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영상진술은 '위헌', 장애인은 '합헌'…엇갈린 '증거력' 논란
성폭력처벌특례법 ‘영상진술’ 조항 다시 쟁점
“장애인 피해자 정신적 고통·2차 피해 방지”
반대 의견엔 “피고인 방어권 제한될 수 있어”
2026-03-26 17:06:07 2026-03-26 17:26:28
[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가 법정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 수사기관에서 녹화한 진술 영상을 재판 증거로 인정하는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습니다. 반복 진술로 인한 고통과 2차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장치라는 점을 고려한 결정입니다.
 
하지만 헌재가 과거 미성년자 피해 사건에서는 같은 법 조항을 방어권 보장 침해를 이유로 위헌 결정했던 만큼 기준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김상환(가운데) 헌법재판소장를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3월 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헌재는 26일 오후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의 영상 녹화 진술을 증거로 인정하는 옛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제6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재판관 9명 가운데 5명이 위헌 의견을 냈지만,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 6명을 채우지 못해 최종적으로 합헌으로 결론 났습니다.
 
이번 사건은 2020년 3급 장애를 가진 13세 미만 피해자를 추행한 혐의(성폭력처벌특례법상 13세 미성년자 위계 등 추행)로 기소된 A씨 재판에서 비롯됐습니다. 당시 A씨는 피해자 진술 녹화본에 대해 증거 부동의 의견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채택해 유죄 증거로 인정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A씨 측 신청을 받아들여 2023년 8월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습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의 목적이 “장애인 피해자가 법정 진술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정신적 고통과 2차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라고 봤습니다. 특히 장애인의 경우 의사소통의 어려움 등으로 법정에서의 대면 진술 자체가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영상 진술을 증거로 인정하는 것은 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 영상 진술이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헌재는 “법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증인을 직접 신문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며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김상환·정정미·정형식·김복형·오영준 재판관 등 5명은 위헌 의견을 냈습니다. 이들은 “피해자의 진술이 유죄 판단의 결정적 근거가 되는 경우, 이에 대한 실질적인 반대신문 기회가 보장되지 않으면 피고인의 방어권이 중대하게 제한될 위험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번 판단은 헌재가 2021년 12월 같은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던 것과 대비됩니다. 당시 헌재는 미성년자 피해자의 영상 진술을 별도의 반대신문 없이 증거로 인정하는 것을 두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한다”며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후 2023년 10월 해당 조항은 삭제되고, 반대신문권 보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됐습니다. 
 
이번 판단으로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의 입법 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옵니다. 김보미 사단법인 선 변호사는 “헌재는 재판관 구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특히 성인지 감수성 등 사회적 요구가 큰 사안에 대해서는 다른 법원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헌재 결정은 관련 논의를 다시 촉발하는 계기가 된다”며 “2023년 법 개정 이후 드러난 문제들을 중심으로 추가 개정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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