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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IT코리아)②나노분야 '스티브 잡스' 만든다더니..'돈먹는 하마'
現대학, 현장 실습 장비 '無' ..10년간 7천억 쏟아도 빛 못봐
졸업생 대부분도 전문가의 길 외면
2011-09-08 16:34:56 2011-09-08 16:36:15
[뉴스토마토 박민호기자] 스마트폰의 출현은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의 영역별 경계선을 무너뜨렸다. 휴대폰 시장의 절대강자였던 노키아가 속절없이 무너지는 등 글로벌 IT전쟁은 더욱 빠르고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급변하는 상황속에 그동안 IT강국임을 자부해 왔던 우리나라의 IT산업도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MB정부 이후 IT산업을 홀대하면서 'IT강국 코리아'는 점점 힘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IT 위기론이 부상하고 있는 현재 한국 IT산업의 현실과 문제점들을 3편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②
 
MB정부가 강조한 IT산업의 육성 분야 중 하나는 '나노융합'이다.
 
정부는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기술부를 중심으로 그간 부처별로 운영해온 국가 나노인프라 시설의 연계강화에 나서고 기업·대학·연구소 등에 서비스를 제공할 '국가나노인프라협의체'를 지난 8월 출범시키키는 등 뒤늦게나마 나노기술에 관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지식경제부가 지금까지 진행중인 나노융합산업 전문인력 양성 사업 등을 보면 정부의 의지가 무색할 정도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나노융합 관련 정부 프로젝트는 사전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고, 나노 관련 고급인력확보도 시기를 놓쳐 지지부진한 상태다.  
 
◇ 現대학, 현장 실습 장비 '無' 실무기능교육 불가능
 
8일 지식경제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운영중인 나노학과의 경우 나노융합인재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기본적인 우수인력 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업현장에서는 우수전문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지만 나노학과 졸업생은 이와 달리 나노기업에 진출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지경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재 나노학과 졸업생의 경우 나노기업에 취업한 경우는 27.2%로 4명 중 1명만 전문영역을 살리고 그외 졸업생은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나노와 전혀 관련없는 분야로 진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업계에서 나노관련 우수인력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2009년에 45%, 2010년 60%로 늘어나 전문인력이 필요하지만 쓸만한 인재가 없음을 시사했다. 
 
한편 최근 인천대학교는 생명과학기술대와 해양학과를 신설하는 대신 이공계열의 나노공학과와 생명과학부를 없애기로 해 나노학과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기존 나노학과 교육은 이론중심으로 운영되다보니 체계적인 나노융합 교육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나노융합기술을 가진 실무형 우수인력을 확보하는게 여전히 어렵다"고 말했다.
 
또 "현재 대학교육기관에서는 현장에서 필요한 고가의 나노관련 시설과 장비가 구축돼 있지 않아 실무기능 교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산업계도 10곳 중 6곳은 실무경험이 부족한 인력을 채용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 '나노융합 2020' 빚좋은 개살구
 
이에 지경부가 나노인재를 민간이 아닌 정부가 직접 맡겠다며 야심차게 출범시킨 '나노융합 2020’ 프로젝트 역시 차질이 예상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현재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계획중인 '나노융합 2020' 사업의 타당성을 조사한 결과 나노기술 분야 사업의 경제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결론내렸다.
 
평가원이 '나노융합 2020' 사업계획서에 대한 비용의 현재가치와 편익의 현재가치를 따진 결과 편익은 1조2752원이지만 현재가치는 5124억원으로 순현재가치(NPV)는 -7628억원, 비용·편익비(B/C ratio)는 0.40에 그친 것이다.
 
이는 '나노융합 2020'의 정책이 돈은 많이 드는데 사업 경제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업성공률도 대부분 30% 안팎이고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에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 평가원이 내린 예비타당성조사 후 결론이다.
 
◇ 밑빠진 독에 돈 붓기..무늬만 리더양성
 
정부는 지난 2001년 `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한 이후 전국적으로 6개 지역에 7700억원을 투입해 국가 나노인프라 시설을 구축·운영해왔지만 당초 계획과는 달리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나노융합 2020' 사업의 경우 국고 1조3500억원과 민자 4000억원으로 1조7500억원이 9년간 투입될 계획이다.
 
이중 민자가 총 사업비의 23%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간 400억~500억원이 지원되지만 국내 기업들의 매출규모와 여력을 봤을때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조사결과 검증됐다.
 
특히 '나노융합 2020'에 참여의향서를 제출한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R&D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대부분이어서 사업이 표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지경부는 현재 대구와 포항, 광주, 전북 등에 구축된 나노인프라기관에 실용화아카데미를 운영하고, 나노융합 기술을 리드할 'NT-MIDAS'(핵심리더)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또 대학에 MOT(Management Of Technology) 과정을 적용하고 공학과 경영을 연계해 나노분야에서 신사업기회를 창출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사업가능성과 실질적인 성과가 없는 나노산업 육성정책에 대해 또다시 형식적인 탁상행정을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뉴스토마토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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