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신탁수익증권 기반 STO(토큰증권) 유통시장 거래소 인가 절차가 단순한 행정 착오를 넘어, 법률이 정한 절차 자체를 위반한 '결정적 하자'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금융기관의 지분 참여로 명백한 기업결합이 발생하는 사안임에도, 금융위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전 협의와 심사 절차를 배제한 채 인가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의혹입니다.
26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 거래소 인가 과정에서 공정위와의 사전 협의 절차를 사실상 누락했다는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금융위는 넥스트레이드와 한국거래소가 각각 주도해 설립한 신규 법인의 지분 구조가 기업결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도, 예비인가 검토 단계에서 공정위와 협의하지 않은 채 증권선물위원회 및 금융위 정례회의를 통해 사실상 승인 방향을 내부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공정위 내부 관계자는 "단순한 내부 절차 누락이 아니라, 동급 중앙행정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의 법령상 협의권과 심사권을 금융위가 침해했다는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더욱이 공정위와 금융위 간 체결된 협약에서는 기업결합 사안에 대해 금융위는 협의 주체, 공정위는 심사 주체임을 명확히 하고 있음에도, 금융위가 이를 자체 판단으로 대체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권한 침해 논란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입니다.
법조계에서도 금융위의 절차 진행에 중대한 법적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3항은 금융기관이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 5% 이상을 취득하고, 주주권 행사를 통해 실질적 지배력을 형성할 수 있는 경우 금융위원회가 반드시 미리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공정거래법과 금융규제 전문인 한 변호사는 "이는 인가 여부 판단의 전제가 되는 필수 절차로, 선택 사항이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넥스트레이드의 경우 최대주주 지분이 20% 내외에 불과한 반면, 신한투자증권·하나증권·한양증권·유진투자증권 등 다수의 증권사가 각각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구조로 알려졌습니다. 증권사는 금융산업구조개선법상 금융기관에 해당하며, 이들이 연대해 주주권을 행사할 경우 신탁수익증권 기반 거래소 신규 법인에 대한 실질적 지배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입니다.
한국거래소가 주도한 법인 역시 키움증권, 교보생명, 카카오페이증권 등이 각각 6%대 지분을 보유한 공동 최대주주 구조로 파악됩니다. 금융기관들이 신규 법인의 최대주주로 참여하고, 연대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이 역시 기업결합 사전 협의 대상에서 제외하기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쟁점은 협의의 '시점'입니다. 법률 검토 의견은 공정위와의 협의는 기업결합 자체에 대한 사전 협의가 아니라, 기업결합이 포함된 인가·승인에 대한 사전 협의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예비인가는 경쟁 관계에 있는 신청자에게 탈락이라는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만큼, 예비인가 이후의 협의는 이미 사후 절차에 불과하다는 지적입니다.
이 같은 논란은 정부가 그동안 강조해 온 정책 기조와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과 이후 공개 발언을 통해 토큰증권을 포함한 디지털 금융과 자본시장 혁신을 주요 정책 과제로 제시해 왔습니다. 이 대통령은 "토큰증권 중심의 디지털 금융 활성화는 우리 경제의 글로벌 영향력을 확장할 기회”라고 밝힌 바 있으며, 토큰증권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자산 시장은 제도권 안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갖춰 육성돼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 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신탁수익증권을 기반으로 한 토큰증권 유통시장 인가 과정에서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 제한성 검토와 부처 간 협의 절차가 생략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부의 정책 메시지와 실제 행정 집행 사이의 괴리가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자본시장 혁신을 명분으로 내세운 인가가 오히려 공정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는 “이 사안의 핵심은 기업결합 해당 여부를 둘러싼 해석 문제가 아니라, 금융위원회가 스스로 판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관여 자체를 배제했다는 점”이라며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3항은 협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 아니라, 인가권자가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절차적 전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예비인가 단계에서 사실상 결론을 내린 뒤 사후적으로 협의하는 방식은 공정위의 경쟁제한성 심사권을 형해화하는 것으로, 행정법적으로도 중대한 절차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를 역임한 바 있는 정재호 K-정책금융연구소 소장은 “중앙부처인 금융위원회조차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그만큼 부처 이기주의적 업무 관행에 젖어 있다는 방증으로 평가된다”며 “대통령이 아무리 부처 간 협업을 강조해도 이를 ‘소 귀에 경 읽기’처럼 흘려듣고 있는 표본적 사례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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