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를말한다!)심상정 "재벌·금융·노동의 개혁이 요체"
(특별기획)⑦"저성장 시대, 재벌 위주 수출전략 안통해"
입력 : 2012-08-28 16:51:49 수정 : 2012-08-29 16:43:34
[뉴스토마토 김기성·황민규기자] 근 2년 만이었다.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 그는 진보신당의 경기도지사 후보였다. 신생 출범한 당의 운명을 그가 쥐고 있었다. 그런데 돌연 후보직을 내려놓았다. 야권 승리라는 대의는 분명했지만 당내에선 간판선수의 사퇴를 용납치 않았다.
 
2년이 흐른 지금, 그의 모습은 더 힘들어보였다. 또 다시 분당을 눈 앞에 둔 상황에서 그의 입안은 헐대로 헐어있었다. 당당히 지역구 의원으로 국회에 재입성하고, 제3당의 초대 원내대표까지 맡았지만(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 부결 직후 사퇴했다) 마음만은 찬바람 몰아치는 거친 들판에 선듯 스산해보였다.
  
인터뷰는 약속을 잡은 지 한 달 넘도록 미뤄지고, 또 미뤄졌다. 그만큼 당내 분란은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럭비공 같았다. 진보정당 사상 처음으로 주요 언론의 1면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국민적 관심이 통합진보당 사태 하나에 집중됐다. 흥행으로 치면 '대박'(?)인 셈이다. 약속했던 수습은 없었다. 체념 속에 이별을 받아들여야 하는 극단적 상황에서 다시 그를 마주했다.
 
24일 인터뷰는 사전 제의했던 대로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재벌 저격수로서의 면면은 살아 있었으나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그렇다고 의지마저 죽은 것은 아니었다. 그가 분란을 딛고 다시 '심상정'으로 돌아올 경우 재벌개혁은 그의 손에서 다시 시작될 것이 분명했다. 마치 그동안만 여야가 현재 페이스를 유지해 주길 바라는 듯한 눈치였다.
 
그가 말하는 경제민주화의 3대 과제 '재벌·금융·노동 개혁' 속으로 들어가 보자.
 
◇24일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은 "경제민주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흐름"이라며 "시간의 문제지, 돌이킬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오랜만이다. 원조 재벌개혁론자가 다시 국회에 발을 들였다.
 
▲4년만에 국회를 와보니 상전벽해다. 17대 때는 내가 복지얘기만 꺼내면 ‘환자’ 취급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찌 됐든 여야가 복지에 대해 공통적으로 얘기하고, 그 필요성을 인정한다. 또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법안을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바가 실현과정에 있어 부족하고 미진하다 할지라도 이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방향이 됐다.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시대흐름이다. 결국 시간의 문제지, 되돌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 점에서 19대 국회에 와서 많은 걸 느꼈고, 이 방향이 정말 옳고, 또 이 방향대로 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용어 정의부터 해보자. 또 왜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사회를 관통하는 의제로 등장했는지 그 배경도 함께 짚어달라.
 
▲민주주의에 대한 정의부터 해야 할 것 같다. 민주주의는 ‘권력의 분점’이다. 정치 민주화는 독재권력이 시민들의 입을 막고, 표현의 자유를 막은 것에 대한 저항이다. 정치 민주화를 통해 시민들의 당연한 권리를 되돌려 받은 것처럼, 경제민주화는 독점적이고 과도하게 집중된 경제권력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논의의 핵심이다.
 
결과적으로 경제민주화는 민생의 문제고, 다양한 경제주체들의 참여에 의해서만 제대로 실현 가능하다. 현대사를 관통하며 국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대기업에게 주어진 각종 특혜들, 중화학 공업 육성과정에서의 특혜, 토목 특혜, 부동산 투기 등을 중심으로 한 투기경제. 이런 것들이 오랜 세월 지속돼 왔다.
 
한국은 10위 경제대국이다. 하지만 경제 성장의 그림자를 상징하는 불행한 숫자들이 늘어간다. 최고 수준의 양극화는 물론 아이 낳기조차 두려워하는 나라가 됐다. 구조적인 위기가 한국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민주화가 시대정신으로 부각된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크게 3가지 차원의 문제 인식으로 구성돼 있다. 무엇보다도 경제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재벌에 대한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또 우리나라 경제는 토건주의로 이뤄졌다. 부동산 투기에 의해 뒷받침돼 왔다. 이를 주도한 건 금융이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맞물리며 금융개혁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피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노동개혁이 수반돼야 한다. 즉 재벌개혁, 금융개혁, 노동개혁, 이것이 경제민주화의 3대 과제다.
 
