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업계 "실명제, 한국 IT산업 갈라파고스로 만들어"
2012-04-03 16:38:42 2012-04-03 17:12:35
[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현행법에 따라 선거운동기간 동안 언론사에 이용자 실명인증을 요구하면서 또다시 '제한적 본인확인제', 이른바 인터넷 실명확인제의 해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제한적 본인확인제란 하루 방문자수 10만명 이상 사이트에 대해 이용자가 글을 올릴 때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의무화하는 것으로써 공직선거법상 실명제와 유사한 제도다.
 
인터넷업계에서는 본인확인제 때문에 산업적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는데 입을 모은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들만의 표준을 고집함으로써 세계시장에서 고립되는 현상을 뜻하는 ‘갈라파고스화’에 따른 국제경쟁력 악화다. 특히 인간관계와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경우 해외 진출시 실명제가 큰 장벽이 됐다.
 
싸이월드는 회원관리 측면에서 표준화된 단일 플랫폼을 구상하기 힘들었고 결국 국내·외 서비스를 따로 만들었다. 한국시장에서의 강고한 영향력을 시너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싸이월드의 실패를 실명제 때문만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 실명제가 끼친 간접적 피해는 크다"며 "굳이 싸이월드뿐 아니라 글로벌 서비스를 구상하는 국내 인터넷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외국업체의 SNS는 규제를 받지 않아 역차별 논란이 나오기도 했다.
 
미네르바 사건 등 인터넷에 대한 규제가 심화되자 인터넷 사용자들의 '사이버 망명'이 일어났고, 이는 자연스럽게 페이스북, 트위터의 이용률 증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페이스북은 마케팅 비용 한 푼 안들이고 싸이월드, 미투데이를 누르며 한국시장을 장악하는데 성공하기 이른다.
 
이밖에도 이용자들의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수집해야 하기 때문에 해킹에 대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제한적 본인확인제의 폐해 중 하나다.
 
김영홍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은 "이용자로 하여금 개인정보를 입력하게 하는 것 자체가 잠재적으로 보안사태를 일으키곤 한다"며 "이 때문에 해킹사건이 터질 때마다 수천만명의 가입자 정보가 유출되곤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구나 보안업체 시만텍에 따르면 하루 수십만개의 신종 악성코드가 생성되고 있는 등 해킹위협이 나날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수집한 개인정보는 모두 해커들에게 돈이 된다는 것.
 
지금도 중국에서는 헐값에 한국인들의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이 거래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성진 인기협 사무국장은 “실명제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제도”라며 “시대에 맞지 않은 법에 대한 폐지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