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대출급증..'서브프라임사태'수준
(시한폭탄가계빚)②고소득자→저소득자로 부실 우려 확산
2011-04-05 16:04:36 2011-04-05 19:28:35
[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가계대출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리상승기를 앞두고 800조원에 달하는 가계빚은 고물가와 소득양극화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워지고 있는 가계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경기 전반에 시한폭탄으로 작용한다는 우려도 커진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는 서민과 저소득층의 대출이 급증하면서 한국판 '서브프라임사태'가 터질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가계부채 문제의 원인과 문제점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가계부채 구조를 보면 대출의 60~70%는 상환능력이 있는 고소득자의 대출 비중이 높으며...우리 금융기관의 건전성도 양호하다."
 
지난 2010년 정부가 총부채상환율(DTI) 규제 완화를 뼈대로 하는 이른바 '8.29부동산대책'을 내놓을 당시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의 말이다.
 
금융기관 대출의 대부분이 고소득자라서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도 부실화와 금융안정성에 큰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정부는 물론 시중은행들도 이런 견해를 내놓으며 가계부채 문제를 지나치게 심각하게 보는 견해를 무시했다.
 
그러나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입장을 바꿨다. 올해 정부의  경제운용방향 가운데 '가계부채 중점관리'를 넣었고 다시 3개월 후에는 "가계부채는 잠재적 폭탄'이라는 '폭탄발언'을 내놨다.  
 
정부가 불과 몇달만에 가계부채에 대한 입장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권에서는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급증'을 꼽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급증에 이어 지난해부터 고용불안과 실질소득 감소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저소득층들이 빚을 내면서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 작년 하반기 이후 전세값이 폭등하면서 서민·저소득층의 전세자금 대출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 팍팍한 생계에  저신용등급자들 비은행권 가계대출 급증
 
작년말 우리나라 가계대출은 746조원,판매신용을 포함한 가계신용은 795조4000억원으로 8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작년말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잔액은 431조 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4%늘었으나 비은행권의 가계대출잔액은 314조 5000억원으로 같은기간 11.3% 증가했다.
 
최근에는 비은행권 가계대출이 은행권을 앞서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올해 1월말 비은행권의 가계대출은 164조 7060억원으로 작년말 164조 4280억원에 비해 2790억원 증가했다. 같은기간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431조4570억원에서 431조 2110억원으로 2460억원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신협과 새마을금고 등 신용협동기구들의 경우 가계대출 증가율은 15%까지 달했다. 저소득층의 소액대출이 많은 카드론도 급증추세다. 작년말 기준 카드업계의 대출잔액은 23조 9000억원, 전년 16조 8000억원에 비해 42.3%늘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시중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며 대출문턱을 높였고 결국 서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고금리인 비은행권으로 몰렸기때문으로 분석된다.
 
생계형 대출 증가는 주택시장도 마찬가지다.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지난 2월 2조9525억원으로 전년 1조4575억원에 비해 무려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득보다 전세값 상승이 가팔라지면서 대출에 의존하지 않고는 전세를 얻을 수 없는 구조라 대출급증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 채무조정 속출..상환능력 지표는 美 서브프라임 사태 수준 넘어
 
비은행권이나 전세자금대출의 주체는 경제여건이 취약한 서민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향후 금리인상기에 가계부실화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윤증현 장관은 3.22 대책을 발표하면서 "가계부채의 70%는 감당여력이 있는 고소득자며 저소득층은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을 늘리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윤 장관의 발언과 달리 현실은 녹록치 않다. 개인의 부채 상환능력은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기때문이다.
 
작년 4분기말 국민총소득(GNI)증가율은 0%를 기록한 가운데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43%였다. 가계가 갚아야 하는 빚이 소득보다 많은데 소득은 전혀 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대출상환을 힘들어 하는 채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채무조정과 전환대출 상담을 위해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은 이들이 지난 2009년말 54만명에서 올2월말 108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서민을 중심으로 한 가계부실이 현실화되면서 일각에서는 '한국판 서브프라임사태'가 멀지 않았다는 우려의 시각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사태도 근본 원인은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의 가계부채가 지나치게 늘어 빚을 갚을 수 없었다는 데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가계부채의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의 경우 작년말 우리나라는 143%였다. 이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07년 140%를 이미 넘어섰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위험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때보다 높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미국의 서브프라임사태가 터졌을 당시 우리나라의 부채비율도 상당한 수준이었는데 더욱 심각한 것은 그 이후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위기가 지금 시작된다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고 우려했다.
 
 
뉴스토마토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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