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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수 마로니에축제 총감독 "대학로, 문화 개방이 중요"
"홍대에 문화주도권 빼앗겨 아쉬워..축제가 대학로 활성화 계기 됐으면"
2012-07-11 17:05:01 2012-07-11 17:11:42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공연계에서 배우가 축제 총감독을 맡는 경우는 드물다. 의견을 조율하고 지휘하는 역할이기 때문인지 연출, 아니면 비평가에게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2년째 총감독으로서 '대학로 마로니에여름축제'를 꾸려가고 있는 김갑수가 궁금했다. 
 
만나보니 '축제 총감독' 김갑수와 '배우' 김갑수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학로 마로니에여름축제에는 배우 김갑수가 공연계에 수십년 몸 담으며 아쉽게 느꼈던 점, 대학로 환경에 대해 안타까웠던 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년차를 맞아 축제는 연극 외에 밴드음악, 국악, 애니메이션까지 아우르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기존의 연극 및 무용 축제와 겹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대학로만의 색깔을 낼 지도 끊임없이 고민 중이다. 
 
김갑수 총감독은 '축제의 방향을 미리 확정해두고 시작하기보다는 여러 장르를 껴안고 가면서 마로니에여름축제에 가장 맞는 공연들로 축제를 만들겠다'며 '아쉬움 있더라도 조금 더 기다려 주시면 좋겠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 대학로의 앞자리에서 극단 배우세상(98년 창단), 배우세상 극장을 운영 중이다. 혹자는 '대학로의 아버지'라 부르기도 하던데?
 
▲선배님도 많이 계시고 그렇게 불리는 건 좀(웃음). 대학로가 공연예술문화의 중심지로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생각이다. 연극과 공연예술에 대한 애정이 아직 식지 않고 있다, 그렇게 보면 될 것이다.
 
- 배우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와중에 축제 총감독직까지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물론 나 혼자 일을 하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마로니에 축제의 그림을 그리는데 어쩔수 없이 결정적인 색깔을 띄게 하는 것이 내 임무일 것이다. 어느 정도 색깔은 드러났다고 본다. 차분하고 예술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극장 안에서 공연을 감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금 분위기를 달리해서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물론 그동안 다른 곳에서도 해왔지만 축제라는 이름 안에 다시 한번 다뤄보고 싶다. 
 
정통연극을 해왔던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연극에 대해 조금 더 관객들이 쉽게 이해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마음에 무장을 하고 찾아오는 것과 모든 것을 던지고 풀고 찾아오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마음 편히 와서 공연을 즐길 수 있게 하고 싶다. 나 역시, 정통공연에 대한 욕심이 많고 그것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홍대와 대학로가 다른 점도 그 지점이다. 하지만 지금 대학로에서 못하는 것들을 수용할 수 있는 대학로가 돼야 하지 않냐는 생각이다. 정말 진지한 공연은 그것대로 가고, 홍대처럼 즐길 수 있는 클럽 문화같은 것들도 사실은 수용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결국은 대학로에서 해야되는 일 아니었나 싶다. 정통문화 외에 비주류 문화들에 대해 그동안 대학로가 너무 배타적었던 것 아닌가 싶고, 이제는 스스로 그걸 깰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도 대학로는 굉장히 진지한 공연문화가 이뤄지는 곳이라고 생각해왔다. 대학의 지성을 대표하는 곳이 대학로라고 사실 생각했었다. 그런데 대학로 거리에서 처음 비보이들이 춤을 추고 있었을 때 '쟤네 뭐하는 거야', 우리는 이런 이야기들을 했다. 자기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극장안으로 들어올 수 없어서 길에서 그런 춤을 추고 있었다. 그런데 문화라고 쳐주지도 않았던 비주류가 지금은 하나의 문화로 형성됐다. 대학로는 사실 누가 와서 콘서트를 하는 것도 싫어한다. 쓸데 없는 짓 한다고들 생각한다. 그러나 되돌아 생각해보면 개그하는 친구들, 소위 말하는 '삐끼'들도 결국은 막지 못했다. 삐끼를 인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 우리끼리는 많이 얘기했지만 결국 막지 못했다. 내 생각은, 조금 더 개방을 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대학로는 넓다. 이 넓은 지역 중 어느 한쪽에서는 클럽 공연, 아르코나 대학로 예술극장을 중심으로 한 어떤 영역에서는 진지한 공연을 했으면 오히려 활성화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얘기를 예전에 했으면 어른들한테 혼났을 거다.
 
