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시험으로 약효를 검증하지 않은 복제약들이 무더기로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어서 약효 논란이 예상된다.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제약업계에 따르면 '오리지널' 신약과 약효가 동등하다는 것을 인체시험으로 확인하는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 입증을 거치지 않은 혈압약 복제약 125종과 진통제 복제약 171종이 최근 국내 시판허가를 받았다.
식약청은 최근 생동성 시험 없이 용해속도를 보는 시험 결과만으로 ▲중증 통증에 사용하는 진통제 '울트라셋'계통 복제약 125개 ▲혈압약 '코자플러스' 복제약 93개 ▲혈압약 '코디오반' 복제약 24개 ▲혈압약 '코아프로벨' 복제약 8개에 대해 허가를 내줬다.
이 가운데 진통제 복제약 125개는 약값 결정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9월부터 시판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약물이 인체시험 결과를 제출하지 않고도 시판허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한 가지 성분으로 된 약에 대해서만 생동성 시험을 하도록 돼있을 뿐 2가지 이상 성분으로 된 약물은 시험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다국적 제약사의 임원급 관계자는 "복합성분 의약품에 대해 생동성 시험이 의무화되지 않은 제도상 '허점'을 노리고 복제약들이 무더기로 시판허가를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복제약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생동성 시험이 도입된 점을 고려할 때 2개 성분 복제약 역시 환자의 안전과 약효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복제약의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생동성 시험을 도입했다면서 복합성분 의약품을 제외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회도 최근 식약청에 보낸 건의서에서 "생동성이 입증되지 않은 복합제를 허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국민건강의 관점에서 논의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특히 주요 성분 하나만으로 복제약을 만들면 생동성 시험을 거쳐야 하지만 이 성분을 주성분으로 사용하면서 여타 성분을 섞은 복제약은 시험을 거치지 않아도 돼 무늬만 복합성분인 약들이 생동성 시험을 거치지 않고 대거 시판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식약청은 이에 대해 "생동성 시험을 처음부터 전면 도입할 수 없어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복합성분 약물은 분석상의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있어 아직 생동성 시험을 의무화하지 않았다고"고 설명했다.
그러나 분석상 어려움을 이유로 복합제제 전체에 대해 생동성 시험을 실시하지 않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국민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의 직무유기에 해당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내 상위권 제약사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 역시 복제약 출시를 늦추고자 하는 숨은 의도가 있지만 논리적으로는 타당한 면이 있다"며 "복합성분 의약품에 대해 생동성 입증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복제약에 대한 신뢰도 측면에서도 많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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