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기관 업무보고 분석)(2)보증·PF 확대 속 정책금융, 리스크 관리 시험대
보증·전세·PF 중심으로 위험 노출 동시 확대
대위변제·보증사고 증가에도 회수·손실 관리 기준은 제한적
정책금융 건전성 부실 우려, 적극적 위기 관리 요구돼
2026-02-23 15:44:05 2026-02-23 16:56:37
[뉴스토마토 이지우·남윤서 기자]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 평가 대상 정책금융기관들이 올해 업무보고에서 공급 확대를 전면에 내세운 가운데, 전세보증·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고위험 영역을 중심으로 재무 리스크 관리 과제가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경기 대응을 이유로 자금 투입은 늘고 있지만, 부실 관리와 회수 체계, 정량적 관리 기준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입니다.
 
23일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정책금융기관들은 경기 하방을 막기 위해 전면에 나서고 있지만 그만큼 위험 노출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대위변제 주택 매입·임대 전환,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주택보증·PF 특례보증 확대, 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의 보증 잔액 상승 등 정책금융의 위험 흡수 기능이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대형 프로젝트 금융 강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기업 정상화 지원까지 더해지며 위험을 떠안는 구조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습니다. 정책금융의 완충 역할이 강화될수록 리스크가 공공부문으로 집중되는 구조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전세·PF 보증 확대 속 커지는 주택금융 리스크
 
HUG는 지난해 주택건설사업 관련 보증 94조원을 공급했고, 채권 회수 실적도 2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전세금반환보증 65조원과 분양보증 60조원 등 고위험 보증이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회수 실적 증가에도 위험 노출 총량이 줄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평가입니다.
 
HUG가 추진 중인 '든든전세주택'은 보증 사고로 대위변제한 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로 전환하는 사업입니다. 매입 물량은 지난해 5615호로 늘었지만 총 임대 공급은 2250호에 그쳤습니다. 임대 전환이 지연될 경우 회수 지연과 관리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국정감사에서도 목표 대비 공급 저조와 하자 문제로 인한 계약 포기 사례가 지적됐습니다.
 
채권 회수 구조 역시 취약하다는 평가입니다. 상습채무불이행자 명단 공개에도 회수율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과, 외국인 임대인 보증 사고의 경우 구조적으로 회수가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여기에 12조원 규모 미래도시펀드 등 신규 금융 추진 계획까지 더해지면서 정책 범위가 넓어질수록 보증 부담도 함께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주택 PF 지원 확대도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HUG는 PF보증 특례를 연장하고 보증 한도를 총사업비의 70%까지 확대하는 한편, 중소건설사 대상 PF 특별보증 약 2조원 공급, 브릿지대출 이자 지원 확대, 임대전환형 PF보증 출시 등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이는 유동성 지원 성격이지만, PF 시장 변동 시 정책금융이 직접 손실을 흡수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HF 역시 정책모기지와 보증 공급 확대 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HF는 지난해 19조원의 정책모기지와 14조1000억원의 유동화증권을 발행했고, 68조7000억원 규모의 주택보증을 공급했다고 밝혔습니다. PF 특례보증 운영 기간을 연장하고 공급 한도도 3조원에서 4조5000억원으로 확대했습니다. 올해는 보금자리론 20조원, 주택보증 61조4000억원, 주택연금 20조원 공급을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HUG와 HF 모두 공급 확대 계획은 제시했지만, 전세보증과 PF 특례보증 확대가 경기 하락 국면에서 대위변제 증가로 이어질 경우 손실률 상승과 자본적정성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전세 중복 보증 문제, 청년 전세보증 채권 회수율 저조, 부정 대출 적발 체계 미흡 등은 이미 국회와 감사원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된 사안입니다. 보증 규모가 확대되는 구조에서 회수 성과와 손실 흡수 여력을 함께 제시하지 않으면 정책금융의 재무 부담이 누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최인호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급 확대 뒤 남은 보증·보험 건전성 숙제
 
기보는 보증 확대가 실제 부실로 전이되는 흐름이 수치로 확인됩니다. 보증 잔액은 2020년 25조4453억원에서 2025년 29조9242억원으로, 같은 기간 사고율은 3.4%에서 5.2%로 상승했습니다. 대위변제 규모도 6322억원에서 1조4258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보증 규모와 위험 지표가 동시에 상승하며 질적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기금 스스로도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로 이연된 부실이 고금리·고환율과 내수 부진 속에서 현실화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신보는 위기 대응 특례보증을 상시 운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특례보증 신규 지원 실적은 1조6000억원 수준입니다. 그러나 특례가 상시화될수록 경기 하방 구간에서 부실이 정책금융으로 빠르게 전이될 가능성도 함께 커질 수 있습니다.
 
캠코는 국유재산 매각 제도를 개선하고 기업 정상화 지원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작년 사업 예산은 3조3566억원에서 2026년 2조189억원으로 줄었지만, 기업 정상화 지원 예산은 1조2212억원에서 1조3710억원으로 확대됐습니다. 반면 가계 재기 지원 예산은 2조220억원에서 5266억원으로 74% 축소됐습니다.
 
다만 공적 부실을 정리하는 기관임에도 인수 규모와 회수율, 손실률 등 핵심 성과 지표는 업무보고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2024년 경쟁입찰 795건 중 감정가 미만 처분 사례가 467건에 달했고, 국유재산 매각의 94.7%가 수의계약 방식이었다는 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됐습니다. 이후 캠코는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놨지만, 실질적인 회수 성과를 어떻게 높일지에 대한 설명은 제한적이라는 평가입니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대규모 보험 지원 계획을 발표했지만, 보험 사고율이나 손실률, 충당금 적립 수준 등 구체적 위험 지표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무보 측은 관련 지표 공개 여부에 관해 "내부적으로는 위험 관리 체계가 갖춰져 있지만, 이를 대외적으로 홍보하거나 알리지는 않아 왔다"며 "업무보고 성격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어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책금융 산업정책 수단화리스크 관리 관건
 
산은·수은과 기업은행도 대규모 금융 공급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산업은행은 국민성장펀드 연계 투자·대출 확대를, 수출입은행은 해외 프로젝트와 수출금융 지원 강화를, 기업은행은 지방 중기·소상공인 저금리 대출과 정책자금 공급 확대를 각각 핵심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정책금융이 PF·해외사업·중소기업 대출 등 경기 민감 영역으로 동시에 확장되면서 손실이 공공부문으로 이전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강원대 행정학과 홍형득 교수는 이 같은 공격적 정책금융 공급 확대 기조에 대해 "잠재적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위기관리에 대한 노력도 필요하다"며 "신용 시스템 고도화나 디지털 전환, 인프라 내실화 등이 강조되는 최근 흐름 역시 위험관리 강화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금융 환경이 과거보다 훨씬 유동적인 만큼 보다 공급 확대와 더불어 적극적인 위기관리가 요구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홍 교수는 "무작정 공급을 확대하다 보면 기관 자체의 건전성이 부실해질 수 있어 정책금융의 위기관리와 공급을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지우·남윤서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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