-반면 재계에서는 산업화 과정에서 이 같은 경제력 집중 현상이 생겼다고 항변한다. 국가의 필요에 의해 기형적 구조가 탄생했다는 지적인데, 일견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또 어쨌든 그간 성장을 이끌어온 주체 아니었나.
 
▲지금 경제민주화가 화두가 되는 것은 그동안의 수출과 대기업 위주의 성장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성장을 중단하고 분배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재벌 위주의 수출전략, 대기업 위주의 성장이 더 이상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문제 인식이다. 더 큰 문제는 고용 없는 성장이다. 낙수효과는 더 이상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이 됐기 때문에 재계 주장은 국민 공감을 얻기 어렵다.
 
앞으로 대한민국 경제가 성공하려면 두 가지 측면을 봐야한다. 세계경제가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고, 선진국의 제로성장이 10여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연히 수출 위주 경제는 지속하기 어렵다. 세계에서 가장 저임금 근로자가 많고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한마디로 구매력이 없는데 어떻게 공장이 돌아가겠는가.
 
그래서 이제는 아래로부터의 성장이 담보되어야 한다. 즉 밖으로부터, 위로부터의 성장이 아니라 안으로부터, 아래로부터의 성장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지금 시기 경제민주화가 제시하는 성장전략이다. 그런 점에서 소득 주도의 성장을 강하게 제기한다.
 
안으로부터의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단단한 중소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획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청도 중소기업부로 바꿔야 한다. 지금 R&D 투자의 85% 이상을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것도 중소기업으로 바꿔야 한다. 강력한 중소기업 전략이 필요하다. 아래로부터의 성장은 기본적으로 노동권의 획기적인 강화를 통해 소비 여력을 높일 때, 기업이 잘 가동되고 선순환 성장이 가능하다. 그게 우리가 얘기하는 성장전략이다.
 
◇심상정 의원은 "재벌의 전형적인 구조가 국민들의 삶의 질을 하향평준화 시켜왔다"며 "0.5~1%% 지분을 갖고 있는 재벌총수 일가가, 즉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에서는 '공정한 시장경제 구조'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설정했다. 다시 말해서 야권이 주장하는 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데.  
 
▲재벌개혁에는 세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로 지배구조 개선이다. 경영참여 주체를 확장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다. 노동권의 강화다. 세 번째는 시스템이다. 지금 4대 재벌이 우리나라 자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 하나가 망하면 대한민국 경제가 위태롭게 된다.
 
지금은 마치 공룡 말기시대와 같다. 재벌 하나에 대한민국 경제가 좌지우지되는 건 온 국민에게 재앙이다. 대마불사의 신화를 이제는 방치할 수 없다. 그리고 이건 재계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가 시스템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노동권은 양극화의 한 축에 내몰려 있는 노동자, 자영업자들의 참여를 통해 확장할 수 있다. 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법제도 개선을 통해 재계를 설득할 수 있는 정치적인 힘이 담보되어야 한다. 지금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핵심은 1%가량의 지분을 갖고 있는 재벌총수가, 그 일가가, 즉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배구조 개선은 재벌개혁을 담보하는 경제민주화의 전제조건이다.
 
-이 부분에 대해 설득이 가능하다고 보나. 
 
▲설득이 아니고 강제하는 부분이다. 일전에 스웨덴을 방문했을 때 스웨덴 기업의 사회적 책임 형태를 보면서 “이곳의 기업은 왜 이렇게 훌륭하냐”고 물었더니, 사민당의 한 관계자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선한 자본은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일정하게 사회적 책임을 받아들이도록 해야 하는데 그 힘은 국민여론이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기업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최소한 재벌총수의 전횡적인 지배구조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지배력을 규제하기 위한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도입하고 순환출자도 금지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이 지난 20세기 초반에 대기업 독점을 방지하게 위해 도입했던 강력한 수단들이 있다. 기업분할법 또는 우리나라에서 검토해 봤으면 하는 금융계열 분리제도 등도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되겠느냐’는 반문도 있지만 노력해 봐야 한다.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남는다.  사회적 대타협은 불가능한가. 일본의 경우를 예로 들면 더 명확할 것 같은데.  
 
▲그게 장하준 교수가 제기한 문제의식이다. 투자의 효율성 측면에서 논리적으로, 또 학문적으로 일리가 있는 얘기지만 지금의 한국 상황에서는 오히려 경제민주화를 가로막는 논리다.
 
