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PASS·페이팔도 뚫렸나...중국몰서 타인계정 불법인증 기승
2025-12-09 15:56:04 2025-12-09 18:59:07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신원 정보가 중국 대형 온라인몰 타오바오에서 계정 거래와 인증 대행 형태로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네이버·쿠팡·무신사·올리브영 등 플랫폼 계정을 비롯해 이동통신 3사가 운영하는 본인확인서비스인 PASS 인증 대행, 글로벌 은행 계좌 개설 대행까지 거래 대상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국내 인증기관과 플랫폼 기업들은 해당 거래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미 인증기관, 중국발 인증 대행 논란
 
9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중국 대형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에 SKT·KT·LGU+ 등 이동통신 3사가 운영하는 모바일 본인인증서비스 패스(PASS)를 통한 개인정보 인증을 58위안(1만2069원)~450위안(9만3645원)에 대행해준다는 게시글이 10여개 올라왔습니다. 
 
PASS는 이동통신사에서 무료로 발급하는 국민 범용 인증서입니다. 모바일 신분증 형태로 주민센터, 운전면허증 등 다양한 민간 분야에서 신분 확인이나 성인 인증 절차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게시글은 대부분 한국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한 계정을 우회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인증 절차를 대신 처리해주겠다는 제안을 담고 있었습니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초보자든 베테랑 플레이어든 필요한 게임 계정을 빠르게 획득하고 걱정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다"며 "한국 웹사이트에 대한 검증을 통과하고, 한국 계정에 대한 맞춤형 검증을 실시합니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해당 셀러가 판매하는 계정이 실제 존재하는 계정인지 여부는 불확실합니다. 다만 실제 이용 후기에는 "주문 즉시 배송되며, 빠르고 좋은 서비스다", "등록이 정말 빨리 완료됐다. 꼭 재구매하겠다"는 후기가 누적돼 있습니다.
 
페이팔 개인인증 대행과 글로벌 은행 계좌 개설 대행과 관련해 중국 타오바오에 올라온 게시글. (사진=타오바오 캡처)
 
나스닥에 상장한 미국의 결제기업 페이팔(Paypal) 또한 5위안(1045원)~88위안(1만8313원) 금액대로 본인인증을 대행해준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23개나 발견됐습니다.
 
국내외 본인인증 대행 서비스뿐만 아니라 씨티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이스트웨스트뱅크, UOB(유나이티드 오버시즈 뱅크), JP모건, 머큐리은행, BMO(뱅크 오브 몬트리울)은행 등 글로벌 은행들의 계좌 개설 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시글도 여럿 포착됐습니다.
 
게시글에선 해외 계좌를 통해 자유로운 외환 거래와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얻은 투자수익을 관리하기에 용이하다는 장점을 앞세워 광고하고 있었습니다. 설명에는 ‘신분증과 여권(선명한 사진이나 스캔본),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작성된 계좌 개설 양식을 제공하라’는 안내도 기재됐습니다.
 
쿠팡·PASS "인지 못해" 아쉬운 대응
 
유통업계에 따르면 타오바오몰에서 네이버·쿠팡·올리브영 등 국내 정보통신(IT) 또는 대형 유통 플랫폼의 한국인 계정이 활발히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이는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가 지난 3일 "한국 플랫폼 보안을 우회하는 서비스들이 몇백원 수준에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며 이러한 사실을 폭로하면서 알려졌습니다.
 
작성자에 따르면 △네이버 계정 생성 △실명 인증 우회 △PASS 본인인증 대행 △네이버 지도 설치 △네이버·무신사·카카오 등 한국 쇼핑몰 구매대행 △네이버 웹툰·넥슨·라테일 등 웹툰과 게임의 캐시 충전 대행 △쿠팡 한국 입점 대행 △한국 사업자등록 대행 △글로벌 은행 계좌 개설 대행 △미국 사업자등록 대행 등 여러 민감한 서비스가 다수 등록돼 있었습니다.
 
타오바오를 직구 경로로 이용하는 중국 소비자나 보따리상들이 한국인 계정을 통해 국내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상품들을 대규모로 저렴하게 구매를 시도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관측입니다.
 
문제는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도 다뤄졌습니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쿠팡 계정이 타오바오에서 23위안(5천원)~183위안(4만원) 수준에 판매되는 사례를 언급하며 '로그인 정보가 유출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쿠팡은 최근 중국 출신의 내부 직원이 고객 개인정보를 빼돌리며 약 3370만건의 개인정보 계정이 유출됐다고 알려졌습니다.
 
브래드 매티스 쿠팡 글로벌 보안 총괄은 김 의원 지적에 "해당 사례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며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는 무관해 보인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다크웹에서 이커머스 계정을 탈취해 위조 계정을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PASS는 타오바오몰에서 우회적으로 본인인증서비스가 활용되고 있는 사실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습니다. PASS앱을 운영 중인 핀테크 기업 아톤 관계자는 "생소한 케이스라 저희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통신사와 소통하면서도 개인정보 유출이나 해킹 정황은 공유된 바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타오바오몰에서 활동하는 셀러들이 판매하는 계정의 정확한 출처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내국인이 돈을 받고 합의하에 개인정보를 제공하거나 해킹을 통해 대량의 개인정보를 확보했을 수 있습니다. 또는 쿠팡의 경우처럼 내부에서 유출된 정보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포통장·자금세탁 우려 큰데 대응책 미비 
 
플랫폼 계정 거래를 넘어서 개인정보 인증 대행, 글로벌 사업자등록 대행, 글로벌 은행 계좌 개설 대행 등 민감한 신원·금융정보가 노출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볼 문제가 아닙니다.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통한 소액결제나 간편결제 악용 우려는 물론, 대포통장 개설이나 자금세탁 경로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은행 계좌 개설은 실명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의사가 포함됐더라도 온라인몰을 통한 불법적 대행 서비스가 아닌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계좌 대리 개설은 명의 도용이나 사기, 범죄를 위한 대포 계정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또한 PASS앱과 같은 전자서명 및 본인확인 시스템의 금융거래 안정성 담보와 신뢰도가 급격히 하락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만 현재로서는 타오바오몰에 일일히 게시글을 신고, 삭제 요청하는 방법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상적인 거래보다는 불법적인 의도로 금융기관에 가입을 접근하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까지는 플랫폼에 가입하는 용도에 그쳐 별 문제는 없었는데, 금융기관이나 인증기관의 계정을 사고파는 것은 대포통장 개설과 자금세탁 측면에서 위험하다"고 진단했습니다.
 
김 교수는 "서비스가 존재하는 것 자체로 치외법권 지역에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문제 삼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돈벌이 하려는 대행업체들은 그런 것을 만족시켜주는 일을 하게 될 거고, 여기에 인증을 해준 은행이나 인증기관이 나중에 곤란해지고 명의가 도용된 사람들도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지금으로선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금처럼 경찰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게시글 삭제를 요청하거나, 인증기관이나 금융기관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신원 확인 등에 더욱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