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아이리버, 실망감과 배신감의 사이
2011-07-13 17:52:36 2011-07-13 17:52:50
[뉴스토마토 황상욱기자] 지난 1999년 '레인콤'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벤처 1세대 아이리버(iriver). 2001년 초박형 MP3 CD 플레이어를 출시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이리버(060570)는 2003년 플래쉬 타입의 iFP-100 MP3 플레이어를 출시, 전 세계적으로 100만대 이상 팔리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프리즘'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이 MP3는 미국, 유럽 등지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IT 전문잡지로부터 100대 우수제품에도 선정되는 등 아이리버가 세계적인 IT기업으로 발돋움하는데 기여했다. 당시 중고등학생에게는 하나쯤 갖고 싶은 선망의 대상, 요즘 말로 하면 '국민 MP3 플레이어'라 불릴 정도였다.
 
혁신, 디자인, 역동성, 고속성장의 대명사로 불리며 2003년 화려하게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아이리버는 상장 당시 10만5200원이라는 기록적인 주가를 기록, 명성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레인콤 설립자 양덕준 사장의 주식 평가액은 1600여억원에 달해 국내 재계 순위 30위권에 랭크되기도 했다.
 
그랬던 아이리버였다. 가족 중 한 명쯤은 아이리버 제품을 갖고 있을 정도였고 성공적인 상장으로 수많은 벤처 기업들을 증시로 이끌었던 아이리버다. 젊은 개발자들에게 성공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줬음은 물론이다.
 
지난 11일 저녁 아이리버는 '아이리버, 최초 구글 이북(ebook) 전용 전자책 출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구글과 콘텐츠 협력 계약을 맺고 최초로 구글 이북이 연동되는 전용 전자책 단말기를 내놓는다는 내용이었다.
 
구글 이북이 보유한 300만권이 넘는 전자책을 공짜로 볼 수 있고 수십만권의 유료 전자책도 쉽게 구매해 이북으로 볼 수 있어, 몰락해가던 아이리버에게는 회심의 일격임이 분명하다.
 
박수를 쳐줘야 할 훌륭한 성과지만 기자의 입장, 아니 아이리버를 사랑했던 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실망감에 씁쓸했다. 정확히 딱 두 달 전 아이리버의 대응 때문이다.
 
코스닥시장에 관심 있는 투자자라면 지난 5월11일 아이리버가 구글과 제휴를 맺고 단말기는 아이리버가, 콘텐츠는 구글이 제공하기로 협상 중이라는 소식을 접했을 것이다.
 
증시에 이 사실이 알려지며 아이리버는 개장 직후 거래량이 폭발,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했다. 그러나 곧 차익매물이 쏟아지며 소폭 상승 마감했다. 이튿날 아이리버는 이 사실에 대해 공식 부인했다.
 
아이리버 관계자는 "구글과의 전자책 사업 협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시장에서 루머가 돈 것으로 안다"고 답했었다.
 
정확히 두 달 뒤인 12일 아이리버 관계자는 "사실 당시부터 구글과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다"며 "초기 협상 단계였기 때문에..."라고 말끝을 흐렸다. 마치 영화 '식스센스', '유주얼 서스펙트' 같은 반전이다.
 
주가의 움직임은 더욱 드라마틱하다. 지난 7월1일부터 6거래일 연속 소폭 상승세를 기록하더니 11일에는 180여만주라는 폭발적인 거래와 함께 14.81% 급등했다. 그런데 협력 발표 직후인 12일에는 320여만주가 거래되며 하한가로 급락했다.
 
누가 봐도 이미 시장에서는 아이리버의 발표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것 외에는 설명할 수 없는 주가 움직임이다. 그저그런 종목이 아니라 '아이리버'였기에 더욱 안타깝기까지 했다.
 
어쨌거나 상황은 종료됐다. 초창기 MP3 CD 플레이어부터 아이리버 팬이었던 사람들에겐 충분히 실망감을 안겨줬다. 이제 다시 '혁신'을 보여줄 때다. 애플 '아이팟'과의 전쟁에서 밀리며 추락을 거듭했던 아이리버가 구글과의 협력을 계기로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벤처 신화를 써주기를 기대한다.
 
뉴스토마토 황상욱 기자 eye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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