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애널리스트로 산다는 것은...'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
어려움도 좋은점도 반반.. 사는건 똑같아
애널리스트 연배와 내공은 비례
2011-06-13 11:03:54 2011-06-15 18:56:52
[뉴스토마토 안승현기자] “요즘 젊은 친구들 연봉 많은 것을 자랑 하는데, 그렇게 해서는 오래 가지 못합니다”
 
온화한 미소를 띤 얼굴이지만, 안경 뒤의 서늘한 눈빛처럼 그의 말은 단호했다. 국내 최고참 리서치센터장 이자, 애널리스트로써 보내온 세월을 떠올려 볼 때 요즘의 증권사 연구원들은 지나치게 연봉에 집착한다는 게 그의 얘기.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전무는 분명히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그는 증권업계 경력 22년, 이중 증권사의 꽃 애널리스트들의 ‘보스’인 리서치센터장만 올해로 9년째다. 이 전무는 한화와 교보, HMC를 거쳐 올해 솔로몬투자증권의 센터장으로 둥지를 옮겼다.
 
“애널리스트 연봉이 5억원씩 된다고 했을 때, 회사 입장에서 그 친구를 얼마나 데리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고액 연봉은 결국 애널리스트를 단명 시키는 원인입니다”
 
높은 연봉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애널리스트들이 부럽다고 하자 돌아온 대답이다. 고액 연봉에 대한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이 때문에 오래 가지 못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현역에 있을 때 최대한 몸값을 올리려고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게 현 세태의 문제라는 것.
 
이 전무에게는 늘 두 가지 수식어가 붙는다. 하나는 ‘최고참’, 그리고 두 번째는 ‘증시비관론자’. 그는 후자의 경우 전혀 개의치 않지만 ‘최고참’이란 말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점점 젊어지고 있는 증권업계 연구원들의 연배와 비교해 볼 때 그의 경력은 자칫 ‘노회’한 이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증권업계에는 50~60대 넘은 애널리스트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증시가 몇 번 뒤집어 지는 것을 직접 겪은 사람들이죠. 이들이 내는 보고서와 학교를 갓 졸업한 연구원들의 분석은 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충분한 경험을 몸으로 체득한 애널리스트들은 시장을 관조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부화뇌동하지 않지만, 젊은 세대들은 그 점이 부족한 것이 늘 아쉽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분위기가 좀 무거운 것 같아 다른 화제로 말을 돌렸다. 무려 20년 넘게 하루하루를 치열한 전쟁터에서 살아온 그에게 애널리스트로 사는 것에 대해 묻자 ‘별반 다를 거 없다’는 싱거운 대답이 돌아왔다.
 
이 전무는 “그렇게 정신없이 바쁘지도 않고 생각하시는 것만큼 넉넉하게 살지도 않습니다”며 “매일 같이 리포트를 내는데, 기관투자가들 눈치도 봐야하고 사는 건 다 똑같습니다”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매일 같이 글을 써야 한다는 입장에서 기자와 애널리스트는 공통점이 많다. 기자는 기사를 잘 못쓰면 담당 데스크에게 혼쭐이 나는데 애널리스트들도 그러는지 궁금해졌다.
 
그는 “최대한 직접 검수를 하는데 솔직히 모든 리포트들을 다 보지는 못합니다”며 “분석이 잘못되었거나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반드시 이를 지적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최대한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경력이 적은 친구들의 경우에는 분석을 떠나서 문장 자체를 아예 잘 못쓰거나 맞춤법이 틀리는 경우도 간혹 있는데, 이럴 때는 심한 말을 하고 싶지만 꾹 참는다”면서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증시전망이 ‘비관론자’ 치고는 긍정적이었다고 하자 그는 농담조로 “좀 더 내릴 생각도 있었는데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며 “비관론을 내서 한번 맞으면 한동안 ‘족집게’ 라는 칭찬을 듣기는 하는데 도리어 핀잔을 놓는 분들도 계십니다”면서 웃음을 지었다.
 
이 전무는 평생을 시장 분석에 매달렸고 투자자들을 위한 나침반역할을 자처해 왔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사람의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것. 시장 상황이 어쨌든 간에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오르기를 바라는 염원이 자리 잡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에게 ‘정답’은 없으며 남들이 이성적이지 않을 때 마지막까지 이성을 지켜야 하는 것이 본분이라는 그의 철학은 그래서 더더욱 경륜이 묻어난다.
  
 
뉴스토마토 안승현 기자 ahn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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