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개정 방송3법의 후속 규칙 마련에 착수하며 제도 구체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제작·편성 자율성 확대라는 입법 취지를 실제 제도로 구현하기 위한 조치지만, 규칙 설계만으로는 한계를 보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습니다.
24일 방미통위에 따르면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 이른바 방송3법 후속 시행령 및 규칙 제·개정안이 입법·행정예고됐습니다. 의견 제출 기한은 오는 27일까지입니다.
이번 규칙안은 법에서 위임된 핵심 제도를 구체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주요 내용은 사장후보 국민추천위원회를 구성할 여론조사기관 요건, 공영방송 이사 추천단체 기준, 편성위원회 종사자 범위 및 대표 선출 방식, 편성규약 미준수 시 제재 기준 등입니다.
먼저 공영방송 사장 선임 구조와 관련해, 국민 100명 이상으로 구성된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면접과 숙의 과정을 거쳐 복수 후보를 추천하고, 이사회가 최종 1인을 제청하는 방식이 제도화됩니다. 방미통위는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는 여론조사기관의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전국 단위 조사 실적과 국가승인 통계 수행 경험을 요구하고, 공직선거법·통계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이력이 있을 경우 배제하도록 했습니다.
공영방송 이사 추천 구조도 구체화됐습니다. 추천단체는 설립 5년 이상을 기본 요건으로 하고, 법인은 비영리법인이어야 합니다. 법인이 아닐 경우에도 정기회의 개최와 내부 규정 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여기에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변호사 단체, 교육 단체 등 유형별 기준을 별도로 마련해 추천 주체를 세분화했습니다.
과천 방미통위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편성위원회 제도 역시 규칙을 통해 구체화됐습니다. 취재·보도·제작·편성에 참여하는 종사자를 중심으로 위원회 참여 범위를 설정하고, 종사자 대표는 과반 찬성으로 선출하되 과반 노조가 있을 경우 해당 노조가 지정하도록 했습니다. 아울러 편성규약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제도 실효성 확보 장치도 포함됐습니다.
의견 수렴 과정에서는 제도 설계와 실제 운영 간 괴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특히 종사자 범위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 체결자로 한정하면서 비정규직이 배제된 점, 종사자 대표를 과반 노조 중심으로 결정하는 구조 등이 내부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문제는 규칙이 아니라 애초 모법 설계에 있다"며 "종사자 범위, 추천단체 기준 등 핵심 사항을 법이 아닌 규칙에 위임한 구조 자체가 갈등과 논란을 반복시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추천단체 선정과 편성위원회 구성 기준이 방미통위 규칙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정권에 따라 제도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편성위원회, 시청자위원회, 이사회로 이어지는 구조 역시 충돌 가능성이 지적됩니다. 편성위원회가 시청자위원을 추천하고, 이 시청자위원회가 다시 이사를 추천하는 구조에서 이해관계가 얽힐 경우 절차 지연이나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안 교수는 "결국 이번 논란은 규칙 설계의 문제가 아니라, 핵심 사항을 규칙에 위임한 모법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입법 단계에서 충분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만큼, 규칙만으로는 갈등과 혼선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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