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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농협 최원병號 순항까지 '첩첩산중'
자격 논란에 선거 휴유증 극복해야
신ㆍ경 분리 관련해 "대처 소극적" 비판도
2011-11-21 17:48:24 2011-11-22 15:38:10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연임에 성공한 최원병 농협 회장을 놓고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자격 논란과 농협 전산사고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함은 물론 신용ㆍ경제부문 분리(신ㆍ경 분리)를 놓고 정부 지원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 선거 후 갈등 여전
 
지난 주 18일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선거에서 최원병 현 회장은 대의원 66%의 지지를 얻어 연임이 결정됐다. 농협중앙회 회장은 비상근직이지만 조합원 수 245만명, 총자산 287조원, 계열사 22개를 총괄하는 자리여서 '농업계의 대통령'으로 불린다.
 
최 회장의 외형상 지지세는 확인됐으나 선거 휴유증은 만만치 않을 예정이다. 
 
선거에 앞서 농협중앙회 노조와 금융노조는 최 회장의 피선거권 문제를 제기하면서 후보 퇴진을 요구했었다. 이들은 “후보에 입후보하려면 상근직인 농협문화복지재단 이사장직을 선거 90일 전에 사퇴했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아 후보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서울시 선관위에 후보자격을 놓고 유권해석 의뢰까지 했지만 선관위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농협정관에 대한 유권해석 권한이 없다“며 판단을 미뤘다.
 
선거가 지역 간 대결로 치러진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영남 출신인 최 회장과 호남 출신인 김병원 나주 남평 농협조합장이 맞붙으면서 선거는 초반부터 과열양상을 빚기도 했었다.
 
◇ "왜 강하게 정부 지원 압박 못하나?“
 
이런 상황임에도 농협 대의원들이 최 회장을 지지해준 것은 결국 내년 3월 시행되는 농협의 신ㆍ경 분리안을 놓고 최 회장의 역할을 주문한 것이란 해석이다.
 
그러나 현재는 원활한 신ㆍ경 분리를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농협은 올 3월 농협법 개정을 통해 내년 3월에는 경제부문ㆍ신용부문을 분리키로 했고 이에 따른 추가자본금을 놓고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농협은 '6조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재정건전성 차원에서 4조원만 지원이 가능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정부는 6조원 지원을 약속했지만 농협이 빌린 돈에 이자만 주겠다는 형식이어서 '혈세 낭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는 농협의 사업구조개편을 5년 미뤄 2017년에 실시하자는 법안까지 제출돼 있다.
 
유주선 금융노조 부위원장은 “최원병 회장은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을 정도로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는데 소극적”이라며 “최 회장이 정부의 꼭두각시 역할 밖에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비판했다.
 
농협의 방만한 경영도 매년 지적되지만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정해걸 의원은 "지난 5년 동안 징계를 받은 농협 임직원이 1057명에 달한다"며 비판했고  민주당 송훈석 의원은 "지난해 1억원 이상의 봉급을 받은 농협중앙회 직원이 662명에 달한다"며 방만 경영을 문제삼았다. 최 회장 역시 12억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며 질타를 받았으나 '7억원 수준'이라며 해명했다.
 
◇ 임기 마치는 첫 회장 될 수 있을까?
 
최 회장은 지난 4월 금융권 초유의 농협 전산망 마비 사고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 달 가까이 이어진 농협 전산망 불안으로 많은 고객들이 입출금, 카드 사용에 큰 불편을 겪었다. 최 회장은 전산사고와 관련해 언론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갑자기 "전국조합장모임에 참석해야 한다"며 자리를 뜨려 해 기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당시 해당 실무 임원이 사퇴하는 선에서 마무리됐고 농협 측은 "최 회장은 비상근회장으로 직접적 책임이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이 "북한이 농협 해킹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농협 측에 더 이상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 측면도 있다.
 
한편 농협 회장들은 지난 1988년 직선제 도입 후 모두 구속됐다. 직선제 첫 회장인 한호선 회장과 다음 원철희 회장은 공금유용으로, 3대인 정대근 회장은 뇌물수수로 구속됐다. 이들은 모두 연임 이후 구속됐다.
 
농협의 한 직원은 "새 회장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명예롭게 임기를 잘 마칠 수 있는 첫 회장이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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