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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권리찾기)(19)폐지된 통장 발급해 이자 덜주는 은행 '조심'
2011-12-09 15:40:37 2011-12-09 16:53:19
[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금융은 필요할 때 자금을 융통해 경제주체들이 원활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금융제도나 정책적 오류·부실, 금융회사의 횡포, 고객의 무지와 실수 등으로 금융소비자들이 금전적·정신적 피해와 손실, 부당한 대우를 당할 때가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금융소비자들이 이런 손실과 피해를 입지 않고 소비자로서 정당한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사례를 통해 보는 '금융소비자권리찾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19)
 
직장인 이 모씨는 주택 청약에 가입한 지 약 11년만인 지난해 11월 K은행으로부터 '주택청약 예·부금 이자지급 안내문'을 받고 올해 2월 그 동안 모인 이자 553만2185원을 지급받았다.
 
3개월 후 이씨는 지급받은 이자가 자신이 계산한 것과 많이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주택청약예금 가입 당시 발급받은 '주택 청약예금 자동적금 통장'에는 '은행은 주택청약 정기예금의 매월별 이자를 정기적금으로 자동 입금한다'는 내용이 약관에 명기돼 있었다.
 
즉, 주택청약에 예금을 하면 청약예금에 이자가 쌓이는 것은 물론 그 이자가 정기적금에 자동으로 입금돼 이자가 원금화 된 정기적금에 또 다시 이자가 쌓이므로 결과적으로 '복리이자'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K은행에 확인한 결과 K은행은 이씨의 주택청약예금에 단리 이자를 적용해왔다.
 
이씨는 "청약예금 가입시 은행직원이 주택예금에 가입하면 매월 이자가 정기적금에 자동으로 입금된다는 취지로 설명했을 뿐 이자가 단리로 지급된다고 설명한 적이 없다"며 "통장에 분명 '주택 청약예금 자동적금 통장'으로 기재돼 있고 통장 안에 적힌 약관에도 '매월별 이자를 정기적금으로 자동 입금한다'고 돼 있는데도 은행이 그 동안 아무런 안내를 하지 않고 이자를 단리로 지급한 것은 부당하다"고 K은행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K은행은 "이씨에게 발급한 '주택 청약예금 자동적금 통장'은 주택청약예금과 정기적금을 각각 개별통장으로 사용하지 않고 한 개의 통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으로 이씨가 청약예금에 가입하기 전인 1999년 1월에 폐지된 상품"이라고 밝혔다.
 
K은행은 이씨에게 더 이상 취급하지 않는 폐지된 통장을 그대로 사용해 발급했던 것이다.
 
K은행은 "이씨의 통장에는 '자동적금에 가입하면 월별이자를 매월 적금으로 자동 납입해준다'고 기재돼 있는데 이씨는 '자동적금등록내역' 란이 모두 비어있는 것이 증명하듯 자동적금을 가입하지 않았으므로 이씨에게 자동적금이 가입됐다는 전제로 이자를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K은행은 "이씨가 청약예금 가입시 은행직원이 청약예금 이자가 자동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한 적이 없으며, 이자는 단리 지급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의 엇갈린 주장에 대해 분쟁조정위원회는 "이씨가 자동적금에 가입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K은행이 폐지된 기존 통장을 사용해 이씨에게 혼란을 준 점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우선 위원회는 이씨가 발급받은 통장안에 '자동적금에 가입하시면 월별 이자를 매월 적금으로 자동 납입해 드립니다'라고 기재돼 별도로 자동적금을 가입해야 한다는 것이 명시돼 있고 '자동적금등록내역'에 아무런 내용도 기재돼 있지 않은 점을 들어 이씨가 자동적금에 가입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신규가입 신청서에 정기예금 청약만 기재돼 있고 자동적금에 관한 청약은 기재돼 있지 않은 점도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다.
 
반면 K은행은 주택 청약예금과 자동적금 동시가입이 폐지됐다면 기존에 사용하던 '주택 청약예금 자동적금 통장'을 사용하지 말아야 함에도 그대로 사용해 혼선을 초래한 점, 부득이하게 기존 통장을 사용하게 됐다면 이씨가 오해하지 않도록 안내를 충실히 했어야 함에도 이씨가 자동적금에 가입된 것으로 오인하게 한 점 등을 근거로  K은행이 이씨에게 일부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결정했다.
 
이씨가 자동적금에 가입한 것으로 오인해 10여년이 지나도록 주택청약예금의 이자를 찾지 않고 방치해 이씨가 이자를 바로 찾거나 정기적금에 가입했다면 얻을 수 있는 이자에 대해 K은행이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위원회는 이씨가 손해배상으로 청구한 이자차액분 47만6940원에 대해 K은행이 50%인 23만8470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K은행의 과실이 일부 인정되지만 통장에 기재된 '안내말씀'에 별도로 자동적금을 가입해야 이자를 적금으로 자동 납입해준다고 명시돼 있고, 자동적금등록내역에 아무런 내용이 적혀있지 않아 은행에 문의하면 자동적금이 가입돼 있지 않다는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던 점 등을 들어 이씨에게도 절반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허환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국 변호사는 "금융상품은 제조 상품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서류, 약관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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