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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금융 공공성 회복하고 착취 자본주의 막아야"
조붕구 금융소비자협회 회장.."목표 실현때까지 시위 계속"
2011-10-20 18:17:44 2011-10-20 18:21:21
[뉴스토마토 박미정기자] "금융이 공공성을 회복해 금융의 공급자가 아닌 금융 소비자 중심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금융탐욕'에 반대하며 지난 14일 서울에서 열렸던 이른바 '반(反) 월가 시위'를 기획하고 주도한 조붕구 금융소비자협회 회장(사진)은 20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 회장은 정치적 목적을 갖고 시위를 벌이는 '반정부' 또는 '반체제' 인사나 일부에서 몰아세우는 '좌파'가 아니다. 중장비 전문회사인 코막중공업 사장으로 '키코라는 금융상품으로 타격을 받은 뒤 금융소비자운동에 눈을 돌리게 된' 기업인이다.
 
그는 지난주에 이어 2차로 오는 21일 '여의도를 점령하라, 금융수탈 1%에 저항하는 99%' 라는 제목의 시위를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와 금융위원회 앞에서 열 계획이다. 
 
조 회장은 앞으로 금융공공성 확보, 금융감독기관 역할 분리시켜서 소비자보호원 만들기, 금융피해자 보상과 책임자 처벌 등의 목표가 실현될 때까지 이 시위를 계속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키코 피해자 기업인들이 금융소비자협회 설립"
 
▲ 금융소비자협회는 어떤 단체인가?
 
= 금융소비자협회는 금융공급주의에 맞서서 금융소비자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해 만든 단체이다. 주로 기업과 개인으로 구성돼 있고 이사회는 시민단체, 법률가, 변호사, 법학교수, 사회단체, 기업 대표 등으로 이뤄져 있다. 금융탐욕 자본가들에 의해 금융산업 전체가 물들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 해외 수출을 주로하는 중소기업 사장인데 갑자기 금융소비자운동에 뛰어든 계기가 무엇인가.
 
= 코막중공업은 15년 전에 설립돼 전혀 손실이 나지 않았던 회사다. 그러던 중 지난 2008년에 키코라는 금융상품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이를 계기로 금융이 너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반금융탐욕 운동을 하게 됐다.
 
▲ 이번 시위 또는 홈페이지에 소개된 관련 단체 때문에 금융소비자협회가 진보적인 정치적 입장에서 시위를 주도한다는 의견도 있다.
 
= 생각하기 나름이다. 사회운동이 꼭 진보단체만 하는 것이 아니고 진보가 잘못된 것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사람이다. 그런데 금융은 진보와 보수가 상관없다. 정치적으로 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듯하다.
 
다양성이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아닌가.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저 사람들 왜그래, 나만 생각하는 주장을 외치는 것은 다양성의 기본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시위에 모인 사람들이 공산주의하자고 주장하지도 않았다. 자본주의 속에 있는데 그 자본주의가 망가졌으니까 제대로 하자는 의미다.
 
◇ "착취하는 자본가는 존경받지 못해"
 
▲ 왜 '여의도를 점령하라' 시위를 하게 됐는가?
 
= 금융은 공공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수익성 위주로 하게 되면 결국 제로섬 게임이이 된다. 은행의 공공성 때문에 결국 은행이 어려워지거나 파산하면 국민들의 혈세로 살려주는 것 아니겠나. 그런데 지금 금융은 자신들을 살려준 국민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며 자기 뱃속을 채우는 등 굉장히 탐욕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면 우리 사회 전체가 건전하게 발전을 못한다.
 
금융권의 일방주의가 완전히 고착화되면 그 시스템 속에서 불특정 다수가 희생을 당할 수밖에 없다. 내가 키코 피해 당사자이기 때문에 그 피해를 누구보다 절감했다. 이번 기회에 금융이 탐욕적 경영에 확실히 방향을 틀고 싶다. 바꾸지 않는다면 기업, 서민 모두 공멸하고 금융권만 남는다.
 
▲ 현재의 자본주의 문제점을 더 정확하게 지적하자면.
 
=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돈을 벌어서 나 혼자만 다 취하면 착취하는 자본가다. 그런 사람은 존경받지 못하고 그런 사람을 위해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이 사회를 전체적으로 봤을 때 남의 주머니 털어서 소수의 대주주들이 착취하는 것은 정상적인 자본주의가 아니다. 잘못된 것이다.
 
우리나라 은행을 보더라도 외국의 월가에서 들여온 상품을 무작위로 팔고 지배구조도 외국인들이 주로 돼 있다. 결국 이름만 우리말로 쓰인 셈이다. 수입은 외국에서 더 많이 가지고 가지만 통제를 못하고 있다. 앞에서 말한 공공성을 생각한다면 은행이 수익을 불리고 그 수익을 주주나 직원들에게만 돌리는것은 적절하지 않다.
 
우리가 비판하는 1%는 소득 상위 1%가 아니고 소수의 탐욕자들을 말하는 것이다. 이들이 바로 잡혀야 자본이 건전화 되고 사회가 건전화 된다.
 
◇ "금융 소비자 주권이 확보위해 노력"
 
▲ 금융 탐욕에 반대하는 여의도 집회는 2차에 이어 3차 4차까지 계속 이어가나는 것인가?
 
= 금융공공성 확보, 금융감독기관 역할 분리시켜서 소비자보호원 만들기, 금융피해자 보상과 책임자 처벌 등 우리의 목표가 실현될 때까지 이 시위를 할 예정이다.
 
소비자주권주의가 되지 않으면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절대 발전할 수 없다.
 
▲ 금융소비자협회의 비전은 뭐라고 할 수 있나.
 
= 우리는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어 자발적으로 달성된 단체이다. 금융피해자 문제는 과거에도 그렇지만 지금도 계속 야기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 단체를 강력한 소비자단체로 만들어 피해가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법률, 청원, 피해 보상 운동 등 이뤄져야 할 일이 많다. 정상적으로 금융 소비자의 주권이 확보됐다고 판단되고 그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협회의 활동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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