 집중돼 있고 대부분 대졸·중산층이다. 교육빈곤층은 지난해 월평균 313만원을 벌었는데 이는 자녀 교육비 지출이 있는 전체 가구의 소득 433만4000원보다 120만원 모자랐다.
하지만 교육비는 더 썼다. 전체 교육가구가 평균 51만2000원을 교육비로 지출한 데 반해 교육 빈곤층은 86만8000원을 냈다. 이는 소득의 28.5%에 달하는 액수로 전체 교육가구의 소득대비 교육비 비중(18.1%)을 크게 웃돈다.
사교육비 지출 부담은 더욱 심각했다. 중·고등학교 자녀의 사교육비 전체 평균은 월 48만5000원인 반면 교육 빈곤층은 69만5000원에 달했다. 유치원·초등학교 사교육비도 전체 평균은 25만6000원이지만 교육 빈곤층은 그 두 배 가까운 50만8000원이었다.
소득은 평균 이하인데 교육비 지출이 많다보니 가계수지는 적자일 수 밖에 없다. 교육 빈곤층은 한달에 313만원을 벌지만 381만5000원을 지출해 매월 68만5000원 적자였다. 결국 이들은 교육과 대출 상환 비용을 제외한 모든 부문의 소비를 줄이거나 빚을 져야 하는 구조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교육 빈곤층의 73.3%인 60만5000가구가 대부분 40대 대졸·중산층"이라며 "과다한 교육비로 인해 이들이 하위계층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뭘 해도 '푸어'..중산층 몰락 위기
빚을 내야 생활이 가능한 푸어현상은 교육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집이 있어도 빚 부담과 가난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대부분 40~50대에 교육비 지출 부담이 큰 에듀푸어의 부담도 함께 떠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0년 기준 하우스(House)푸어가 전국에 156만9000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열 중 한 가구는 집이 있어도 빚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으로 대부분 2006년 집값이 최고점에 이르던 당시 가계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했던 사람들이다.
기존에는 대출 이자 비용만 부담해왔으나 최근에는 이자와 원금을 모두 상환해야 한다는 부담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자산가치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점이 최근 하우스푸어의 특징이다.
에듀푸어나 하우스푸어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집이 없어 전세나 월세를 전전하는 렌트(Rent)푸어, 열심히 일을 해도 가난에 허덕이는 워킹(Working)푸어, 노후 소득 불안으로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실버(Silver)푸어는 이를 기대할 형편도 안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취업자가 있는데도 빈곤 상태인 가구 비중은 1996년 전체가구의 6.5%에서 지난해 8.5%로 높아졌다. 100가구 가운데 8가구가 일을해도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른바 '워킹푸어'라는 얘기다.
나이가 들어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65세 고령인구 중 노인빈곤층 비율은 2010년 기준 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기대수명은 늘어나는데 은퇴 시기는 빨라지고 노후 소득이 불확실하다보니 빈곤층으로 전락했다는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 세대에 걸쳐 중산층에 대한 자신감은 사라진지 오래다. 스스로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전체의 50.1%를 차지한다는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설문조사가 이를 보여준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전 세대에 걸쳐서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며 "서민생활 안정과 실질소득 향상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주력해야 중산층 확대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각 연령대에 처한 문제에 따라 대책도 달라져야 한다"며 "20대와 50대에는 일자리창출에 주력하는 한편, 에듀푸어와 하우스푸어가 집중돼 있는 30~40대에는 주거안정과 교육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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