- 지난해에는 35년 연기인생에 연극연출을 처음으로 맡고, 또 예술축제 총감독을 맡았다. TV프로그램에서는 연기지도자의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배우가 아닌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서고 있는 셈인데, 계기가 있었던 것인가?
 
▲특별한 건 없다. 제의가 있으니까 하는 것이지 제의가 없으면 내가 뭘... 난 영원한 배우 혹은 연기자라는 생각을 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기저기 제의를 받게 되면서 영원한 연기자의 입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내가 할 수 있는 한도내에서는 좀 주도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은 그런 생각을 했다. 아시다시피 난 지금도 배우다(웃음).
 
- 배우 김갑수에게 대학로란 무엇인가?
 
▲평범한 얘기다. 나의 고향 같은 곳이고, 20대의 청춘을 다 보낸 곳이 대학로다. 30년이 넘게 연기를 했지만 태어난 이후 대학로 오기 전의 세월보다 대학로에 와서 보낸 세월이 훨씬 길다. 대학로는 내가 어른으로서, 성인으로서 태어난 곳이다. 말하자면, 성인식을 한 곳이 대학로다(웃음).
 
- 지난해 축제에서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면? 보강방안은?
 
▲(한숨)제일 어려운 게... 양적인 것보다 질적인 게 항상 걱정이다. 양적인 거야 얼마든지, 어떻게든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다른 축제하고 겹치지 않게 질적으로 좋은, 의미있는 축제를 만들어낼 것이냐는 어려운 숙제다. 즐겁게 놀면서도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사람들은 얘기하는데, 어떻게 노는데 의미가 있나(웃음). 노는 건 그냥 노는 거다. 노는 데 의미를 찾으면 숨막힌다. 살면서 늘 의미를 찾는데 놀 때까지 어떻게 의미를 찾나. 그냥 와서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 싶고, 그래서 그렇게 만들었다. 그런데 여전히 고민된다. 사람들이 와서 '허접하다'고 하면 안 되지 않나. 의미를 떠나서 질적으로 발전을 이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건 축제라인업에 누구를 빼고 누구를 넣느냐보다 더 중요한 문제다.
 
지난해가 1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질적으로 그렇게 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은 아마도 작년보다 더 나을 것이다.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긴 하다. 정통연극, 무용이 축제 안에 왜 들어있지 않느냐는 말씀들을 하신다. 우리도 알고 있는 문제점이다. 앞으로 축제를 운영하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점이다. 질적으로 우수한 축제를 만들어 우리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와서 볼 때 한국의 문화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 이번 축제에 포함된 공연들 중, 실제 커피숍을 배경으로 누가 커피값을 내느냐를 다루는 '커피 플레이' 같은 연극형식은 이 축제만이 할 수 있는 공연같다.
 
▲그렇다. 그런 연극은 하고 싶다고 해도 어디서 하기 힘든 공연이다. 공간을 빌리기도 힘들다. 어디선가 자기들만 아는 공연 형식일 뿐인데, 그런 것을 대중에게도 오픈해서 알려주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정통연극도 같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다.
 
- 올해 축제의 포인트는 무엇인가?
 
▲작년은 '젊음의 에너지 충전소 오아시스'가 콘셉트였고, 올해는 '대학로, 당신의 여름휴가'가 모토다. 작년에 축제를 한번 해보니 한 여름밤 문화와 더불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로예술극장의 주차장을 이용한 하룻밤 캠핑은 이번 축제와 관련된 중요한 콘셉트 중 하나다. 또 주변의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오픈마켓도 열고, 낙산공원에서는 무료로 영화 상영한다. 대학로 마로니에여름축제는 연극, 영화, 음악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담고 있는 여름축제라 보면 된다. 이 축제 통해 많은 분들이 대학로에 관심을 갖게 되길 바라고 있다.
 
- 대학로 토박이로서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대학로 활성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웃음)내가 대통령이라면 바로 해결이 가능한데 대통령이 아니라서 해결하기는 어려울 거다.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해서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갖도록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학로는 연극하는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 상인도 있고, 서울시와도 관련돼 있다. 또한 찾아오는 관객들도 있다. 우선, 어렵지 않으면서도 진지한 공연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관객과 창작자간 합의가 돼야 한다. 우리만 고민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나보다 훨씬 더 머리 좋은 학자들이 해야 할 문제다. 우리는 그저 열심히 만들 뿐이다. 결국 마로니에여름축제에서 표방하는 것처럼 개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와서 즐겁게 놀고 공연도 보고 하는 것이 시작이지 않겠냐, 이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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