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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의리없는 한나라당
이제와서 이명박 대통령을 버리겠다고?
2011-12-08 17:44:40 2011-12-09 12:42:00
 한나라당 돌아가는 모습이 참으로 가관이다. 자기 한 몸 살겠다고 느닷없이 '쇄신'을 외치고, '개혁'을 외치고, '탈당'에 '재창당', '신당건설'까지 그야말로 봇물이 터졌다.
 
주장하는 목소리는 제 각각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일단 살고 보자'는 것이다. 현재의 한나라당 간판으로는 도저히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비관론이 깔려있다. 20%대의 지지율로 곤두박질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는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참 의리없는 사람들이다. 정치인들이 총선을 통해서 국민들의 심판을 받는 신세라고는 하지만 정말 의리가 없어도 너무 없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외치는 주장이 무엇이건 간에 공통된 하나의 메시지는 '침몰하고 있는 난파선 한나라당에서 뛰어내리자'는 것이다.
 
지금 시중에는 한나라당을 일컬어 '168명당'이라고 비꼬고 있다. 168명이 제 각각이라는 것이다. 각자 살 길을 찾아야 하니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할 것이다.
 
또 하나 있다. 한나라당은 장차 '이명박 대통령 혼자 남는 정당'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모두 다 떠나고 이 대통령만 남는다는 이야기다. 세상 인심 참 고약하다.
 
여기서 잠깐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추진한 정책을 한번 보자.
 
4대강 사업, 종편특혜, 부자감세, 부동산 규제 해제, 정적 죽이기, 세종시 건설 백지화 시도, 서울대 법인화, 언론장악과 언론인 탄압, 한미FTA 재협상, 관치금융 부활, 공기업 나눠먹기, 고소영 인사, 표현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 탄압, 인천공항 민영화 시도, 대북 강경정책 등 무수하다.
 
그런데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이 대통령은 혼자서 저 많은 정책을 추진한 것인가? 정말 그런가?
 
대통령 혼자서 한 일이라고 답하지 못할 것이다. 모든 정책은 국회의 입법활동을 통해 추진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하고 싶어도 국회에서 반대하면 할 수 없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거의 모든 정책을 추진했다.
 
누구 덕분에? 바로 압도적 과반수 정당인 한나라당 덕분이다.
 
지금 쇄신이니, 재창당이니, 개혁이니 외치면서 난파선 한나라당을 빠져나올려는 그 어떤 국회의원들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심지어 이 대통령과는 마치 다른 정책을 가진 것처럼 포장되고 있는, 그래서 이 대통령의 대안이라고 일컬어지는 박근혜 의원도 마찬가지다. 박 의원은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정책에 반대표를 던진 사례가 거의 없다. 결과적으로는 찬성표를 던진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지금에와서 이 대통령에게 책임을 몽땅 전가하고 있다. 마치 자신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듯이 말하고, 행동하고 있다.
 
이는 굉장히 무책임한 것은 물론이고, 4년간 국정을 함께 이끌어온 이 대통령 입장에서도 굉장히 서운할 수밖에 없다. 배신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행태를 보면서 씁쓸하게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2007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열린우리당의 수많은 당시 여당 의원들은 인기가 떨어진 노무현 대통령에게 책임을 몽땅 뒤집어 씌우고는 등을 돌렸다. 탈당을 하고서는 야당 행세까지 했다. 그런데 막상 그가 서거하고 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노무현 정신'을 외쳤다.
 
정치 이전에 사람이 되어야 할 일이다. 인간의 기본 도리는 해야 하지 않는가? 최소한의 의리는 지켜야 한다.
 
지금 한나라당 의원들의 행위는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끼치는 해악도 엄청나지만, 정치를 바라보는 수많은 국민들에게 혐오감과 냉소를 주기에 충분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금이라도 자기 자신이 참여했던 수많은 입법안과 법률 개정에서 과연 어떤 표결을 했는지부터 되돌아볼 일이다. 
 
그 뒤에도 과연 이 대통령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책임을 몽땅 뒤집어 씌우고, 개혁이니 쇄신이니를 외칠 수 있는 '염치'가 남았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이번 기회에 민주당 의원들도 2007년에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는지 함께 돌아보기 바란다.
 
그리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2007년의 열린우리당을 보고 배우기 바란다. 당신들이 지금 하고 있는 행위가 바로 2007년도에 벌어진 일과 똑같기 때문이다. 당명을 바꾸고, 간판을 바꾸고, 인테리어를 바꾼다고 자신들이 했던 행위가 지워지지는 않는다. 없어지지 않는다.
 
기본적인 의리도 없이, 책임감도 없이, 인간의 기본 도리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리더로 행세하는 나라가 어떻게 선진국이 될 수 있으며, 어떻게 품격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겠는가?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난 4년간 그랬듯이 마지막까지 이 대통령과 함께 하기 바란다. 결코 이 대통령을 배신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이 책임정치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한나라당 의원들이 지금에 와서 이 대통령을 버리고, 한나라당이라는 난파선을 탈출한다고 하여 기록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국회 홈페이지를 없애고, 모든 표결 기록을 불태워버리지 않는 한 말이다.
 
인간의 기억은 망각하지만, 기록은 결코 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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