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문금융기관도 '깡통전세'에 당했다
대출 당일 타행 선순위·명의 이전…취약한 대출망
전세대출금 떼인 우리은행-SGI…면책 약관 두고 책임 다툼
2026-06-16 10:41:32 2026-06-16 10:41:32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깐깐한 심사를 자랑하는 시중은행과 공적 보증기관마저 세입자의 보증금을 위협하는 이른바 '깡통전세' 사기 유형에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금융기관들이 대출금을 잃어 대출 제도의 실무적 맹점이 노출된 가운데 기관끼리 면책 약관을 두고 네 탓 공방에 빠졌습니다.
 
16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2023년 10월경 우리은행이 대출하고 SGI서울보증보험(이하 SGI)이 신용보험협약을 체결한, 전세계약 건에서 대출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임차인이 관련 전세자금대출 건에서 이자와 대출금을 변제하지 않은 것입니다. 특히 사건은 세입자의 대항력이 '전입신고 다음 날 0시'에 발생한다는 법적 허점을 악용한 ‘깡통전세’ 사기대출로 의심받았습니다.
 
우리은행은 2021년 11월말 세입자에게 2억2000만원의 전세자금대출을 실행했습니다. 하지만 대출 당일 해당 아파트에는 다른 은행 명의로 4억4000만원의 선순위 근저당권이 동시에 설정됐습니다. 세입자의 전세대출금과 타 은행의 담보대출을 합쳐, 집값을 훌쩍 뛰어넘는 깡통전세 구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세입자의 전입신고는 대출 실행일 다음 날 이뤄졌고 이에 따른 대항력보다 타 은행의 근저당권이 우선하게 됐습니다.
 
대출사고 후 우리은행이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SGI는 위조나 사기 등에 의한 임대차계약 또는 대출거래약정 시 손해에 대해 보상하지 않기로 한 면책 약정을 들어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우리은행도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를 사기죄로 고소했으나, 증거불충분으로 경찰 불송치 결정됐습니다.
 
 
 
결국 우리은행은 SGI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반면, SGI는 피보험 임차권보다 우선하는 권리 발생 시 보상하지 않는다는 또 다른 면책 약정을 들어 항변했습니다. 지난해 12월23일 1심 재판부는 이 약관을 인정해 SGI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항소해 사건은 현재 2심 재판 중입니다. 우리은행은 “타 은행의 선순위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설정되는 것을 전제로 SGI가 승인해 이 사건 대출계약이 체결된 것이므로, 근저당권설정등기 이유로 한 면책은 이유 없다”고 주장합니다. 항소심 재판부도 같은 취지의 의문을 제기해 2심 판단이 바뀔 가능성도 보입니다.
 
재판부는 최근 변론기일에서 “(선순위 근저당권은) 계약 체결 시 이미 고려됐던 건데 그게 보험금 지급 면제 사유가 될 수 있겠냐”며 “위조 항변이 안 통하면 지급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SGI측에 물었습니다. 선순위 대출 존재 등 부실 위험을 방치한 보증기관의 사전 심사 책임을 무겁게 본 것입니다. 이에 대해 SGI 측은 “면책 사유가 여러 개인 만큼 한 가지가 인정되지 않아도 다른 사유를 주장할 수 있다”며 “다수 계약의 특성상 은행 측이 실무를 주도하므로 보상 여부는 추후 심사하는 형태가 많다”고 했습니다.
 
두 기관의 전세대출 관련 공방은 처음이 아닙니다. 최근 대출 실행 당일 주택 소유권을 넘겨 은행의 담보권(질권)이 무력화된 사고에서도 양측은 치열하게 다투고 있습니다. 2018년 우리은행이 3억원 규모의 대출을 내준 당일, 새 집주인에게 소유권이 넘어갔습니다. 이후 대출사고가 터져 SGI는 은행 측에 먼저 보험금을 지급했으나, "은행이 대출 담보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질권설정 통지'를 새 집주인에게 확실히 도달시키지 않았다"며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은행의 사후 관리 부실 책임을 인정해 SGI의 손을 들어줬고, 연패한 우리은행은 최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습니다.
 
두 사건 모두 허술한 대출 시스템의 맹점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사건의 고의성을 떠나, 전문 금융기관조차 깡통전세 사기 유형에 걸려들 만큼 심사 및 관리망이 촘촘하지 못합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증기관은 약관을 들어 사전 심사 책임을 피하려 하고, 은행은 관리 부실 책임을 방어하는 모습”이라며 “유사한 전세대출 사기 피해가 넘쳐나는 만큼, 관련 금융기관의 귀책사유를 가르는 대법원과 고법 판례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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