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지난 일요일 베이징에서는 이색 행사가 열렸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들의 하프 마라톤 대회였는데요. 매우 빠르고 안정적으로 달리기를 이어나간 로봇들은 연거푸 인간의 신기록을 경신했습니다. 로봇들이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완전히 넘어섰음을 증명한 셈입니다.
중국 <신경보> 20일자 지면 1면 이미지. (사진=신경보 지면 PDF 캡처)
<신경보> 등 중국 주요 매체 보도에 따르면, 지난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이좡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마라톤'에서 '아너'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샨덴(閃電·번개, 영어명 Flash)가 50분26초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현재 인간의 하프마라톤 세계 신기록인 57분20초보다 7분가량 빠른 기록인데요. 이날 수상권에 들었던 1~3위 로봇 모두 사람의 기록을 앞섰습니다.
이번 마라톤 대회의 결과가 놀라운 이유는 단 1년 만에 로봇들의 능력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점입니다. 초대 대회였던 지난해 우승 로봇은 2시간40분42초 만에 결승선을 넘었습니다. 1년 만에 110분 정도를 단축한 겁니다. 곡선 주로가 8개나 늘고 급커브 구간도 추가되는 등 코스 난이도가 높아졌지만, 로봇들의 실력은 한층 더 성장했습니다. 평탄한 아스팔트 도로는 물론 짧고 가파른 경사면, 잔디밭, 자갈길 등 다양한 주행 환경은 로봇들은 흔들림 없이 완주했습니다. 독일, 프랑스, 브라질 등 해외 5개팀을 비롯해 총 102개팀이 참여한 이번 마라톤에서 총 47개팀이 완주에 성공했습니다. 전체 참가팀의 47%가 성공적으로 경주를 마친겁니다.
이번 하프마라톤 대회는 중국 로봇산업의 위상을 전 세계에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참가 로봇 수가 지난해 21대에서 올해 102대로 약 5배 늘어난 것은 물론, 상당수가 원격 조종 로봇이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40%가 외부 조종 없이 스스로 코스를 완주한 자율주행 로봇이었습니다. 또한 주행 내용 면에서도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지면 충격 흡수'와 '모터 과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양적, 질적 성장을 모두 이뤄낸 셈입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샨덴의 제조사 '아너'가 화웨이의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로 출발한 회사라는 점은 중국의 기술력을 더욱 주목하게 합니다. 미국의 대중 제재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진이 겹치면서 지난 2020년 분사를 결정, 본격적으로 로봇 역량을 키워왔는데요. 지난 2월의 월드모바일콩그레스(MWC)에서는 반려 로봇개 '루나'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그간 중국의 로봇산업이 하드웨어 중심으로 규모의 성장을 해왔다면, 이제는 기술과 양산 능력 모두에서 세계 정상권에 진입했다고 평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실제로 중국은 현재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의 87%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산업용 로봇에서도 글로벌 설치량의 50% 이상을 차지합니다. 로봇 선도국인 미국과의 격차는 약 2.1년으로, 한국보다는 0.7년 앞서 있습니다.
중국 <환구시보> 17일자 지면 1면 모습. (사진=환구시보 지면 PDF 캡처)
로봇을 비롯한 중국 첨단산업의 굴기는 지난 16일 발표된 1분기 경제 성적표에서도 확인됐습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이 33조4193억위안(약 7240조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국 국내외 기관 11곳의 전망치 4.8%를 상회하는 것으로 중국 정부가 제시한 올해의 성장률 목표치 4.5~5.0% 상단에 부합합니다.
중국 내 언론들은 "중국 경제가 1분기 안정적인 발걸음을 뗐다"며 "고품질의 성장이 새롭고 양호한 방향을 설정했다"고 15차 5개년 계획 첫 해의 스타트가 순조로움을 알렸는데요. 세부 내용들을 살펴봐도 중국 경제가 내실있게 성장하고 있음이 나타났습니다.
우선 성장의 두 축인 수출과 내수가 모두 양호했습니다. 이 기간 중국의 수출입 총 규모는 11조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는데요. 최근 5년 만에 최고치입니다. 내수 측면에서는 온라인 판매금액이 8% 증가하는 등 소비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내수 공헌율은 84.7%로 집계됐는데, 지난해 1분기보다 30%포인트 향상됐습니다.
2000년 이후 고속 성장기 부동산 개발에 크게 의존했던 고정자산투자 역시 질적 개선을 이뤘습니다. 1분기 고정자산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7% 그쳤는데요. 부동산 개발 투자가 11.2% 줄어든 반면, 첨단기술산업 투자는 7.4% 증가했습니다. 컴퓨터·사무설비 제조업(28.3%), 항공설비 제조업(19%), 정보통신서비스업(20.9%) 투자도 각각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했습니다. 생산 측면에서도 장비 제조업(8.9%), 첨단기술 제조업(12.5%)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전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6.9%로 늘렸습니다.
중국 <인민일보> 16일자 지면 1면 모습. (사진=인민일보 지면 PDF 캡처)
한편, 미중 정상회담을 한 달여 앞에 둔 중국은 안방 외교도 지속했습니다.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나흘간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이 중국을 방문한 것인데요. 지난 7일 국가주석직에 선출된 뒤 첫 해외 순방지로 중국을 택해 이목을 끌었습니다. 또 럼 서기장은 시진핑 주석 부부는 물론 자오러지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 왕후닝 정협 주석 등 중국 내 서열 1~4위 인사들과 모두 회담을 진행했습니다.
중국과 베트남은 서로를 '외교의 최우선 순위'로 꼽으면서 정치적 결속을 강화하는 모습을 연출했는데요. 또 럼 서기장이 베이징에서 돌아갈 때에는 총 2400㎞에 달하는 거리를 고속철도를 타고 이동해, 현재 베트남 최대 인프라 사업 중 하나인 하노이~호치민 고속철 건설 경쟁에서 중국이 프랑스와 한국에 앞서 적극 구애하는 신호도 포착됐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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