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손질 칼날에 인터넷은행도 바짝 긴장
2026-02-11 14:02:14 2026-02-11 17:42:46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사 전반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인뱅)도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인뱅은 그동안 혁신성과 성장성을 앞세웠던 만큼 기존 금융사와 같은 수준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크게 받지 않았는데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등 취약점이 크다는 점에서 인뱅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표이사 이사회 의장 겸직 여전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323410)·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뱅 3사는 모두 이사회 과반을 사외이사로 구성해 형식적 요건은 갖췄습니다. 카카오뱅크(323410)는 전체 이사 9명 중 사외이사 6명으로 비중이 66.7%에 달하고, 케이뱅크는 11명 중 8명(72.7%), 토스뱅크는 8명 중 5명(62.5%)이 사외이사입니다. 형식적인 요건만 놓고 보면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제시하는 기준에 맞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구성은 다릅니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각각 최우형 은행장과 이은미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한 주요 금융지주와 다른 점입니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도 지배구조 내부규범에는 이사회 의장을 원칙적으로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사외이사가 아닌 자를 의장으로 선임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둬 이사 전원의 동의를 거쳐 대표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했습니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구조 자체가 현행법 위반은 아닙니다. 비상장회사의 경우 사외이사 선임 의무가 없고,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임 역시 법적으로 제한되지 않습니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비상장사입니다. 상장사인 카카오뱅크는 사외이사인 진웅섭 의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강조하고 있는 이사회 독립성과 배치된다는 점입니다. 이사회 의장은 단순한 회의 진행자가 아니라 이사회 운영 전반에 핵심적인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의장은 이사회에서 어떤 안건을 논의할지를 정하는 의사일정 결정권도 쥐고 있습니다. 대표이사가 의장을 겸할 경우 자신의 경영 판단을 점검하거나 책임을 묻는 안건이 의도적으로 제외되거나 후순위로 밀릴 수 있습니다. 
 
인뱅 특성상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최대 지분을 갖고 있지만, 장기 집권과 '셀프 연임'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인뱅 관계자는 "아직 신생 은행이고 성장 과정에 있다 보니 대표와 이사회 의장이 겸직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봐주면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카카오뱅크도 초기에는 겸직 체제였다가 상장 이후 규모가 커지면서 분리 운영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당국이 이사회 독립성이나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성장 단계에 맞춰 향후 변화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성별·직군 편중된 사외이사
 
인뱅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인뱅 3사의 사외이사 면면을 보면 학계와 법조계, 금융권 출신 인사에 집중돼 있습니다. 카카오뱅크 사외이사는 법무법인 고문과 변호사, 대학 교수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케이뱅크도 전직 은행 임원과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가 대다수입니다. 토스뱅크 역시 대학 교수와 법조계 인사가 주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최근 중요도가 커지고 있는 IT나 소비자 전문가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성비로 봐도 여성 사외이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케이뱅크는 사외이사 전원이 남성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는 여성 사외이사가 1명에 불과합니다. 금융당국이 금융사 이사회 구성에서 성별 다양성 확대를 지속적으로 주문해온 점을 감안하면 다양성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인뱅 사외이사 구성에 대해 소비자 보호나 플랫폼 이용자 관점을 대변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학계·법조계·금융권 출신만으로 구성된 인력으로는 비대면 금융 서비스의 특성과 소비자보호 관점을 이사회 의사결정에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혁신성과 편의성을 강점으로 내세워온 인뱅 정체성과도 괴리가 있다는 견해입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인뱅 지배구조 연착륙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외이사 구성에 대해서도 "특정 분야 편중과 성별 불균형은 다양한 관점 부재로 이어지며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의 사각지대로 귀결될 수 있다"면서 "금융당국 태스크포스(TF)가 강조하는 이사회 다양성 기준에 맞추지 못한다면 혁신성이 저해되거나 의사결정이 편향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전반적으로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나선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들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인뱅들은 그간 출범 초기 사업자라는 특성을 감안해 기존 금융사 수준의 지배구조 감독으로부터 제외돼 있었다. 사진은 인뱅 3사 로고. (사진=각 행)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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