‘선진국 따라잡기’의 시대는 이미 지났다. 과거에 보릿고개 넘어서면서 산업화를 이루고, 선진국을 추격하던 시기에는 재벌의 지배구조가 일정한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게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시기다. 오히려 고용 없는 성장 속에서 양극화는 심화되고, 일자리는 없어지고 있다. 공정거래 질서가 왜곡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우리경제의 지속가능성 자체가 위협받는 단계다. 재벌의 지배력이 시스템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지금 시기에는 혁신과 극복의 대상이 됐다.
 
최근에는 복지가 화두인데, 복지국가로 가려면 세금을 제대로 걷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언론, 검찰 위에 군림하는 총수 구조를 걷어내야 한다. 학문적으로 이론적으로 일리가 있더라도 지금의 한국 상황에서는 혁신과 개혁을 가로막고 있는 게 사실이다.
 
-현실에서 자본의 힘과 비대칭적 구조를 인정하지 않으면 답이 없지 않나. 복지가 중요하다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양보를 받아내자는 장 교수의 주장, 현실적으로 실효성 있는 방안 아닌가.
 
▲그건 결과적으로 재벌의 힘이 세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논리와 같은 얘기다. 법과 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소 요소에서 가로막고 있는 게 ‘삼성의 힘’이다. 결국 순환논리에 빠진다. (장 교수의 주장은) 대타협을 위해 재벌 지배구조를 지속하자는 것인데 그렇게 가다가 한국 사회는 파국을 맞게 된다.
 
올해 다보스포럼 주제가 대전환이다. 대전환을 이루지 못할 경우 ‘디스토피아’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금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일정하게 성공시키지 못하면 디스토피아의 재앙이 가장 빠르게, 또 무겁게 다가올 건 우리나라다.
 
-삼성 얘기를 해보자. 삼성에 '날선 비판'을 꺼리낌 없이 할 수 있는 언론이 있을까. 이는 진보를 표방하는 언론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바로 그래서 재벌개혁을 해야 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의지가 정책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정치권에서 민생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민생이란 건 복잡하지 않다. 우리 국민들의 70%는 월급, 30%는 장사해서 먹고 산다. 보통, 선진국의 경우 90%가 월급을 받고 산다.
 
IMF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일자리에서 퇴출되는 사람들이 퇴직금 받아서 할 수 있는 게 자영업뿐이었다. 그런데 그 자영업도 최근에는 대재벌이 밀고 들어가서 퇴출 위기에 몰려있다. 그러니까 이건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
 
민생이란 건 70% 임금 노동자에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고, 자기능력과 노력에 따라서 평가 받게 하는 것, 그리고 그나마 마지막 사선에 서있는 30% 자영업자들의 밥그릇을 뺏는 재벌을 확실하게 규제해서 영세상인들도 먹고 살게 하는 것이다.
 
극단적인 양극화는 극단적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회불안이 가중되면 재벌 대기업도 존립할 수 없다. 그 점에 대해서, 이 같은 시대정신 변화에 대해서 능동적으로 동참할 때 그나마 한국경제의 연착륙이 가능하다.
 
◇심 의원은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정책 추진과 관련해 "오늘날 재벌의 전횡을 안내한 많은 사람들은 바로 기성정당의 중역"이라며 "재벌과 한배를 탄, 재벌 원조당인 새누리당을 통한 경제민주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새누리당도 경제민주화를 얘기한다. 어찌보면 아이러니하다. 야당의 화두 전체를 여당에게 빼앗겼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증세문제부터 경제민주화 법안들까지. 특히 김종인 전 의원의 영입이 여기에 힘을 싣고 있다.
 
▲어쨌든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 재벌개혁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큰 발전이다. 하지만 과연 새누리당이 진정성이 있느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검증이 필요하다.
 
박근혜가 재벌개혁을 얘기하는데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새누리당도 이미 제안했던 세가지 문제를 먼저 합의해야 한다. 첫째로는 이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구속처럼 법적으로 재벌총수 사면을 제한해야 한다. 그리고 대기업의 부당한 단가 인하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자. 마지막으로 담합에 대한 집단소송제 도입에 합의해야 한다. 이제 국민에게 어음은 안통한다. 현금으로 신뢰를 보인 다음에 논의하자.
 
사실 새누리당의 재벌개혁은 상당 부분 ‘노이즈마케팅’이다. 김종인 전 의원의 의지는 존중하지만 새누당에서는 그 뜻이 실현되지 못할 것이다. 노이즈마케팅으로 (박근혜에게) 경제민주화의 포장을 씌워서 대선에서 국민들의 변별력을 흐리게 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상대책위원회 당시에도 경제민주화 정책을 얘기하다가 결국엔 용두사미가 되지 않았는가. 지금의 논의도 결국 그렇게 될 것이다.
 
