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한식 엘리트 양성…무실적 비자·예산 쟁점 '수라학교'
농식품부, 한식 외국 셰프 '수라학교' 연다
'10년 무실적' D-4-5 비자 장벽 쟁점
신규 사업비도 미정…예산당국 협의 중
"내년 본사업 예산 반영 ·기업 협찬 유도"
대도시 중심 접근성 고려…거점 연계 '미지수'
2026-03-05 18:40:40 2026-03-05 18:40:40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정부가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글로벌 한식 교육기관인 '수라학교'를 국무총리 주재 회의를 통해 공식화했습니다. 'K-콘텐츠' 열풍으로 한식의 위상이 높아지자, 세계 미식 시장을 선도할 외국인 한식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특히 단순히 한식 요리법을 가르치는 수준을 넘어 프랑스 르꼬르동블루 등 해외 유명 요리학교처럼 '글로벌 한식 인재 육성의 전초기지'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하지만 넘어야할 산도 만만치 않습니다. 시범 사업의 정책 아이디어 구상에 머물다보니 '10년 무실적'의 비자 문턱과 지속성이 담보된 예산 확보 등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5일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0회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글로벌 한식 교육 강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수라학교는 세계 각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한식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을 말합니다. 이 학교는 민관 협력형 교육과 프리미엄 교육 두 가지 형태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 주최로 지난해 10월27일~28일 열린 '2025 한식 컨퍼런스 워크숍'에 참가자들 논의하고 있다. (사진=한식진흥원)
 
올해 하반기부터는 민간 인프라를 활용한 '민관 협력형 수라학교'를 시범 운영합니다. 대학과 기업 등 민간 교육기관을 공모·선정해 한식 기초부터 조리기술, 외식 경영까지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실무 중심 교육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시범 운영을 거친 후 2027년에는 '프리미엄 수라학교'를 별도로 설립할 계획입니다. 현직 셰프 등 경력자를 대상으로 소수 정예 교육을 실시해 세계 미식 시장을 선도할 한식 전문가를 육성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번 정책의 최대 쟁점은 외국인 교육생의 입국 통로인 '한식 조리 연수 비자(D-4-5)'의 실효성입니다. 해당 비자는 지난 10여 년간 발급 건수가 단 한 건도 없을 정도로 문턱이 높습니다.
 
기존 요건을 보면, 외국인이 한국에서 조리 연수를 받으려면 '조리 경력 3년 이상'과 '높은 한국어 능력'을 동시에 만족해야합니다. 한식에 흥미를 느낀 해외의 '영 셰프(Young Chef)'들이 한국에 오고 싶어도 제도적 장벽에 막힌 셈입니다.
 
농식품부는 법무부와 협의를 통해 '정부가 인증한 수라학교 입학 허가자'에 한해 경력이나 언어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특례 적용을 검토 중입니다. 다만, 비자 문턱을 낮출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불법 체류', '편법 취업' 등의 부작용도 고려해야할 부분입니다.
 
 
정경석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이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 내 농식품부에서 글로벌 한식 교육기관 '수라학교' 설립 방안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정경석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비자 발급 요건을 무조건 완화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불법 체류 등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정부가 인증한 수라학교에 참여하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경력과 언어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엔드(AND)' 조건을 조금 더 완화시키는 작업을 법무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본격적인 인프라 구축을 위한 예산 확보도 관건입니다. 2027년 설립 예정인 '프리미엄 수라학교'는 수도권 위주의 접근성이 좋은 대도시로 구상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부지나 총사업비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경석 식품정책관은 "신규 사업비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현재 예산 협의를 진행 중인 단계"라면서도 말을 아꼈습니다. 올해 하반기 시작하는 1단계 시범사업(5곳 내외 민간 기관 공모) 역시 별도 신규 예산이 아닌 기존 '한식 인력 양성 사업' 예산을 전용하거나 조정해 사용한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정부 지원 규모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2024년 폐교한 '전주 국제조리학교'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는 분위기입니다. 당시 민간 재단이 운영하던 조리학교는 학생 수 부족과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바 있습니다.
 
농식품부는 수라학교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유상 교육' 원칙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무상 교육이 아닌 미국의 CIA나 프랑스의 르 꼬르동 블루처럼 고액의 학비를 지불하더라도 그만큼의 '학위 가치'와 '취업 보증'이 따르는 자립형 모델을 지향한다는 입장입니다.
 
아울러 초기 신뢰도 제고를 위해 정부가 공인하는 '수료증'을 발급하고 국내 유명 한식당(권숙수, 비채나 등)과의 인턴십도 연계할 계획입니다. 해외 유명 요리학교에 한식 과정을 먼저 개설하는 등 '한식 유학'에 대한 수요도 미리 창출한다는 복안입니다.
 
교육 기관 관계자는 "수라학교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교육생 유치를 위한 비자 제도 개선과 안정적인 사업 예산 확보가 따라야 민간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시범사업 단계인 만큼 교육생 모집과 운영 성과에 따라 향후 사업 지속 여부가 좌우될 것이며 단순 요리법보단 한국 식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일도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수라학교가 해외에 한식을 알리고 우리 식문화를 전파할 수 있는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며 "한식과 K-푸드 열풍이 일시적 유행을 넘어 세계 미식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한식의 저변 확대를 위해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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