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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한 손학규 “처음부터 다시”
2012-02-01 16:17:45 2012-02-01 16:17:45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많이 아프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가자”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최근 정치 현황을 지켜보며 측근들에게 내뱉은 탄식이다.
 
당내 기득권 반발을 누르고 통합을 이뤄냈던 패기는 자성이 됐다.
 
2007년 야권 합류의 시작점이자 기반이었던 호남은 통합 과정에서 등을 돌렸고, 안철수의 등장과 문재인의 대망론은 그를 유력 대선주자에서 종속변수로 변이시켰다. 여기에다 이달 중순 예정된 김두관 경남지사의 합류는 다자경쟁 구도를 촉발, 그에 대한 주목도를 한층 낮출 것이란 전망이다.
 
◇‘영웅의 귀환’ 분당 승리.. 이어진 안철수 광풍
 
지난해 4.27 분당(을) 재선거 승리 직후만 하더라도 야권은 ‘손학규의 세상’이었다. 적지에서 생환하며 수도권 영향력을 직접 입증해 보였고, 사지로 내몰았던 비주류는 손 대표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여론도 그의 편이었다. 10% 중후반대에 안착하며 야권 대선 후보군 중 단연 1위로 올라섰다. 경쟁자였던 유시민 당시 국민참여당 대표는 김해(을) 패배 후유증 속에 추락에 추락을 거듭했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아직 손 대표를 넘볼 처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변수가 터졌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였다. 안철수 광풍이 불면서 기존 정당은 시민사회 출신 박원순 후보에게 서울시장 자리를 내줘야만 했다. 손 대표는 “사실상 민주당의 승리”라고 애써 자위했지만 제1야당이 후보마저 내지 못했다는 당내 비판에 한때 대표직을 던져야만 했다.
 
안 교수는 일약 스타로 떠오르며 박근혜 대세론을 침몰시켰다. 손 대표 또한 후순위로 밀려나며 ‘대안’ 자리를 안 교수에게 내줬다. 동시에 통합이 아니면 공멸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도래했다.
 
한때 호흡을 맞췄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결별하면서까지 통합을 이뤄냈지만 공(功)은 그가 아닌 문재인 이사장을 비롯한 친노 진영에게 돌아갔다. 1.15 전대를 통해 출범한 한명숙 체제는 대중적 관심을 친노로 집중시켰다.
 
한 측근은 “손 대표가 통합의 짐을 홀로 뒤집어썼다”며 “당장은 ‘실’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득’이 될 자산”이라고 말했다. 통합에 대한 진정성이 평가될 것이란 기대가 배여 있었다.
 
◇잠행 끝 첫 행선지 무등산..호남 달래기
 
안 교수의 정치참여 결단이 지연되면서 대중은 문 이사장을 주목했다.
 
고착화될 것 같던 안철수-박근혜 양자구도는 안철수-박근혜-문재인 신(新) 삼국지로 개편됐다. 이 과정에서 손 전 대표는 지지도가 4분의 1토막 나며 군소후보로 밀려났다. 손 전 대표가 “굉장히 아픈 부분”이라고 말한 이유다.
 
손 전 대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위해 광주를 찾았다. 등 돌린 호남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그는 지난달 28일 지지자 1000여명과 함께 무등산에 오르며 사실상의 대권 출정식을 광주에서 신고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호남은 민주당의 뿌리이자 가장 중요한 지지 기반”이라며 “혹시라도 이번 통합과정이 혹시라도 호남 홀대론으로 비쳐진다면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강변했다. 이어 “호남 일부 인사가 통합에 반대했지만 그것은 민주당과 호남을 죽이는 일이었다”며 “통합은 민주당을 살리고 호남을 더욱 굳건히 했다”고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4월 총선 불출마와 함께 “사회통합·남북통합·정치통합의 3통합 시대를 열어나가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무등’(無等)이 의미한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해 대선으로 직행하겠다는 의미였다.
 
◇총선 지역별 성적표가 관건
 
그렇다면 손 전 대표의 도전은 가능할까.
 
정치권 안팎에선 “기회는 분명히 있다”며 4월 총선 지역별 성적표가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손 전 대표는 오는 4.11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에 전력을 다할 예정이다. 현 정부여당으로부터 민심이 돌아선 상황에서 그의 지원에 힘입어 대승을 거둘 경우 손학규 주가는 또 다시 오를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더욱이 문 이사장이 낙선, 혹은 부산에서 의미 있는 성적표를 받아들지 못할 경우 대안은 자연스레 손 대표로 향할 수밖에 없다는 기대도 내재해 있다. 양측이 좋은 결과를 냈을 경우에도 시너지는 대선 승리 밑거름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결국 경선에서 승부를 내 보자는 게 손 대표 측 입장이다.
 
민주통합당 의원들도 “손 전 대표는 분명 저평가돼 있다”며 “경선에 접어들면 진면목이 제대로 들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나라당 태생이라는 전력은 그간 과정을 통해 상당 부분 탈색됐고, 보건복지부 장관·경기도지사·당대표 등의 경륜은 그를 준비된 후보로 이끄는 자산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당내 반발을 뚫고 통합을 성사시켰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그의 공로다. 또 수도권 영향력을 바탕으로 문재인·김두관 등 친노 주자들과 겨룰 때 비(非)노무현 세력의 결집을 이끌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중도·보수층으로부터 당내 주자 중 가장 거부감이 덜하다는 장점도 있다.
 
꺼져가는 촛불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독자적 기획에 의해 예전 유력주자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기는 사실상 버거워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안철수, 문재인 등이 최종적으로 대권에 도전할지에 대해 대중적 의문이 여전하고, 설사 의지가 있더라도 정치적 경험이 부재하다는 점이 손 전 대표를 죽은 카드로 만들지 않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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