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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 요구 그냥 뭉개나?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 수사 '한계' 드러내
2012-03-13 15:28:47 2012-03-13 15:35:48
[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청와대 행정관이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된 증거 인멸을 지시한 녹취록이 처음 공개됐다. 특히,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점, 청와대 개입 의혹을 수사하지 않은 채 국무총리실의 단독 범행으로 수사를 종결했던 검찰의 부실수사가 명백히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증거 인멸을 지시했다고 폭로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청와대의 개입정황이 담긴 녹취내용을 공개했다.
 
앞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은 지난 2008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를 계좌추적 등 불법적으로 사찰하면서 불거진 것이다.
 
장 전 주무관은 최근 청와대 지시로 불법사찰 증거를 없앴다고 폭로한 데 이어 음성 파일까지 공개함에 따라 검찰의 재수사가 이뤄질지 주목되고 있다.
 
◇최 전 행정관, 장 전 주무관 '감언이설'로 회유
 
13일 인터넷 팟캐스트 '이슈 털어주는 남자'에 이어 민주통합당이 밝힌 녹취자료에 따르면, 장 전 주무관이 법정에서 사실관계를 진술할 뜻을 밝히자, 최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은 "모두 죽자는 얘기다. 관련됐던 모든 사람들이 다 수사 선상에 다시 오르고 재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설득했다.
  
최 전 행정관은 이어 "그렇게 되면 민정수석실과 총리실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 전 행정관은 장 전 주무관의 1심 판결(2010년 11월22일)을 한 달 앞둔 당시 장 전 주무관의 청와대 개입 폭로를 막기 위해 금전 제공까지 언급하며 회유했다.
 
최 전 행정관은 장 전 주무관한테 "무슨 일이 있더라도 평생을 먹여 살려 줄 테니 (극단적인) 이야기는 하지 말라"며 "캐시(현금)를 달라고 하면 내가 그것도 방법을 찾아주겠다"고 말해며 폭로를 적극 말렸다.
 
그는 검찰의 구형을 벌금형으로 낮춰주고, 현대차(005380)그룹에 재취업시켜 주겠다는 등으로 장 전 주무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제안을 이어갔다.
 
최 전 행정관은 "최악의 경우 현대자동차 부사장이 자네를 취업시켜주기로 했다"며 "현대차 부사장을 당장 만나 (현대차 취업과 관련해) 확인시켜 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최 전 행정관은 현재 주미 한국대사관 노무관으로 근무중에 있다.
 
◇'보호할 윗선 사라져'..청와대 개입설 암시
 
최 전 행정관은 장 전 주무관에게 "만약 사실관계를 폭로할 경우 민정수석실이나 총리실이 자유롭지 못해 우리를 보호할 '윗선'이 사라질 것이다"며 청와대 개입설을 암시했다.
 
특히, 증거인멸의 '윗선'으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등을 지목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통합당 'MB정권비리 및 불법비자금' 진상조사특별위원회은 녹취내용을 통해 "최 전 행정관이 장 전 주무관에게 민정수석실과 검찰이 사전 조율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위원회는 최 전 행정관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당시 김진모 민정2비서관을 찾아가 "당신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자 김 비서관이 검찰쪽에 전화해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느냐"고 장 주무관에게 말하는 등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이 사건에 깊숙이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또 "이인규 전 지원관은 2009년 10월부터 2010년 4월까지 총 6회에 걸쳐 당시 권재진 민정수석실을 방문했고 민간인 사찰이 'BH 하명'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되는 '081001민정수석 보고용'에 '다음(동자꽃).hwp'라는 이름의 폴더의 존재했다"고 덧붙였다.
 
박영선 의원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 김진모 비서관은 증거인멸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책임을 져야한다"며 "검찰은 최 전 행정관과 이 전 비서관 즉각 소환조사하라"고 밝혔다.
 
◇경실련 "민간인 불법 사찰, 재수사에 즉각 착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과 관련 "검찰은 부실수사를 인정하고 재수사에 즉각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청와대 개입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총리실의 범행으로 결론 내렸던 2010년 검찰 수사는 부실 수사였음이 분명하게 드러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실련은 "불법 사찰과 증거 인멸에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개입했음이 명백히 드러난 만큼 재수사는 불가피하다"며 "현재 드러난 사실만으로 관련자들을 의법 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이 재수사에서 또다시 부실한 수사 결과를 내놓는다면 특검 요구가 제기될 수밖에 없고 신뢰는 회복되기 힘들 것"이라며 "관련자 사법처리만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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