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무대책 `뒷북` 정부..추락하는 서민
(특별기획)전세대란, 끝이 안보인다
'빚'권하는 전세대책..추락하는 서민 "삶의 질은 없다"
2011-02-21 16:00:00 2011-02-21 18:51:22
[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 "이제 집 갖고 싶다는 욕심 부리지도 않아요. 그냥 지금 사는집에서 만족하며 살겠다는데...어디까지 내몰 셈인거죠?"
 
사당동 H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이종현(64.가명)씨는 악착같이 일해 두 자녀를 대학교육에 결혼까지 시켰지만 '내집마련'의 꿈은 너무나 멀었다. 이씨는 내집 마련의 욕심을 버리고 전셋집에서 안정적으로 살기로 결심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씨는 아내와 함께 2년전부터 1억5000만원에 20평대 아파트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데 최근 주변의 전셋값이 치솟자 집주인이 전세를 2억8000만원으로 올릴테니 보증금을 더 주든지 매달 월세로 100만원을 내든지 선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월 수입이라곤 경비일을 하며 벌어오는 월 90만원이 전부인 이씨는 눈앞이 깜깜하다.
 
◇ `빚` 권하는 전세대책..월세 전전하는 서민으로
 
정부는 지난달 13일 전월세시장 안정대책에 이어 지난 11일에는 보완대책도 내놨다.
 
전셋값 상승에 따른 세입자의 부담완화를 위해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의 무주택 세대주에게 전세자금 대출한도를 6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늘리고, 대출금리도 4.5%에서 4.0%로 0.5%포인트 내려 전세난을 잡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의 대출권장 대책에 따라 다행히 대출조건에 적용되는 이씨는 8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주인이 올려달라는 금액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도인 8000만원을 다 빌릴 경우 이씨가 갚아야 할 연간 이자만 320만원에 달한다.
 
이씨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외곽의 아주 싼 지역으로 밀려나거나 더 좁고 오래된 집으로 옮겨가는 것"이라며 "나름 열심히 일하며 떳떳하게 살아왔는데 삶의 마지막 길이 전세난민이라고 생각하니 서글프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제는 전세 매물조차 나오지 않기 때문에 소득도 거의 없는 내가 월세로 전전하게 될까봐 두렵다"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대책이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이씨는 무주택자여서 전세자금 대출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연소득 3000만원을 단돈 1000원이라도 넘는 세대주는 대출자격도 안된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정부의 2.11 대책 발표후 논평을 내고 "무주택 세대주나 저소득 가구에 대한 전세자금 지원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부재한 채 `빚을 더 내줄테니 전세값 올려줘라`고 하는 것은 결코 근본적인 전세난 해결책이라고 볼 수없다"고 지적했다.
 
◇ 민간 임대사업 효과는 `2년 지나야`
 
사회 초년생인 박주호(30.가명)씨는 여의도 근처에 빈방을 찾기 위해 2주동안 부동산을 찾아다니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겨우 방 하나를 구했다.
 
여의도에서 좀금 떨어지긴 했지만 당산역쪽에 5평짜리 원룸을 보증금 500만원, 월세 50만원에 임대했다. 6000만원이 넘는 전세를 감당할 수 없는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박씨는 계약 당시 40여개의 방이 내놓자마자 하루만에 다 나갔다는 주인의 말에 이 방마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까봐 바로 계약금을 걸었다.
 
사당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신태우실장은 "부모님까지 모시고 보증금 500에 월세 40여만원짜리 방을 구하는 손님이 하루에 4~5건이나 된다"며 "방이 없어 소개해줄 수 조차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수도권의 임대주택은 공급이 매우 부족하다. 이 같은 사정을 알고 있는 정부는 민간에서 임대주택이 충분히 공급되도록 세제와 자금지원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도시형생활주택 등 소형주택·민간임대주택 공급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최소 2년 정도는 돼야 효과가 나타난다.
 
정부가 관련법을 개정해 빠른 시일내에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법 개정도 시간이 걸리지만 시장에 임대물건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민간 준공후 미분양주택을 전월세 주택으로 활용한다는 대책도 실효를 거두기 힘들어 보인다.
 
국토부는 공식적으로 8만8000가구가 미분양으로 집계되는데 시장에 약 10만가구의 미분양이 존재한다며 한쪽은 집이 없어 가격이 올라가고 있는데 다른 한쪽은 집이 남아돌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가 자신하는 10만 미분양 주택는 세입자들이 필요로 하는 수요와 차이가 있다. 현재 쌓여있는 미분양 주택은 수요가 넘치는 곳과 멀리 떨어져있는데다 대부분이 중대형이기 때문이다.
 
조민이 부동산일번지 DB리서치팀장은 "전반적으로 공급을 늘리는것은 필요하지만 당장 수요를 조정하기 어려워 전세대책의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공 임대주택 차질없이 공급?.."현실을 알고 내놓은 대책인지.."
 
정부가 공공 임대주택 비율을 상향조정한 것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민간에 이어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수도권을 재개발할 때 임대주택 건설비율을 현행 17%에서 20%까지 상향조정 하도록 허용했다.
 
사업인가를 할 때 지역적 상황에 따라 지방자치장에게 재량권을 주는 방식이다.
 
부동사114자료에 따르면 전국 재개발 재건축 입주물량은 연평균 1만8000여세대다. 이가운데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비율을 3% 증가시킬 경우 임대주택 증가분은 연 500세대 정도다.
 
또 임대주택 20%를 적용 받을 수 있는 곳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않은 초기 단계의 재개발조합이다. 초기 단계의 조합은 최소 4~5년 이상이 지나야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다.
 
김진수 주거환경연합 사무총장은 "오히려 재개발 사업의 사업성이 악화되고 사업계획이 변경돼 도시내 주택공급이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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