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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 '경기동부', 색깔론인가 실체인가
2012-03-26 14:35:03 2012-03-26 14:35:32
[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통합진보당 내 경기동부연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은 경기동부연합에 대해 공격을 쏟아 붓고 있고, 통합진보당은 실체하지 않는 조직을 두고 색깔론을 펼친다며 법적 검토에까지 나섰다.
 
조직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23일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가 19대 총선 관악을 후보에서 사퇴하면서다.
 
이 대표가 여론조사 조작 파문에도 총선 출마를 강행하려 했던 배경에는 경기동부연합이 당권을 놓지 않기 위한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야권연대가 좌초 위기에 빠지자 이 대표가 사퇴하게 된 것. 사퇴 후 이 대표 대신 서울 관악을의 야권 단일후보로 공천된 이상규 전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 역시 경기동부연합 핵심 인물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조직 실체에 대한 관심이 확대됐다.
 
특히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이 대표 사퇴 이후 "운동권 내에서만 떠돌던 경기동부연합의 이름이 드러난 게 가장 큰 타격이었을 것"이라며 "대타는 이상규 전 위원장. 얼굴 대신에 아예 몸통이 나서는 격"이라는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논란은 커졌다.
 
진 교수는 "그 분들은 도덕성을 최대 자산으로 삼지 않는다. 자기들이 하는 짓이 나쁜 짓이라는 인식 자체가 아예 없다"며 "뛰어난 능력 가진 이정희 의원 데려다 고작 얼굴마담 시켜먹는 조직이 문제"라고 밝혀 실체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증폭됐다.
 
◇세력 뿌리는 'NL 혁신자주파'.."실체 있다"
 
경기동부연합은 구 민주노동당의 최대 파벌로 알려져 있다. 주류는 민족해방(NL) 계열 운동권 출신이다.
 
엄밀히 말해 NL 안에서도 김일성 주체사상을 받드는 주사파와 이후 주사파에 대항하는 혁신자주파(세미)로 나뉘는데, 혁신자주파가 경기동부연합의 뿌리로 알려져 있다.
 
새누리당 이상일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경기동부연합은 한미동맹은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 김일성 초상화를 걸어놓고 묵념하는 세력"이라며 "이 대표는 경기동부연합에 대해 모른다고 했지만 그의 남편 심모 변호사도 이 조직에 속해있다는 게 정설이고 통합진보당이 공천한 상당수의 후보도 조직원"이라며 실체를 밝힐 것을 촉구했다.
 
이 대변인이 지목한 경기동부연합 핵심 인물로는 통합진보당 이상규 서울 관악을 후보, 비례대표 2번 이석기 사회동향연구소 대표, 비례대표 3번 김재연 한대련 집행위원장, 비례대표 4번 정진후 전 전교조 위원장, 성남 중원 출마자 김미희 전 민노당 성남시위원장 등이다.
 
이들에 앞서 경기동부연합을 이끈 1세대로는 정형주 전 민노당 자주통일위원회 부위원장, 이용대 전 민노당 정책위의장, 장원섭 사무총장, 우위영 대변인, 윤원석 전 민중의소리 대표 등이 거론된다.
 
이 대변인은 "경기동부연합은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노당에서 패권을 잡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세력, 조직원이라면 성폭력도 눈감아 주는 세력"이라며 "이 조직의 실체로 다수 국민은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고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통합진보당 당내에서도 조직의 실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한 당원은 홈페이지 게시판에 "경기동부연합, 당내 연합세력 중에서 제일 꼴통이라 불리고 가장 패권적인 활동 양태를 보이는 그 정파"라고 밝혔다.
 
다른 당원은 "숨어 있어야 할 지하조직이 만천하에 까발려졌다"며 "당신들은 노동계의 정치 발전을 가로막는 해악적 존재"라고 비난했다.
 
◇통합진보당 "실체 없다..색깔론 그만"
 
논란이 확산되자 통합진보당은 실체 없는 조직으로 색깔론을 펼치는 언론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등 강격책을 내놨다.
 
앞서 지난 25일 통합진보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통합진보당 대변인실이 오늘부터 조선일보에 대한 취재 전면거부와 출입금지 조치를 취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조선일보의 경기동부연합 특집기사에 대해 시정조치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부대변인은 "현재 존재하지도 않는 과거 운동권의 특정 정파를 지목하며 종북 등의 악의적인 주장을 펼치는 것은 색깔론으로 통합진보당을 흠집내고 야권연대를 좌초시키려는 위험한 시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우위영 대변인 역시 "보수언론과 일부 극우 인사에 의한 야권연대 흠집내기 색깔론 공세가 도를 넘어서더니 급기야 이 소동에 새누리당까지 가세하는 형국"이라며 "근거 없는 비방에 대해 강력하게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세력의 핵심 인물, 또는 이용당하고 있다고 지적받는 인물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26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저는 87년에 대학에 들어갔고 이런 전국연합(경기동부연합)은 92년경에 결성됐습니다. 조선일보는 제가 1학년 때부터 경기동부에 무슨 낙점을 받아가지고 양성됐다, 뭐 이런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까지 또 쓰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나도 믿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전혀 근거 없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경기동부연합의 지역 거점은 경기도 성남시로 알려져 있다.
 
이에 성추문 논란에도 불구하고 세력의 핵심 인물인 윤원석 전 민중의소리 대표를 당초 후보로 내세웠던 것. 성파문이 커지면서 후보 교체가 불가피해진 가운데 또 다른 조직원인 김미희 후보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직원으로 지목 받고 있는 김미희 후보는 이날 국회 정론관을 찾아 "경기동부연합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연대체고 이미 10여년 전에 해산된 조직"이라며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단체를 만들어 색깔론을 제기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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