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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SK 비자금 의혹' 전격 압수수색..그 배경은?
SK 선물투자 관련 의혹 뒷받침할 물증 포착 가능성도
2011-11-08 18:08:41 2011-11-08 18:53:36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검찰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줄곧 신중한 행보를 보여오다 수사에 착수한지 1년여만에 SK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 본격적으로 칼을 빼든 배경에 관심이 주목된다.

SK그룹 관련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던 검찰이 전격 공개수사로 전환함에따라 검찰 안팎에선 최 회장을 비롯한 SK 선물 투자 관련 의혹을 뒷받침할 확실한 물증이 포착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일단 "자금 흐름을 보기 위해 압수수색을 한 것"이라며 최 회장의 혐의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 상태다.

8일 서울중앙지검 윤갑근 3차장은 '수사의 밑그림'이 그려졌냐는 기자의 질문에 "자금 흐름을 보기 위해 압수수색 한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얘기할수는 없지만 목표는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SK 비자금' 공개수사 전환..의혹 벗을까

SK그룹에 대한 검찰의 미심쩍은 시선은 글로웍스 박성훈(44) 대표의 주가조작 사건 수사에서 비롯됐다.

검찰은 박 대표가 몽골 보하트 금광개발 등 호재성 허위정보를 유포해 글로웍스의 주가를 띄운 사건을 수사하던 중 SK그룹 상무 출신 김준홍씨가 공모한 정황을 파악하고 지난해 3월 김씨가 대표로 있는 베넥스인베스트먼트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베넥스인베스트먼트 사무실 금고에서는 175억원 상당의 수표가 발견됐으며 이 중 약 173억원이 최재원 부회장의 돈으로 드러나 검찰이 자금 추적에 나섰다.

그러나 1년가량이 지나도록 최태원 회장의 횡령 등 불법행위 단서가 잡히지 않았다.

일각에선 물밑에서 비공개로 수사를 진행해오던 검찰의 더딘 수사 행보를 놓고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검찰은 이외에도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SK그룹 계열사들이 약 2800억원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투자금 일부가 총수 일가로 빼돌려진 정황을 포착해 그동안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이 돈 중 일부가 최태원 회장의 개인 선물투자에 쓰인 단서를 잡고 증빙자료를 찾는 데 주력해 왔다.

검찰은 또 최재원 부회장이 SK그룹 계열사의 협력업체 3곳에서 비용을 과다계상하는 방식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7월 협력사 3곳을 압수수색했다.
 
또 최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최 회장의 선물투자를 맡은 SK해운 고문 출신의 무속인 김원홍씨 등의 계좌를 수개월간 추적하며 수상한 자금 흐름을 들여다 보던 검찰은 최근 SK텔레콤과 SK C&C가 베넥스에 투자한 500여억원이 2008년 자금 세탁을 거쳐 김준홍씨의 차명 계좌로 빠져나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돈이 김 대표의 차명계좌에서 무속인 김씨의 계좌로 흘러 들어가 최 회장의 선물투자에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최태원-김준홍-김원홍씨' 미묘한 관계

업계 주변에선 '최태원 회장-김준홍 대표-김원홍씨' 3인의 밀접한 관계에 비춰볼때 베넥스 자금 횡령·유용이 결국 최 회장의 선물투자를 위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김씨가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금융석사 학위를 받은 뒤 1998년 SK그룹에 입사해 3년 만에 상무로 초고속 승진한 최 회장의 측근 출신이라는 점도 이런 의구심을 키웠다.

만일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검찰 수사가 최 회장을 직접 겨냥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SK그룹 관련자들에 대한 줄소환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구체적 정황을 확인하는대로 그룹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계열사들의 투자금을 유용하거나 다른 용도로 쓴 사실은 없다"며 "앞으로 검찰 조사에 잘 응해서 의혹이 해명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계열사 전체로 '비자금 수사' 불똥 튀나

이번 SK그룹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은 계열사의 각종 경영 현안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SK텔레콤은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본입찰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이번 수사로 인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 밖에 SK이노베이션의 정유부문 사업강화, 해외 자원개발 확대, 윤활기유 등 해외시장 진출 등 최근 진행중인 사안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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