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한국은행이 석달째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대외 불안요인으로 경기가 둔화될 위험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소비자물가 5%라는 대내변수보다 대외여건이 더 중요한 변수라고 판단한 셈이다. 하지만 금리 동결로 물가불안과 가계부채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됐다.
◇ 기준금리 또 동결..대외불안으로 성장 경로 불확실성 ↑
8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3.25%로 동결했다. 지난 6월 연 3.00%에서 0.25%포인트 인상한 뒤 3개월 연속 동결이다. 금리 동결 배경에는 여전히 대외 불확실성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은 고용이 늘지 않는 등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고 유럽은 그리스와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는 등 재정우려가 재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최근 들어 수출이 크게 둔화되고 무역흑자 규모도 급감하는 등 국내 실물경기 충격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도 금리 동결에 힘을 실어줬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간담회에서 "국내 경제는 장기추세의 성장을 이어가겠으나 해외 위험요인의 영향으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한다"며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인플레 압력보다 경기둔화를 우려하는 상황에서 서둘러 금리를 인상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물가를 생각하면 올려야하는데 대외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전개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금리를 올리기에 적절한 시점은 아니라는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실장도 "어느 때보다 금리인상과 금리동결의 논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며 "다만 시기적으로 추석을 앞두고 금리를 올려서 유동성을 줄이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것 같다"고 진단했다.
◇ 인상시기 놓친 한은..물가불안 '주범'
하지만 5%대인 소비자물가와 급증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외면했다는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들어 7개월 연속 한은의 중기 물가안정목표치 상단인 4%를 웃돌았고 급기아 8월에는 3년 만에 최고치인 5.3%로 치솟았다.
김 총재는 "농산물가격의 큰 폭 상승으로 물가상승률이 5%대로 높아졌다"며 "앞으로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등으로 당분간 높은 물가상승률이 이어질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천재지변, 유가 및 원자재 가격 급등 모든 요인을 감안한다해도 물가상승률 5%는 한은이 실기했다는 비난을 듣기에 충분하다. 최근 정치권에서 물가 불안은 한은의 더딘 금리 인상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권관계자는 "금리 정책에 있어 금리수준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적절한 시기인데 경기회복 국면에서 한은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오늘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 900조 가계부채는 어쩌나
가계부채 문제에서도 한은은 자유롭지 못하다. 가파르게 증가한 가계부채는 최근 900조원에 육박하면서 금융당국이 규제에 나섰지만 오히려 증가 규모만 확대됐다.
강준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당국 대책에도 최근 마이너스대출이나 제 2금융권 대출이 늘어난 것은 결국 금리수준이 낮기때문이다"며 "당국의 은행 지도만으로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잇달아 가계부채 문제해결을 위해 한은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제어하려면 총유동성관리가 적절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권혁세 금융감독원장도 "가계부채에 대한 한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김 총재는 "중앙은행이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금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매우 큰 수단으로 신중해야 한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한은법 개정으로 물가안정 외에 금융안정도 추구해야 하는 한은으로선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