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한국거래소가 추진해 온 주식시장 거래시간 연장 계획이 결국 약 3개월 미뤄졌습니다. 글로벌 자본시장 흐름에 발맞춰 투자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으나, 증권업계의 전산 시스템 준비 부족과 인력 과중 우려 등 현실적인 벽에 부딪힌 결과입니다. 일각에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담보되지 않은 '절충성 연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17일 거래소는 프리마켓·애프터마켓 도입을 통한 거래시간 연장 시행일을 기존 6월29일에서 9월14일로 약 2개월 연기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결정은 시스템 개발 완성도를 높이고 충분한 테스트 기간이 필요하다는 증권업계의 의견을 전격 수용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달 중 가동될 예정이었던 모의 시장 운영은 다음달 초로 미뤄졌으며, 테스트 기간 역시 당초 15주에서 23주로 늘어납니다. 거래소는 이 기간 동안 전산 안정성을 철저히 검증한 뒤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시행 연기와 함께 세부적인 운영 방안도 일부 조정됐습니다. 프리마켓 운영 시간은 기존 오전 7시~8시에서 오전 7시~7시50분으로 10분 단축됐습니다. 이는 이후 개장하는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 프리마켓과의 시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증권사들이 미체결 주문 정리 및 증거금 해지 등 개장 전 필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여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합니다.
프리·애프터마켓의 규제 환경은 정규장과 동일하게 유지됩니다. 차입 공매도가 허용되며,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이나 가격 제한 폭 규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특히 거래량이 적은 얇은 호가창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격 급등락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정적 변동성 완화장치(VI) 등 시장 관리 장치를 강화하고, 별도의 시장조성자를 투입해 유동성 공급을 유도한다는 계획입니다.
증권사의 제도 참여는 전면 강제가 아닌 자율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각 증권사는 전체 연장 시간대가 아닌 특정 구간만 선택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다만 투자자 수요와 증권사 간 경쟁을 고려하면 사실상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토로도 나옵니다.
그동안 거래시간 연장 추진 과정에선 증권사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져왔습니다. 정보기술(IT), 트레이딩, 고객센터 인력의 노동 강도가 과중해지고 전산장애 위험성이 커질수 있다는 겁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증권업종본부는 정은보 이사장 사퇴 촉구와 총파업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해 왔습니다. 일부 증권사도 IT 시스템 개발과 테스트를 위한 시간이 촉박하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금융투자협회는 이 같은 회원사 우려를 취합해 거래소에 전달한 바 있습니다. 거래소는 이 같은 의견을 수용해 이달 초 회원사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시행 일정 조정 가능성을 검토했습니다.
사무금융노조 한 관계자는 "거래시간 연장은 시스템과 시장 환경을 충분히 준비한 뒤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사안인데 단순히 시기만 미루는 방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공매도 불허 방침을 번복하고 시장조성자를 투입해 억지로 거래를 만들겠다는 것은 결국 준비되지 않은 제도를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호가와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은 시간대에 거래를 확대하면 오히려 시장 혼란만 키울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거래소 측은 "공매도는 원래 허용 예정이었다"며 "시장조성자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변동성을 완화하는 등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으로, 증권사가 정규장과 별도 계약으로 선택적 참여가 가능하다"고 해명했습니다.
거래소는 주요 선진국 시장의 거래시간 확대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6월 프리·애프터마켓 도입과 내년 24시간 주식거래 체계 구축을 추진해 왔습니다.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거래시간 확대 흐름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국내 자본시장도 투자 편의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넥스트레이드가 프리·애프터마켓 거래를 사실상 선점하고 있는 만큼, 거래소도 경쟁 참여 필요성이 제기된 점도 반영됐습니다. 당초 계획은 하루 6시간30분인 정규 거래 외에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을 도입해 거래 가능 시간을 최대 12시간 수준으로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거래소 측은 "확대된 테스트 기간을 활용해 시스템 안정성을 충분히 검증하고, 시장 참가자들의 준비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며 "향후 자본시장 인프라 선진화 작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전경. (사진=한국거래소)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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