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폭탄)②어쩌다 여기까지..'정부 물가자극·한은 수수방관'
국제원자재값 상승 외부요인에 기상이변까지 겹쳐
정부 고환율·경기부양 정책에 한은 금리인상 시기 놓쳐
2011-01-21 13:40:43 2011-01-21 23:23:24
[뉴스토마토 이은혜기자] “인플레이션 압력이 굉장히 크다”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9일 열린 한 강연회에서 최근 국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내놓은 발언이다. 한은은 13일 시장의 예측을 깨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전격 인상하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 방지에 나섰다. 같은 날 정부도 전 부처가 동원된 물가안정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물가불안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지난해까지 줄곧 '성장률'에 매달리던 정부와 한은이 올해 들어 입을 맞춘 듯 '물가'를 외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물가불안은 어디에 기인하는 것일까?
 
정부는 주로 국제원자재값과 국제유가 상승, 기상이변과 신흥국 수요 증가에 따른 농산물 가격상승이 최근 물가상승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보다 근원적 원인들도 있다. 
 
물가상승은 이미 정부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경기부양책을 펼칠 때부터 예고된 바 있다. 성장률에 집착한 정부의 경기부양용 재정지출과 고환율 정책으로 6%가 넘는 경제성장을 이룬 지난해 '버블(거품)경제'에 따른 인플레 경고는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임금인상은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데도 정부는 올해 공무원 임금을 전격적으로 5.1% 인상키로 한 것도 물가불안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정부의 농산물 수급에 대한 예측 실패, 한은의 시중유동성 조절 실패 등도 물가불안의 근본적 원인이다.  물가관리의 책임이 있는 한은이 경기회복을 내세워 금리인상 시기를 놓친 점도 문제였다.
 
◇ 고환율·재정지출 과다가 부른 '거품경제'
 
지난해 한국경제는 6%가 넘는 경제성장을 거뒀다. 해외에서 한국경제를 '위기극복의 모범사례'로 부를 정도의 높은 성장률이었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적극적 재정지출과 고환율에 힙입은 수출호조에 따른 성장이었다. 그러나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정부가 푼 재정과 더불어 부동산시장 살리기용 대출규제 완화 등으로 인해 늘어난 시중 유동성이 물가상승을 자극할 것이란 경고는 벌써부터 제기됐다.
 
또 정부의 고환율 유지 정책은 성장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국내 물가상승의 최대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거품'으로 이룬 성장이 당장의 경기는 살렸는지 모르겠으나 물가폭등을 불러온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지난해 이미 줄기차게 제기되었으나 물가관리 담당기관인 한은은 작년 7월, 11월 두차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하는데 그쳤다. 시장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금리인상을 예상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좀처럼 안정되지 않는 원자재값
 
원자재값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이에 따른 소비자물가 상승압력도 크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중 농산물 가격은 전년동월비 26.5%, 석유류 가격은 8.3% 상승해 소비자물가 상승 기여도는 1.9%에 달했다. 이 두 부문은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달한다.
 
장정석 한은 조사국 물가분석팀 차장은 "공급 차질로 배추 등 농산물가격의 하락세가 좀처럼 이어지지 않고 있고 구제역도 상황이 점차 악화되면서 육류 공급에 차질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국제 원자재 가격이 물가에 반영되는 시간도 짧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에 따르면 통상 국제 원자재 가격은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쳤으나 생산에서 출하까지의 기간이 짧아지고, 기업들이 재고 떠안기를 꺼려하면서 최근에는 시차가 단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은 향후 계절적 수요증가로 올랐던 원자재 가격의 강세는 진정되겠지만 개도국 내수 성장과 중동, 남미 등 일부 지역 공급 의존 현상으로 인해 그 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 차이나 인플레이션 전이 위협
 
중국의 수출물가 상승세가 확대되면서 차이나 인플레이션이 우리나라로 확대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6.9%로 전체 수입 대상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생활용품과 섬유류 등의 수입비중은 50%를 상회하고 있으며, 국내 물가상승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농산물의 수입비중도 15.1%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생산자물가는 2010년 1~11월 중 전년동기 대비 5.5% 올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중국의 생산자물가와 위안화 가치 상승은 국내 수입물가 상승압력 확대 요인으로 작용해, 국내 생산자 및 소비자 물가에도 부담요인이 된다고 밝혔다.
 
◇ 제품, 임금 인상 줄줄이 대기
 
정부가 올해 공무원 급여를 지난해보다 5.1% 올리면서 기업들의 임금인상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간기업들도 임금 인상 대열에 동참하면 이는 기업의 제품, 서비스 물가를 자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단 공공요금의 발목을 잡고 식품 대기업들의 제품 가격 인상을 설 연휴 이후로 늦추는 등 최대한 억제하기로 했지만 관련 식품기업들은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설이 끝나면 각종 제품 요금들이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요가 물가 인상을 이끌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변수다.  리먼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 기간 중 각국 금리 인하로 급증한 유동성은 아직 환수되지 않고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감과 함께 코스피지수가 2100선을 넘으면서 버블논란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과 LG 등 연구기관들은 안정적인 근원인플레이션과 마이너스 수준인 GDP갭(실질 국내총생산과 잠재 국내총생산 격차)률을 감안하면 유동성 증가 등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아직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김중수 한은 총재는 최근 금융연구원강연회에서 "GDP갭 플러스 전환에 따라 수요 측면 압력도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GDP갭에 대한 부분은 분석 방법이 조금씩 달라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지만 전체적인 물가상승 압력을 감안할 때 한은의 금리 인상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이은혜 기자 eh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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