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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부' 지킨 검찰, 거악(巨惡)은?
정관계 로비 사실상 수사 끝..부실감사로 중심 이동
2011-06-10 15:21:38 2011-06-16 18:25:56
[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검찰이 사실상 대검 중수부 지키기에 성공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스스로 천명한 바 있는 '거악(巨惡) 척결'의 과제를 이행해야 하는 부담을 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과 법조계 주변에서는 현재까지 구속한 인사들을 넘어서는 정관계 로비를 잡아내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 물건너가는 중수부 폐지..거악척결 부담 남아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는 10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지난 3일에 발표한 `대검 중수부 폐지' 발표가 여야 합의인지 여부를 놓고 입씨름만 벌이다 정회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등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대검 중수부를 일단 존치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형편이다. 청와대가 검찰 편을 들고 나서면서 이미 예견된 상황이기도 하다.
 
따라서 다수 여당인 한나라당의 합의를 이끌어내 못한 대검 중수부 폐지는 사실상 물건너가는 모습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별다른 수사를 하지 않았던 대검 중수부가 지난 3월부터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사건을 직접 수사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되던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검찰의 부담은 지금부터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거악척결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웠던 검찰로서는 이제 그 실체를 증명해야 하는 부담이 남아 있다"며 "그러나 처음부터 실체가 모호했던 거악을 척결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국민들의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막연한 혐오증을 이용한 측면이 있다"면서 "무차별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의혹을 제기한 국회가 오히려 검찰을 도와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거악의 실체, 정관계 로비는 아직 오리무중
 
지난 3일 국회 사개특위가 대검 중수부 폐지를 발표하자 김준규 검찰총장은 "지금 진행 중인 저축은행 수사를 끝까지 수행해 서민의 피해를 회복하겠다. 수사로 말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김 총장의 이런 의지와는 달리 현재 검찰 수사는 정치권 로비 혐의를 잡아내는 데 실패하고 있다.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과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이 부산저축은행의 브로커 윤여성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기는 했지만, 당사자들은 부산저축은행 퇴출 저지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업무 연관성이 부인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경우 부산저축은행 퇴출 저지를 위한 정관계 로비는 실체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특히 검찰은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을 지난 9일 소환조사해 강도높은 수사를 벌였지만 아직 뚜렷한 범죄혐의를 포착하지 못했다. 이번 주말에 추가 소환조사를 벌일 예정이지만 김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바꿀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대검 중수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로 강하게 제시했던 정치권 로비는 오리무중이다.
 
오히려 정치권 로비에 대해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중인 삼화저축은행 쪽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구속된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회장과 친분이 있는 정관계 인사 이름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마저도 범죄혐의가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단순한 친분관계'에 그치고 있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대검 중수부가 존재해야 한다는 주장이 머쓱해진다.
 
결국 대검 중수부가 '거악'의 실체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구속한 브로커 윤여성씨 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궁색한 형편이다. 그나마 현 정부와의 연결고리로 알려진 소망교회 장로 박태규씨는 해외로 도피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법조계 주변에서는 "정관계 로비와 관련한 중수부 수사는 사실상 끝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종창 전 금감원장 수사로 사실상 끝이라는 이야기다.
 
◇ '성공한 로비'와 회계법인 부실감사로 턴?
 
실체없는 정관계 로비에서 성과를 내기 힘들다면 검찰 수사는 사실상 두 가지를 남겨놓게 된다.
 
하나는 '성공한 로비'에 대한 수사다. 즉 퇴출을 모면한 저축은행 가운데 로비를 통해 살아남은 저축은행의 비리 실체를 밝히는 일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수사를 확대하기엔 검찰의 부담이 크다.
 
한때 프라임저축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가 알려지면서 수백억원의 예금이 인출되는 등의 현실을 감안할 때 검찰이 쉽게 수사를 확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검찰이 실질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은 저축은행에 대한 회계법인의 부실감사와 대주주 등의 불법대출을 계속 찾아내는 일이다.
 
서울중앙지검(검사장 한상대)은 10일 금융·기업범죄 수사의 핵심인 회계분석 업무를 담당할 '회계분석반'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경력직 공인회계사 2명을 7급 검찰 수사관으로 특별 채용해 13일 공식 출범한다. 
 
뉴스토마토 권순욱 기자 kwonsw8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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