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그리스 '시한폭탄'으로 인해 확산되고 있는 글로벌 경기 불안감은 과연 해소되고 있는 것일까.
유럽과 뉴욕 등 해외시장이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고 폭락으로 패닉에 빠졌던 한국 증시와 외환시장도 비로소 안정감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독일이 그리스에 대한 자금지원에 동의함에 따라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이 전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독일의 입장변화로 인해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 낮아지더라도 이는 일시적이거나 지엽적인 청신호일 뿐 유럽·미국 등 선진국과 중국의 경제불안 요인들이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다.
그리스 지원에 대한 유럽 내부 이견이 심각한데다, 그리스 이외 유럽 국가들의 재정난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심각한 국가부채 문제로 더블딥 가능성이 높아지고 중국 역시 경제 거품 제거를 위해 재정 긴축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그리스 사태가 일단락 되더라도 글로벌 금융불안의 뇌관이 제거되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이어서, 향후 국내 금융시장의 널뛰기식 혼란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여전히 안갯속이다.
◇ 독 "그리스에 협조"..유럽·미국 증시 '희색'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지역 주요 증시가 27일(현지시간) 일제히 4~5%대 급등세로 마감했고, 뉴욕증시도 1%대 오름세로 장을 마쳤다.
그리스가 디폴트를 모면할 것이란 기대감이 간밤 해외증시에 훈풍으로 작용한 것.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날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가능한한 모든 협조를 다할 것"이라고 밝혀 투자심리가 개선됐고, 그리스 의회에서 재정 긴축의 핵심인 특별 부동산세 법안을 통과시킨 점도 호재였다.
특히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그리스 재무장관이 "80억유로의 구제금융 추가지급분을 제 때 지원받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힌 점은 그리스가 국채만기인 12월까진 디폴트를 피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으로 작용했다.
◇ 유로존 국가간 '잡음' 여전
다만 장 초반 3% 가까이 치솟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막판 1%대까지 상승폭을 줄인 것은 유럽을 향한 시장의 근본적인 우려가 아직 걷히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7월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그리스 구제금융(2차) 과정에서 민간 채권자들이 큰 손실 부담을 져야할 것임을 시사했다.
적극적인 협조 의사를 밝힌 독일과 달리 유럽경제의 또 한 축인 프랑스 내에선 독일 대비 두 배가량 그리스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자국 은행들이 이같은 손실을 매우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선 유로존을 형성하고 있는 17개국들이 그리스를 둘러싼 유럽 안팎의 분위기를 어떻게든 양호하게 보이기 위해 애 쓰고 있지만 불안요인을 모두 잠재우기엔 난관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김지성 노무라증권 리서치 헤드(전무)는 이날 "유로존 국가들이 그리스 사태 진화에 진땀을 빼고 있지만, 재정문제가 근본적인 해결점을 맞는다는 게 그리 쉬운 얘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지성 전무는 "많은 투자자들이 사실상 그리스의 디폴트를 가정하고 시장을 보는 현 시점에서 유로존이 그리스를 구제할 준비가 덜 돼 있다는 시그널이 조금만 보여도 시장은 다시금 출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분간 그리스발 호악재에 얽혀 글로벌 증시가 변동성 장세를 보이는 한편, 투심 또한 냉온탕을 오갈 것이란 관측이다.
김 전무는 "그리스를 향한 스토리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랬다 저랬다'를 반복할 테고, 불행히도 조만간 발표될 미국 등 글로벌 경제 데이터들조차 증시에 호재보다는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 美 부채·中 유동성 문제도 '암초'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초점은 유럽에 맞춰져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미국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품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는 이날 "심각한 경제 문제를 안고 있는 지역은 유럽 뿐이 아니다"며 "미국엔 그리스보다 덩치가 큰 일리노이주를 비롯, 캘리포니아, 뉴욕 등 악성·파산 직전의 지역들이 더 많이 있다"고 말했다.
규모로 따지면 미국은 유럽보다 부채도 많을 뿐더러 구조적인 문제 역시 함께 안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의 긴축조짐 또한 글로벌 증시 상승에 걸림돌로 지목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다음 달까지는 이같은 긴축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됐다.
박래정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18일 '중국 물가상승률 6.2%의 의미'라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물가상승률이 8월 들어 소폭 떨어졌지만 내리막으로 돌아섰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며 "9월 지표가 나올 때까진 몸을 움츠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중국의 부동산시장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며 "부동산 거래가 지금보다 30% 감소할 경우 대부분 부동산 기업들이 유동성 압박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들 부동산 개발사의 내년 매출이 10%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장기적으로 중국경제 전체에 위협요인이 될 수 있어 글로벌 경기의 또 다른 지뢰로 부각된다. 아직 터지진 않았지만 중국 지방정부와 부동산 개발업자들 간 유동성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 측에서 공식적인 데이터 공개를 꺼리고 있어 구체적인 부실 규모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부동산 개발을 위해 정부가 업자들의 대출 보증을 무리하게 서줬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던 중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부실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부실 규모가 커지면 중국 금융기관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는 단기 우려사항인 '긴축문제'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을 불러올 수 있는 중국경제, 아울러 세계경제의 잠재 위협요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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