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용률 3%' 뚫고 엘리엇 상대 승소…"항소 가능성 철저 대비"
우리 정부 "국민연금공단, 정부와 별개 법인격 보유" 주장
영국 법원 "한국은 엘리엇에 1600억 배상하라" 판정 취소
24일 법무부 "취소소송 승소 후에도 이 사건 끝나지 않아"
엘리엇, '청와대·복지부 영향력' 트집 잡아 항소 가능성도
2026-02-24 15:43:38 2026-02-24 15:43:38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에 1600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에 불복해 영국 법원에 제기한 취소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최근 2년 간 영국 법원의 중재판정 취소 인용률 3%에 불과했는데, 이걸 뚫은 겁니다. 정부는 엘리엇이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할 수 있는 만큼, 철저히 대비한다는 계획입니다. 
 
조아라 법무부 국제투자분쟁과장은 24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영국 1심 법원이 '국민연금공단은 국가기관이 아니다'라는 우리 정부 주장 받아들여 국민연금공단이 국가기관임을 전제로 손해배상을 명령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을 일부 취소했다"고 했습니다. 
 
조아라 법무부 국제투자분쟁과장이 24일 오전 정부와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간 국제투자분쟁(ISDS) 취소 소송 결과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2018년 7월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와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으로 인해 1조1000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며 국제투자분쟁(ISDS) 소송을 제기한 데서 시작됐습니다.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 결정에 정부가 찬성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삼성물산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입니다.   
 
2023년 6월 PCA는 한국 정부의 책임을 인정, 엘리엇에 배상 원금과 이자 등 약 1556억원(1억782만달러)을 지급하라고 판정했습니다.
 
하지만 2024년 9월 우리 정부는 국민연금공단을 국가 기관으로 간주하고, 정부의 압력 행사로 인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본 중재판정에 불복, 중재지인 영국 항소법원에 중재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취소소송과 관련해 1심 법원은 한국이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 소를 각하했습니다. 반면 2025년 7월 2심에 해당하는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 주장을 받아들여 1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결국 정부는 이번에 1심 법원으로부터 중재를 취소하는 판결까지 이끌어 낸 겁니다. 
 
중재판정을 취소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국민연금공단은 국가 기관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에 행사한 영향력은 정부의 비공식적인 행위로, 이것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11.1조에서 규정하는 '당사국이 채택하거나 유지하는 조치'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1심 법원은 △국민연금공단은 정부와 별개의 법인격을 보유한 점 △연금 징수와 기금 운영은 국가의 핵심적 기능으로 볼 수 없는 점 △국민연금공단의 일상적 의사결정이 정부에 완전히 종속되지 않는 점 등을 인정하며,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다만 영국 법원은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등이 국민연금공단의 의사결정과정에 개입한 행위는 FTA 조항의 '관련성 있는 조치'라고 판단했습니다. 향후 재개될 중재판정에서 배상책임에 대한 다툼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엘리엇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1심 법원은 엘리엇이 제기한 항소 이유가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항소를 허가할 수 있습니다. 항소심에서는 1심 법원의 판결 내용을 원점에 두고 다시 다투게 됩니다. 
 
다만 이번 판결이 확정된다 해도 정부가 배상책임을 모두 벗어난 것은 아닙니다. 엘리엇이 환송 중재 절차에서 '청와대와 복지부 등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 PCA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정부 배상책임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정부는 "비록 중재 판정은 취소되었지만 아직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며 "다가오는 환송 중재 절차에서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사력을 다해 대한민국의 국익을 수호하고 국제적 위상을 높여 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엘리엇의 항소제기에도 대비하는 등 국익을 최선으로 대응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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