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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1조달러 그늘)⑤감세정책, 재정만 파탄냈다
2011-12-16 15:02:57 2011-12-16 15:19:46
[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무역 1조달러를 돌파했다.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그 성장의 열매는 대기업이 독식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이뤄낸 성과라는 것도 분명하지만, 대기업들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다른 많은 부분을 희생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성장정책을 추구한 것은 이른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개발도상국 단계에 있을 때는 낙수효과가 일리있었다. 수출기업의 성장은 투자를 늘렸고, 일자리를 늘리고, 소비를 늘리고, 세수를 늘렸다. 하지만 무역대국으로 성장한 오늘날 더 이상 낙수효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낙수효과를 전제로 대기업과 수출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을 고수했다. 그 결과 한국경제는 기형적인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고용과 투자, 소비, 세금 등 각 부문 별로 낙수효과가 얼마나 허구인지를 짚어보고, 바람직한 국민경제 방향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현 정부는 '부자감세'를 통해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히며 출범했다. '법인세 감면'과 '고환율 정책'으로 인해 기업들은 수출 호기를 맞아 무역1조 달러를 달성했다며 자랑하고 있으나, 서민들은 물가상승에 이어 공공요금 인상으로 주머니 사정이 더욱 힘들어 지고 있다.
 
정부가 의도했던 감세를 통한 내수활성화나 기업투자 증가→고용증가 효과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은 활성화는 커녕 4년 내내 얼어붙었고, '부자감세'로 세부담 양극화, 재정적자 증가, 사회적 위화감 조성 등 오히려 감세정책으로 인한 부작용만 커졌다.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재정 여력을 확보해야 함에도 감세로 재정상태가 갈수록 악화됐다는 비판은 현정부 내내 계속 돼왔다. 지난 9월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 세율을 내년부터 인하하기로 한 감세방침을 철회한 것도 이같은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 감세효과?.."경제 침체로 세수확보도 어려워"
 
조세연구원은 현 정부 출범 직후 "법인세율을 5%포인트 인하할 경우 실질 GDP와 국내 투자를 각각 6조원, 10조원 씩 증가시키고, 취업유발 효과만도 18만명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같은 감세 효과는 감세론자들이 흔히 주장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감세론자들은 "고환율, 저금리 등 거시적 부양정책을 추진해 성장률을 높였고, 소득세와 법인세를 감세해 소비와 설비투자가 빠르게 회복세를 보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송희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간사는 "감세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보고서를 냈던 조세연구원 조차 최근 법인세 감세가 고용과 투자 등 경기극복의 효과를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보고서를 냈다"며 "세율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 아닌 한 감세가 소비와 투자로 이어져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것은 검증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도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빠른 경제회복과 세수증가를 감세로만 설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감세가 아니라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재정수지 적자가 71조8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재정지출을 확대한 효과"라고 주장한다.
 
즉 정부가 재정지출로 인한 경제회복을 감세정책으로 금융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지난 4년동안 현정부의 국가채무는 2010년 400조원에 가까워 3년 전보다 100조원 이상 증가했다. 국가채무 통계를 작성한 지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2000년 111조2000억원으로 처음 100조원을 돌파한 이후 이명박 정부 3년 동안 ▲ 2008년 309조원 ▲ 2009년 359조6000억원 ▲ 2010년 392조원을 기록하며 증가했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34.8%로 3년 전보다 4%포인트 급등하는 등 재정건전성이 악화됐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10년도 대한민국 재정'에 따르면 우리나라 2007년~2010년까지 GDP 대비 국가채무 증가율은 G20국가 가운데 6위에 이른다.
 
더구나 정부가 지난 12일 내년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보다 0.8%포인트 하향 조정한 3.7%로 발표하면서, 당초 예상한 세수 달성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747(연평균 7%성장, 소득 4만달러, 경제규모 세계7위 진입)공약"이 무너지면서 그나마 내세우려던 '균형재정' 목표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기획재정부는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경우 세수는 2조원 감소한다는 게 세수추계의 공식이라는 입장이었다.
 
때문에 정부로서도 세수확대에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4일 국세청이 국별, 지방청별로 올해 체납 징수 등 징세를 마무리하고 지금부터 세수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며 간부회의를 긴급 소집한 것도 이 때문이다.
 
◇ MB정부 "끝까지 부자에게는 세금 감면"
 
정부는 우리나라 법인세가 주요 경쟁국들에 비해 높다는 점을 들어 감세를 주장해 왔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월 한 강연을 통해 "세수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4.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5%보다 높다"며 "글로벌 경쟁시대에 비슷하게 해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박 장관이 말한 수치는 2008년 감세정책 이전 수치"라며 "감세정책을 추진한 이후에는 법인세가 세수에 차지하는 비중이 OECD평균과 비슷해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홍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법인세율이 높은 것은 양극화를 반영한다"며 "중소기업은 어렵지만 대기업들이 워낙 잘나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소득상승률이 높고, 따라서 법인세율이 높게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OECD국가들의 기업은 사회보험료를 5.2% 수준으로 내는데, 우리나라는 2.6%밖에 되지 않는다"며 "기업들과 정부가 낮은 수준의 세금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법인세만 OECD국가보다 높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세율이 높고 낮은 것만의 문제가 아니고 기업구조상의 문제를 들여다 봐야 한다"며 "대기업들이 상호출자, 순환출자 등을 하면서 문어발식 기업확장을 하고 보니 법인세 부담을 느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인세가 높다고 만 할게 아니라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기업결합 구조를 정리하는게 우선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홍 연구위원은 "정부가 밝힌 감세철회는 2009년부터 순차적으로 2%포인트씩 낮추는 추가 감세안을 철회한 것이기 때문에 감세철회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정확한 의미의 감세철회가 아니라 내년도 2%포인트 감세에 대한 철회일 뿐이란 것이다.
 
더구나 정부가 9월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추가감세안을 철회하면서 공제 축소안을 추가해 어떻게든 부자 세금을 깎아주려는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란 지적도 잇따른다.
 
부자감세로 지난 4년 동안 줄어든 세수 누적액이 21조원을 넘고, 재정수지는 4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대강 사업 같은 토목사업으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된 탓이다. 내년 경제성장률 둔화로 정부가 목표로 잡은 2013년 균형재정 달성도 불투명해졌다
 
전성인 교수는 "감세를 하려면 작은 정부를 지향해 민간에게 다 맡겨야 하는데, 핸드폰 요금, 주요소 요금도 정부가 챙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낙수효과를 고려한 감세정책을 추진할 근본적인 철학마저도 부재한 정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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