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이전상장 빅무브)③떠날 채비 마친 대장주…코스닥은 준비됐나
알테오젠, 형식적 요건 모두 충족하고 떠날 채비
2부리그 인식 고착화와 수급 저하 우려는 여전
코스닥 활성화 대책 발표…대장주 이탈 막을지
2025-12-24 06:00:00 2025-12-24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22일 15:1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을 주름 잡아온 바이오 대장주 가운데, 코스피라는 메이저리그에 제대로 안착한 투수는 셀트리온 단 한 곳이다. 이제 그 뒤를 잇기 위한 도전이 시작됐다. 현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알테오젠이 코스피 이전상장을 향해 본격적인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IB토마토>는 밸류업의 시대, 숫자로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코스피 시장에서 K-바이오텍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살펴본다. 아울러 시장은 과연 돈 버는 바이오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 현실과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알테오젠(196170)이 형식적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질적 요건 다지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최종 준비가 마무리되고 내년 초쯤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면 떠날 채비는 다 끝나는 셈이다. 반면 자본시장이 준비가 됐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시가총액 1위 대형주를 떠나보내는 코스닥 시장의 입장에선 2부 리그 이미지 고착화와 수급 저하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이에 정부도 내년 상반기 코스닥 활성화 대책 추진을 준비하고 있어 대장주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알테오젠 홈페이지)
 
형식 요건 갖추고 떠날 채비 마무리 들어간 대장주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임시주주총회에서 코스닥 조건부 상장폐지 및 코스피 이전 상장을 의결한 알테오젠은 내년 초쯤 코스피 이전을 위한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코스닥 기업이 코스피로 이전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하면 거래소는 규정상 영업일 기준 45일 이내(약 2~3개월)에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추가 서류 보완이나 현장 실사 등 연장 가능성까지 열어둔다면 실제로는 3개월에서 4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른 형식적 요건부터 살펴보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시 기업 규모 면에선 자기자본이 300억원 이상이어야 하는데 3분기 말 기준 알테오젠의 자본총계는 이를 훌쩍 상회하는 3779억원으로 집계된다. 매출 요건의 경우 최근 사업연도에 1000억원 이상이고 최근 3개년 사업연도 평균 700억원 이상이어야 하는데, 지난해 매출은 1029억원이었고, 2022년 288억원, 2023년 965억원을 기록해 3년 평균 약 760억원의 매출 시현 중이다.
 
수익성 요건에선 △최근 사업연도에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이익(세전이익)이 30억원 이상이고, 최근 3사업연도의 합계가 60억원 이상 △최근 사업연도에 자기자본이익률(ROE)이 5% 이상이고, 최근 3사업연도의 합계가 10% 이상 △상장예비심사 신청일 현재 자기자본이 1000억원 이상인 법인으로서 최근 사업연도의 세전이익이 50억원 이상이거나 ROE가 3% 이상이고, 최근 사업연도의 영업현금흐름이 양(+) 등 세 가지 요건 중 하나를 충족하면 된다.
 
알테오젠의 경우 이를 모두 충족한다. 2024년도에 세전이익은 366억원을 기록했고, 2022년 세전손실 규모는 100억원, 2023년 36억원으로 집계돼 3사업연도 합계는 230억원이다. ROE의 경우 2024년 29.52%이고, 2022년 -5.75%, 2023년 -2.27%로 도합 21.5%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5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알테오젠에게 남아있는 숙제는 상장 예비심사 청구 이후 거래소로부터 받게 될 질적 심사에 대한 대비다. 해당 심사에선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제출과 함께 기업의 계속성, 이사회·위원회 운영현황, 내부통제 시스템, 주주권익 보호 체계 등을 종합 평가받게 된다.
  
 
 
2부 리그 인식 고착화…베일 벗은 정부 대책
 
이처럼 형식적 요건을 충족하고 마지막 떠날 채비를 서두르는 알테오젠과는 달리 자본시장이 회사의 코스닥 이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는 의문이다. 코스닥 시총 1위 기업의 이탈이 가시화 될때마다 대장주 공백에 대한 우려가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코스닥은 코스피의 '2부 리그'라는 인식이 고착화될 우려가 존재한다. 이미 투자자들은 바이오텍으로서 첫 이전상장에 성공한 셀트리온을 비롯한 여러 선례들을 경험하면서 코스닥이 혁신 기업의 성장을 돕지만, 결국엔 성장한 기업이 코스피로 떠나가면서 거쳐가는 곳에 불과하단 인식을 가지고 있다.
 
특히 알테오젠은 2005년 기술특례상장 제도 도입 이후 해당 제도를 통해 상장한 303개 기업 가운데 코스피 이전을 추진하는 첫 사례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재무와 실적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받은 기업이 자본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인데, 성공 사례로 꼽히던 알테오젠마저 이탈한다면, 특례상장 기업의 목표도 결국엔 코스피라는 인식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시총 1위 기업이 빠져나가면서 코스닥 지수 자체가 떨어지는 수급 공백이 우려된다. (해당 문단 최신화 예정)18일 기준 알테오젠의 종가는 43만1000원으로 시총은 23조61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날 코스닥 시장 시총 전체 489조2555억원의 4.71%에 달하는 수치다. 현재 시총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에코프로비엠의 시총은 15조810억원(3.08%), 3위인 에코프로의 시총은 13조3604억원(2.73%)으로 집계된다. 더 나아가 비교적 실적과 재무가 튼튼한 대장주가 빠져나가며 시장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낙인이 찍히는 신뢰 저하도 문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코스닥 전체로 놓고 보면 대형주 이탈로 수급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 수급에 영향을 더 받는 시장 환경에서의 전체 유동성 축소는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코스닥 대장주의 이탈과 2부리그 인식 고착화가 하루이틀 언급된 문제는 아니었던 만큼 정부 차원의 시장 활성화 대책도 윤곽을 드러낸 상태다. 지난 19일 진행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금융위원회는 코스피 4000시대의 흐름을 자본시장 전체로 확산 시키겠다며 벤처·혁신 기업의 요람인 코스닥의 신뢰와 혁신 제고방안 추진한다고 밝혔다.
 
우선 코스닥 본부의 독립성과 자율성 제고를 통한 코스닥 시장의 자체혁신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역동적 다산다사 구조로의 전환을 위해 상장심사 및 상장폐지 기준을 재설계하기로 했다. 아울러 연기금(평가), 집합투자기구(BDC 등 세제 지원) 등 기관투자자의 진입여건을 마련하기로 했으며 공모가 산정의 객관성 제고 및 주관사의 책임 강화 등 투자자 보호장치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코스닥 신뢰·혁신 제고방안의 추진 시점은 내년 상반기로 잡혔다. 이 시기는 이르면 내년 1분기 알테오젠의 예심 청구 이후 거래소가 심사를 진행하게 될 기간과 맞물린다. 이에 코스닥 대장주의 빈자리를 메워줄 만큼 충분한 활성화가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업무보고 당시 "신뢰를 먼저 높일 거냐 혁신을 더 북돋을 거냐의 문제"라며 "벤처기업 쪽에서는 혁신의 문을 더 많이 열어달라고 하고, 투자자들은 일단 부실한 것들을 빨리 내보내서 그 공간이 열려야 혁신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두 가지를 다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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