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신태현 기자] 서울 아파트 시장의 하락 흐름이 강남권을 넘어 한강벨트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강남3구와 용산구가 4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성동구와 동작구까지 매매가격이 하락 전환하면서 관망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20일 둘러본 현장에서는 주요 단지들의 가격 하락과 함께 매수 관망세가 뚜렷합니다. 성동구 하왕십리동 일대에서는 텐즈힐, 센트라스 등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조정이 진행 중입니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텐즈힐 30평대는 21억원 선까지 낮춰볼 수 있고, 센트라스 역시 22억원대에서 추가 조정이 가능하다”며 “작년 최고가 대비 3억~4억원 빠졌지만 급매만 찾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가격을 더 낮춰야 움직이겠다는 분위기라 거래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장에서는 거래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자 중개업소들이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에서 가격 조율에 적극 나서는 모습도 감지됩니다.
같은 지역의 또 다른 중개업소에서는 왕십리자이 전용 84㎡ 기준 매물이 19억2000만~21억5000만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실거래 역시 19억원선에서 이뤄졌지만, “가격이 더 내려올 것으로 보고 대기하는 수요가 많다”는 게 현장 반응입니다. 일부 매수자는 특정 가격대에 도달하면 즉시 계약하겠다는 의사를 보이지만, 매도자와의 가격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행당동 일대에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서울숲리버뷰자이는 전용 84㎡ 기준 25억원 안팎 매물이 등장했고, 일부 매물은 26억5000만원에서 추가 협상이 가능하다는 전언입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숲 조망 여부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지만, 전반적으로 매수 문의가 줄어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며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영향이 크다”고 했습니다.
매물 늘었지만 눈치 보기 장세 이어져…당분간 조정 국면
동작구 역시 주요 단지별로 가격 조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도동 상도파크자이 전용 84㎡는 지난해 고점 대비 약 1억~2억원가량 낮은 22억5000만~24억원 수준에서 매물이 나오고 있으며, 힐스테이트 장승배기역 아파트 단지도 16억5000만원에서 15억5000만원 수준으로 하락한 사례가 확인됩니다.
하지만 거래는 좀처럼 성사되지 않는데요. 한 공인중개사는 “매수자들은 1억원 정도 하락은 의미 있게 보지 않는다”며 “최소 2억~3억원 이상 낮아져야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상도두산위브 역시 3~5%가량 가격이 조정됐지만, 매수자들은 10% 수준의 급매를 기대하며 관망하는 분위기입니다. 상도더샵과 상도역롯데캐슬파크엘 일대에서도 문의 자체가 줄어든 상황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셋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05%로 전주(0.08%) 대비 축소됐습니다.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탄력이 크게 둔화된 모습입니다. 특히 성동구와 동작구는 각각 -0.01%를 기록하며 나란히 하락 전환했습니다. 이는 성동구는 약 2년, 동작구는 1년여 만의 하락으로 강남권에서 시작된 가격 조정 흐름이 한강벨트를 따라 확산하는 양상입니다.
서울 동작구, 성동구 일대 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매물. (사진=뉴스토마토)
가격이 낮아졌음에도 거래가 부진한 배경에는 매물 급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3월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9586건으로, 공시가격 발표일인 17일(7만6872건) 대비 단 이틀 만에 2714건 증가했습니다. 양도세 중과 방침 이후로는 전체 매물이 약 4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자치구별로 보면 성동구를 비롯해 강동·송파·동작·마포 순으로 매물 증가 폭이 컸습니다. 특히 한강벨트 지역은 다주택자 매도 물량과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가 겹치며 매물 적체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매물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거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 하방 압력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매수자는 추가 하락을 기대하며 관망하고, 매도자는 가격을 쉽게 낮추지 않으면서 거래 공백이 길어지는 모습입니다. 일부 급매물만 간헐적으로 거래되며 전체 시장 흐름을 이끌지 못하고 있습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다주택자 중과와 대출 규제, 공시가격 상승 등 정책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매수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이러한 조정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서울 외곽이나 전세가격 상승 지역까지 하락 압력이 확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시장 분위기가 심리적으로 하락 쪽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며 “강남에서 시작된 조정이 한강벨트를 거쳐 점차 확산하는 초기 국면”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4월까지 다주택자 매물이 추가로 나오면서 하락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후 세제 개편 방향에 따라 추가 조정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오는 5월 양도세 중과 시행을 전후로 시장의 방향성이 한 차례 더 갈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매물 증가와 거래 위축이 맞물린 가운데 서울 아파트 시장은 당분간 조정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관망하는 상황에서 단기 반등보다는 숨 고르기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홍연·신태현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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