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 죽음, 감소세의 '착시'
10년간 건설현장 사망 '4422명'
사고사망 만인율 여전히 높은 수준
단체교섭 집중화·비례적 노동자대표제 도입 제안
"재하도급 억제, 제값 보장해야"
'발주자 책임 강화 등 생태계 전반 개혁 필요"
2026-02-24 17:00:00 2026-02-24 17:12:20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지난 10년간 건설현장 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총 4422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매년 수백 명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고 있는 겁니다. 특히 지난 2017년 500명을 넘겼던 사망자는 2023년 350명대로 줄었지만 '감소세의 착시'일 뿐, 사고사망 만인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건설업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장 단속과 처벌 강화만으론 한계가 있는 만큼, 다단계 하도급과 저가 낙찰 구조를 포함한 산업 생태계 전반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종식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24일 정책토론회를 통해 "사고사망 만인율이 최근 낮아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2014~2015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심각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래픽=박종식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구조적 위험, 해소되지 않았다"
 
24일 한국노동연구원이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는 건설업 사망사고의 양적 감소만으론 개선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최근 감소세를 보이는 건설업 사망사고의 이면을 진단한 박종식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사고사망 만인율이 최근 낮아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2014~2015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심각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건설업 사고사망 만인율 추이를 보면, 2014년 1.34에서 2020년 2.00까지 상승 후 2023년에는 1.59로 내려간 바 있습니다. 그러나 2014~2015년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10% 이상 높은 상태입니다. 
 
2023년 만인율인 1.59의 경우도 2020년 정점보다 낮은 수준이나 2014년(1.34)보다 약 18% 높습니다. 단기적 완화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위험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방증입니다.
 
박종식 연구위원은 "수많은 건설업 산재예방 대책에도 불구하고 건설업 중대재해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건설업의 3주체인 경영자, 안전관리자, 노동자(노조)의 노동안전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 확인하고 극복방안을 모색해야한다"고 문제제기 했습니다.
 
 
건설현장 산업재해 사망 노동자 유가족과 건설노조,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2024년 6월26일 건설의 날 기념식이 열리고 있는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 입구에서 건설현장 안전을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동자대표제 등 안전 거버넌스 시급
 
박성국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개별 현장의 노력을 넘어 지역 단위의 '초기업 단체협약'과 노동자가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안전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연구 내용을 보면, 건설업 노사관계는 1987년 이후 4단계를 거쳐 진화해 왔습니다. 과거 산재를 개인의 불운으로 치부하던 '갈등 봉쇄기'와 대형 사고 시에만 정치적 쟁점이 되던 '발현기'를 지나 현재는 단체협약에 안전 규범을 명문화하는 '제도화기' 및 '새로운 관계 모색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노사의 '트라이레마(Trilemma·세 가지 가치 사이의 충돌)' 대응 방식을 꼽았습니다. 과거 사용자는 '공기와 인건비'를, 노조는 '고용과 임금'을 우선하며 안전을 후순위로 미뤘다는 얘기입니다. 현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제도적 압박이 커지면서 안전을 필수 가치로 통합, 고용·임금·공기와 안전의 균형을 찾는 전략적 선택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아울러 플랜트건설업 사례도 제시했습니다. 플랜트 분야는 지역 단위의 초기업 교섭을 통해 '지역적 구속력'을 가진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법적 기준을 상회하는 폭염 대책, 안전감시원 채용, 원하청 공동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운영 등 구체적인 규범을 지역 내 모든 사업장에 확산시키는 성과를 거뒀다는 판단입니다.
 
반면 일반건설업의 경우 단협에서 오히려 작업중지권 등 구체적 조항이 삭제되거나 법령 인용으로 간소화되는 등 안전 규범의 구체성이 약화되는 양상을 보여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노조가 지명한 현장 책임자가 원하청 안전위원회에 참여하는 등 노동자 참여가 실질적 예방의 열쇠라는 점도 꼬집었습니다. 지난 1월29일 국회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오는 8월1일부터 근로자대표가 추천한 인물을 사업주가 명예산업안전감독관으로 반드시 위촉토록하고 있습니다.
 
박성국 연구위원은 건설안전 선진화를 위한 4대 과제로 고용 상용화 유도, 단체교섭 집중화, 비례적 노동자대표제 도입, 안전 인프라 정비를 제안했습니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직무대행은 24일 정책 토론회를 통해 "건설업은 여전히 우리나라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약 절반을 차지할 만큼 위험성이 높은 산업이며 제도 개선과 더불어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다단계 도급 '공사비 삭감'…종합 접근 필요"
 
심규범 건설고용컨설팅 대표는 "'다단계 하도급'과 그 과정에서의 '공사비 삭감' 구조에 있으며 공사비 축소와 공기 단축이 반복되면서 안전이 후순위로 밀려나는 구조가 고착돼 있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그는 "현행 최저가낙찰제는 기술력 없이도 공사비와 임금 삭감이 가능해 불법 재하도급과 안전 무시를 부추기는 제도적 한계를 안고 있다"며 "임금 하한선을 규제하는 '적정임금제'를 도입해 재하도급을 억제하고 제값을 보장함으로써 건설생산과 안전의 정상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또 "기능등급제 활용 법제화, 초기업 단위의 기초 안전보건 요소 공급, 사망만인율 산식 개선 등을 통해 숙련 인력 확보와 합법 고용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성재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설업의 높은 재해율이 단순한 현장 관리 부족이 아니라 산업구조·노동시장·입낙찰 제도·노사관계 등 제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외주화 확대와 다단계 하도급, 공사비·공기 압박 구조가 안전투자 축소로 이어지며 고령화·외국인 의존 심화도 안전관리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건설안전 개선을 위해서는 "적정 공사비·공기 보장, 발주자 책임 강화, 가격 중심 입낙찰제의 개선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의 개혁이 필요하다"며 "노사가 안전을 공동 핵심 가치로 설정하는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과 소규모 현장 특화 정책, 전문 감독체계 강화 등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성재민 노동연구원 원장직무대행은 "건설업은 여전히 우리나라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약 절반을 차지할 만큼 위험성이 높은 산업이며 제도 개선과 더불어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법·제도 개선과 정책 추진, 그리고 노와 사의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져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실질적인 변화로 연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월28일 서울시내 건설현장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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