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지욱기자] 금융당국의 권위가 말이 아니다. '금융 탐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긴장한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팔을 비틀겠다고 나섰지만, 오히려 금융회사들은 이에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국이 내놓는 대책마다 업계에서는 불만섞인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 금융사 CEO는 자신의 SNS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간 감독부실과 비리 등으로 신뢰를 읽은 금융당국이 이번엔 권위마저 추락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퇴직연금 둘러싸고 은행·증권 "형평성 어긋나" 동시 반발
금융당국이 19일 내놓은 퇴직연금신탁에 예금이나 ELS등 원리금이 보장되는 자사상품 편입 비중 70% 상한선을 둔 것에 대해 업계는 동시에 반발하고 있다.
불만이 가장 높은 것은 은행권이다. 이같은 상한선의 취지는 과도한 고금리 경쟁을 막겠다는 것인데, 이를 주도한 보험사와 증권사는 제외된 채 은행이 규제의 중심에 서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에서는 8월 기준으로 99.8%에 이르는 비율로 퇴직연금 신탁에 자사상품 편입을 하고 있다. 반면 금리는 최고금리가 4.83%에 불과하는 등 다른 업권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제공하고 있다.
증권사도 반발하고 있다. 증권 쪽에서만 예외규정을 적용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보험은 자사상품이 없고, 은행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신탁 적립금이 5000만원 이내면 예외를 인정받는 경우와 달리 주가연계증권(ELS)는 예외조항이 없어 대부분을 70% 이하로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수수료 인하, 시장에 떠넘긴 당국..CEO도 '불만'
금융당국에 불만을 나타내는 것은 은행과 증권사 뿐이 아니다. 소액 결제 수수료 인하와 관련해 '시장 자율적인 답을 내놓으라'라는 당국의 방침에 카드사들도 반발하고 있다.
당국에서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답을 찾아야한다'며 우회적인 제스쳐를 취했다지만 실제로 시장을 감안하지 않은 '관치'나 다름없다는 반응이다.
지난 9월 대규모 해킹 사건으로 금융당국에 징계를 받은바 있는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소장사와 우유판매로 비유를 하며 볼멘소리를 냈다.
정 사장은 "젖소목장이 있는데 우유판매는 적자라서 정작 소를 사고파는 일이 주업이 됐다. 그런데 소 장사로 돈을 버니 우윳값을 더 낮추란다"며 "한 병 배달은 지금도 대부분 손해인데 우윳값을 한 드럼 사는 곳과 같이 하란다"고 말했다.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도 거들었다. 같은 날 최 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카드 수수료 인하 발표에도 불구하고 가맹점 업계의 수용도가 낮아 보인다"며 "수수료 인하가 이미 제공된 고객의 혜택 축소로 향해 가는 시한폭탄처럼 보인다"고 언급했다.
◇소비자·상인·업계 모두 불만..금융위-금감원은 '밥그릇 싸움'
이처럼 업계에서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지만 당국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의 밥그릇 싸움에 여념없는 모습이다.
'금융소비자보호원' 설치를 골자로 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을 두고 양 기관 간 힘겨루기가 진행 중이다.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양 기관 모두 '소비자원' 설치를 반기지 않는 모양새다. 소비자 영역은 민원이나 불만을 일일이 대응하고 처리해야돼 번거로운데다, 금융권력 기관으로서 위신도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핏대를 세우는데는 향후 밥그릇과 실질적인 권력인 '제재권' 문제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초 저축은행 피해를 양산한 책임은 양 기관 모두에게 해당할텐데 반성의 태도는 커녕 밥그릇 싸움에만 연연하고 있다"며 "이런 당국이 어떤 대책을 내놓더라도 시장의 반응은 냉소적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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