재벌개혁은 재벌과의 이해관계에서 독립적이어야 가능하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중에서 유일하게 총수 일가의 전횡적인 재벌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뿌리 깊은 정경유착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이 알고 있는 주지의 사실은 정치권 최대의 파벌은 재벌계라는 점이다.
 
오늘날 재벌의 전횡을 안내한 많은 사람들은 바로 기성정당의 중역들이다. 재벌과 한배를 탄 분들 아닌가. 그래서 재벌 원조당인 새누리당을 통해서는 경제민주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경제민주화를 외면하고는 우리나라가 한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한국사회에 희망이 있는 이유다.
 
-경제민주화가 목적이지, 재벌개혁이 목적은 아니다. 도치됐다는 느낌이 드는데.
 
▲재벌의 해체냐, 개혁이냐는 큰 논점이 아니다. 재계가 일정하게 논점을 비틀고 있는데, 재벌개혁은 총수일가의 전횡적 구조를 해체하자는 것이지, 기업을 해체하자는 얘기가가 아니다. 기업의 민주적 운영을 가로막는 구조를 해체하자는 것이다. 기업의 민주화를 이루는 것이 곧 양극화를 해소하고 경제주체간의 균형발전을 이룩하는 방안이다. 경제민주화가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정점에 있는 의제’라고 하겠다.
 
지배구조의 개선에 대한 요구나 공세를 약화시키려면 재계 스스로가 양극화 해소에 능동적으로 나서야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고, 불공정거래 개선 바꾸고. 노동조합도 인정하고, 세금도 제대로 내게 만들어야 한다. 재벌이 그렇게 능동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는 것이 재벌의 지배구조개선 공세를 완화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잘 이루어지면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은 그저 부차적일 문제일 수 있다. 이 문제가 전면에 제기되는 건 이 엄청난 사회적 책임 문제는 하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반삼성'의 선두주자다. 백혈병 문제와 관련해서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삼성측과 직접 접촉은 없나?
 
▲(삼성측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17대 국회때 내가 이건희 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랬더니 삼성측 사람이 내게 “민간 기업을 자꾸 이렇게 건드리고 죄인 취급하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이건희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부르려 하는 이유는 이 회장이 경제 권력의 정점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권력이든 견제 받지 않으면 부패한다. 삼성에 수많은 목숨이 걸려있는데, 국민이 거기에 할 얘기가 있는 것 아니겠나.
 
삼성의 만남 요청을 거절한 이유는 진보정당이 아직까지는 삼성을 만날 할 얘기가 없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이 제1야당이 되면 만날 일이 있다. 집권하기 위해서는 타협이 필요하니까. 삼성의 ‘공’은 과다하게 일반화돼 있기 때문에 누구도 다루지 않는 ‘과’의 부분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진보정당의 몫이다.
 
특히 백혈병 문제는 생명권이 걸려있는 문제다. 삼성이 앞으로 글로벌 시대에 제대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평판이 매우 중요하다. 도덕성, 신뢰 측면에서 삼성이 문제가 더 이상 확대되도록 방치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다. 백혈병 문제에 대해서는 해결 의지를 갖기를 촉구한다.
 
-상임위에서도 '백혈병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다투더라도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다퉈야 한다. 삼성과 피해자의 주장은 이해관계가 다르니 제쳐두더라도, 이 문제에 대한 인과관계를 밝힐 공정한 프로세스에 동의해야한다. 예컨대 삼성은 직원들의 건강검진 기록을 내놓아야 한다. 검진과정도 국회가 인정하는 기관에서 해보자. 삼성이 불러온 전문가 말고 국회 통해서 제안하는 기관에서 해보자. 자신 있으면 해보자는 것이다. 인과관계에 대해서 책임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는 국회 또한 중심의제로 삼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은 모두 이를 다 국감의제로 삼을 것이다.
 
삼성은 이미 직원이 사망한 사실을 놓고 법논리를 내세우는데, 그게 설득력이 있는가. 그건 국민정서법에 부합하는 대책이 아니다. 국민들은 삼성이 제시하는 그 법률적 근거에도 이미 ‘돈독’이 들어있다고 보기 때문에 공감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뭐라고 하면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이 있는가? 삼성이 부정한다고 해서 이를 그대로 믿는 국민들은 없다. 역학조사상 아니라고 해도 믿지 않는다. 참고인 소송까지 들어가 있는데 거기에도 삼성이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논리나 법리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결과를 놓고 조치를 해야 한다. 건강검진결과, 회사 내 조사, 이것을 다투는 법률적 과정에 대해 '삼성이 컨트롤한다'는 국민의 시선이 잘못된 것이라는 점부터 입증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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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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