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상욱기자] 선물·옵션 거래를 위한 증거금이 없는 일반 투자자가 업체로부터 계좌를 빌려 투자하는 일명 '대여계좌'가 성행하고 있다.
소액으로도 선물·옵션 투자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인기를 끌면서 관련 업체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금융감독원은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두손을 놓고 있어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선물·옵션 투자를 위한 계좌를 대여해 주는 업체가 급증하고 있다. 주요 포털에 광고를 게재하는 것은 물론 홈페이지와 자체 홈트레이딩시스템(HTS)까지 갖추고 투자자들을 유도하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르면 개인이 선물·옵션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지수에 연동되는 위탁 증거금을 내야 한다. 현재 선물지수가 250포인트라면 여기에 50만원(1계약)을 곱하고 13.5%를 다시 곱해 나온 1687만5000원의 증거금이 필요하다. 1계약 거래를 위해 약 2000만원 가까운 돈이 필요한 셈.
이 때문에 증거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는 투자자들을 위해 투자금을 빌려주는 업체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대여계좌업체들은 일반적으로 증거금이 채워진 계좌를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운영된다. '합의차명'이란 형태인데 사실상 법적으로 허용된 형태다.
과거에는 대여계좌에 넣어준 금액에 따라 일정 정도의 정해진 이용료(수수료)를 받았다. 사실상 이자다. 예를 들어 2000만원 정도가 들어있는 계좌라면 매일 2만원에서 3만원 정도의 이용료를 받았다. 단순 계산해도 연 20~30%의 이자를 내야만 했다.
최근 들어서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계약에 따른 매매수수료로 0.0015~0.0020% 정도를 떼어가고 있다. 선물·옵션 투자자들은 거래 금액이 큰데다 대부분이 초단타 매매거래 형태여서 수수료 수입도 상당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로 대부업체들이 대여계좌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체로는 손해볼 것이 없는 유망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입장에서 이런 대여계좌로 인한 장점도 있다. 증거금이 없어 투자를 하지 못한 이들이 시장에 들어올 수 있게 된데다 규모가 있고 시스템이 갖춰진 업체라면 로스컷(loss-cut) 규정을 만들어 큰 손실을 막아주기도 한다. 그러나 타인의 계좌를 빌려 거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업체가 도산하거나 도피할 경우 돈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위험성이 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합의를 기초로 한 사인간의 거래여서 마땅히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가 없다"며 "관련 업계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에도 기본예탁금(1500만원)이 도입되면 대여계좌가 더욱 성행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투자자들의 수수료로 업계의 배만 불리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토마토 황상욱 기자 eye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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