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규제 핵심은 "모회사 주주배정"
당정 신주우선배정 비율 25~70% '온도차'
금융위 15% 제한, 30%안팎 절충안 거론도
전문가 "미국식 유연 분할제도 도입 필요"
2026-03-27 17:06:24 2026-03-27 17:06:24
[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모자회사 중복상장 규제 방안이 구체화 단계에 들어서면서,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한 신주 우선배정 비율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여당을 중심으로 최대 70%까지 의무 배정을 주장하는 반면, 금융당국은 기업공개(IPO) 시장 위축 등을 이유로 15% 이하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최근 30% 안팎 절충안이 거론되지만, 실제 입법 과정에서는 여전히 유동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2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무위원회에는 물적분할 시 기존 주주 보호를 뼈대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들이 계류돼 있습니다. 중복상장 시 자회사가 상장되면 기존 모회사 일반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어, 주주에게 몇 %를 우선 배정할지 결정하는 주주 배정 비율이 권리 보호 수준을 좌우합니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자회사 공모신주의 70% 이상을 모회사 주주에게 의무 배정하도록 하는 가장 강력한 규제안을 제시했습니다. 같은 당 민병덕 의원과 김용만 의원은 각각 50%, 25% 이상을 배정 하한선으로 제시했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20% 이내에서 기업이 자율적으로 우선 배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기존 공모주 의무 배정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 모회사 주주 배정을 15% 이내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자율 배정하는 방안을 지난 19일 당정협의에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가증권시장 IPO는 우리사주조합 20%, 일반청약자 25%, 하이일드 펀드 5% 등으로 50% 이상이 묶이고, 코스닥은 벤처투자신탁 25%까지 포함하면 최대 85%가 의무 배정됩니다. 금융위는 이를 넘어 모회사 주주에 배정하면 기관투자자의 가격 발견 기능과 IPO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당정이 30% 수준에서 접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여당 내에서는 기존 주주 권리 보호와 법안 취지, IPO 시장 안정성을 고려해 신중한 분위기입니다. 정무위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구체적인 비율은 법안심사소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결정될 사안으로, 여야 간 사전에 합의된 비율은 없다"며 "퍼센티지는 실제 작동 가능한 수준으로 합의돼 개정안에 반영돼야 하기 때문에 협상 과정에서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고 했습니다. 이달 말 예정된 정무위 소위에서 관련 법안들이 상정될 예정이며, 협상 결과에 따라 처리 속도 역시 달라질 수 있단 전망도 나옵니다.
 
시장에서는 비율 조정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모회사 주가 하락의 원인이 단순 지분 희석이 아니라 자회사 상장 이후 현금흐름과 지배력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투자자 인식에 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자회사 상장 이후 모회사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평균 약 20% 낮아지는 등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관측됩니다.
 
이에 따라 주주 보호 방식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대안들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홍콩 사례처럼 자회사 주식을 모회사 주주에 직접 현물 배당하는 방식, 미국처럼 주주가 모회사와 자회사 주식 중 하나를 선택해 갈아탈 수 있는 스핀오프 구조 도입이 대표적입니다.
 
지인엽 동국대 교수는 "미국은 독립 분할제가 없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구조를 설계할 수 있고, 스핀오프나 스핀업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며 "국내 분할 제도는 인적, 물적 두 가지밖에 없어 모 아니면 도 식의 제도에 머무르고 있다. 주주가 자회사로 이동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정무위 소속 의원들과 가진 당정 협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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