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
#장면1) '스무살 타격왕'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시즌 내내 펄펄 날아다니고도 정작 '진검승부'에서 잇달아 범타로 물러났다. 마지막 순간에도 그랬다. 5차전 9회 말에 찾아온 원아웃 주자 만루 찬스에서 그가 타석에 들어섰다. 힘차게 배트를 돌렸다. 하지만 투수 앞 땅볼을 치고 말았다. 결국 병살타로 이어졌다. SK와이번스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얼싸 안았다. 한국시리즈 5경기동안 21타수 1안타, 타율 4푼8리(0.048)의 처참한 성적. 두산 베어스의 김현수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장면2) 그가 오랜만에 웃었다. 의미있는 '한방'이었다. 들끓어오르던 사퇴 여론은 일단 잠잠해졌다. 이명박 대통령도 "잘한 것 같다"며 추켜세웠다. 폭탄 맞은 듯 무너지던 증시도 안정을 되찾았고, 끝없이 치솟던 환율도 진정되고 있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이라는 '프로젝트'를 성사시킨 만큼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제대로 일할 기회조차 없었다"고 항변하는 그는 결국 원하던 대로 다시 한번 일할 기회를 잡았다.
장래가 촉망되는 야구선수의 눈물과, 금방이라도 낙마할 듯하던 장관의 웃음.
한 사람은 일년 내내 특급 활약을 펼치다 결정적일 때 무너졌고, 다른 한 사람은 내내 죽을 쑤다 결정적일 때 하나 해줬다. 물론 '급(級)'이 다른 얘기라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으레 후자 쪽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마련이다.
전세를 뒤집는 한방은 사람들의 뇌리에 깊은 잔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빈타에 허덕이던 이승엽이 결정적인 홈런으로 '국민타자'의 명성을 회복한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론은 이같은 일반 법칙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김현수에게 비난을 퍼붓기보다는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반면 간만에 기세를 올린 강 장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이번에 잘 하긴 했지만 아직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평균 타율'이 너무 낮다는 뜻도 된다. 통화스와프 협정으로 모든 걸 만회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강 장관이 의미 심장한 비유를 들었다. 그는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사 논설위원, 경제부장 오찬에서 "현재의 위기는 야구경기로 보면 9회 가운데 1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금융불안에 따른 1차 쇼크며, 앞으로 소비 타격에 따른 2차 쇼크, 자산감소 효과에 따른 3차 쇼크가 올 수 있다"고도 했다.
어딘가에서 많이 듣던 얘기다. '한 경기를 치르는 동안 적어도 3번의 찬스가 온다'는 야구계의 속설과 닮은 구석이 있다. 야구는 두 팀이 겨루는 경기다. 따라서 이 말을 거꾸로 뒤집으면 어느 팀이든 한 경기에서 3차례의 위기를 겪는다는 말이 된다.
3차 쇼크까지 올 수 있다는 강 장관의 발언은 야구의 오랜 속설과 묘하게 닮아 있다. 그나마 이번에 강 장관이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에 기여하며 첫번째 위기가 다소 진정되고는 있지만 그의 말대로 "위기는 한창 진행 중"이다. 두번째, 세번째 위기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일이다.
통화스와프 협정을 통해 위기 상황에서 나름의 역할을 한 강 장관이 시장과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역시 '불신'이다.
빈타에 허덕였던 김현수에 대해 야구팬들이 끝까지 기대를 접지 않았던 것은 그동안 그가 보여준 게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걸 '믿음'이라 부른다.
하지만 강 장관은 외환위기의 '악몽', 그 한 가운데 있던 인물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고환율 정책과 시장에 혼란을 주는 발언 등으로 항상 비판을 받아왔다. 국민들이 쉽게 마음을 열고 믿음을 줄리 만무하다.
해결사들의 공통점은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해준다는 것이다. 그런 기억이 쌓일 때 비로소 믿음이 생겨난다. 그가 국민의 신뢰를 얻고 해결사로 거듭날 수 있을지는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그가 언급한 2차 쇼크가 그 시험대가 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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