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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카드 활성화.."소비자·전업계 카드사 상황 알고 만든거야?"
소비자·전업계 카드사 모두 '시큰둥'
2012-02-06 13:56:09 2012-02-06 13:56:24
[뉴스토마토 송주연, 임효정기자] 금융당국이 전업계 카드사도 시중은행에서 체크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직불형카드(체크카드) 활성화 방안을 내놨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카드사인 전업계 카드사들은 신용카드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며 수익을 내기도 힘들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고, 신용카드 사용 패턴에 익숙한 소비자들 역시 금융서비스나 할부 결제도 불가능한 체크카드로의 이동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 "서비스제공, 수익내기 모두 어렵다" 시큰둥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과 농협중앙회와의 협의를 통해 전업카드사가 이들 5개 은행에 체크카드 발급을 위한 계좌이용을 요청하면 자유롭게 체크카드를 발급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전업카드사는 제휴를 맺은 은행에서만 해당 은행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를 만들 수 있었다.
 
특히 5개 은행은 전업계 카드사들이 체크카드 발급시 은행계좌 이용 수수료도 현행 출금액의 0.5%에서 0.2%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발급 조건을 완화하고, 수수료도 낮춰 전업계 카드사들도 당국의 체크카드 활성화에 적극 동참하라는 의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업카드사들이 수수료 절감분을 체크카드 회원을 위한 추가 부가서비스에 활용할 경우 체크카드 이용자들의 혜택이 보다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전업계 카드사들은 업계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전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계좌 수수료율 인하로 체크카드 부가서비스를 늘리라고 하지만 신용카드 부가서비스를 따라가지는 못한다"며 "그 이상의 부가서비스가 추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수료율을 낮춰도 체크카드 부가서비스가 신용카드 혜택을 따라가긴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그는 "아직 카드사들이 수수료율 인하 등과 관련해 연락을 받지 않은만큼 이번 방안이 언제부터 시행될지 모르겠다"며 "체크카드의 장점을 생각한 소비자들은 체크카드로 옮길 수 있겠지만 소비패턴 상 신용카드를 원하는 고객은 이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용카드보다 낮은 수익 또한 이번 대책의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다.
 
또 다른 전업카드사 관계자는 "현재 체크카드는 가맹점 수수료 1%와 함께 은행 계좌이용에 대해 0.5% 수수료가 빠져나가는데 여기에 부대관리비용까지 더하면 체크카드로 수익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계좌이용 수수료 인하로 숨통이 트이긴 하겠지만 워낙 체크카드 수익이 적다보니 앞으로도 큰 이익을 내진 못할 것이 뻔하지만 정부방향이 그렇기 때문에 따라 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업카드사들은 아직도 신용카드 중심의 영업방식이 내재해 있어 체크카드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며 "하지만 계좌이용 수수료율이 줄어든 만큼 전업카드사들이 은행계와 제대로 붙어보겠다는 마음으로 이 재원을 부가서비스에 활용한다면 은행계보다 더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상시 테마 검사 등을 통해 전업카드사들의 체크카드 발급 실적을 주시할 것"이라며 "수수료율도 낮아졌으니 향후 체크카드 발급 실적을 보면 수수료율이 핑계였는지 아닌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소비자들도 "신용카드가 낫다" 외면 분위기
 
문제는 금융당국 정책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 할 소비자들도 이번 대책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체크카드는 신용카드보다 혜택도 적을 뿐만 아니라 현금서비스 등 금융서비스나 할부 결제도 불가능하다는 단점 때문이다.
 
소득공제율을 인상하더라도 신용카드 고객을 체크카드로 유인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용카드 이용 고객인 김 모씨는 "체크카드의 가장 큰 단점은 할부가 안 된다는 것"이라며 "한번에 결제하기 부담스러운 금액을 신용카드 할부로 결제하고 있는데 이를 포기하고 체크카드로 바꾸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체크카드와 신용카드를 번갈아 쓰려고 해도 신용카드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실적한도를 채워야하기 때문에 체크카드 결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후불제인 신용카드에 소비패턴이 맞춰져 당장 계좌에 잔액이 있어야만 결제할 수 있는 체크카드로의 이동이 쉽지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직장인 이 모씨는 "현재 월급이 통장에 입금되면 며칠 뒤에 카드 값으로 대부분 빠져나가는 상황이어서 계좌에 잔액이 없다"며 "이 같은 패턴에서 어떻게 체크카드를 쓸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현재 신용카드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어떻게 체크카드로 움직이겠냐"며 "게다가 기존 신용카드보다 혜택이 많지 않아 신용카드 고객이 굳이 이동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토마토 송주연 기자 sjy292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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