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가 랠리' 천일고속, 10일만에 브레이크
장중 50만원선 돌파했지만 매물 출회로 하락 마감
재개발 기대 과열 속 초저유동·적자 구조
전문가 "추가 매수 신중해야"
2025-12-04 16:30:47 2025-12-04 17:21:27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재개발 기대감에 힘입어 연속 상한가 랠리를 이어오던 천일고속(000650)이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장중에는 상한가를 터치하며 50만원 선을 돌파했지만, 고점 부담이 커지면서 매물이 출회돼 상승 탄력이 둔화됐습니다. 단기간 13배 가까이 폭등한 종목인 만큼 변동성 확대에 대한 경계가 커지고 있습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천일고속은 전 거래일 대비 2만2500원(-5.64%) 내린 37만650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이날 장 초반에는 주가가 50만9000원까지 치솟아 상한가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50만원 선을 돌파했지만,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습니다. 투자경고 지정으로 두 차례 거래가 정지됐음에도 재개 직후마다 상한가로 직행했던 흐름이 처음으로 꺾인 모습입니다.
 
지난달 18일 3만7850원이던 주가는 3일 종가 기준 약 954% 급등한 바 있으며 4일 장중에는 50만원 선을 넘어서며 최대 13배 가까이 치솟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천일고속의 주가 폭등을 이끌어온 동력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재개발 기대감이었습니다. 지난달 19일 서울시가 신세계센트럴시티를 사전협상 대상자로 선정해 터미널 부지를 지하 통합 및 지상 초고층 주상복합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관련주가 일제히 움직였습니다. 천일고속은 해당 터미널 지분 16.67%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지분 가치 상승 기대가 개인 매수세를 자극했습니다. 터미널 부지 가치는 공시지가 기준 약 1조원으로 평가돼 천일고속 지분 가치는 약 16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그러나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고, 실적은 주가 흐름과 괴리를 보이고 있습니다. 천일고속은 최근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2020년 약 100억원, 2021년 비슷한 수준의 손실을 낸 데 이어 2022년 약 70억원, 2023년 약 50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올해도 50억원 안팎의 손실이 예상됩니다.
 
재무건전성도 부담입니다. 올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377%까지 상승했으며 순자산은 약 113억원으로 주당순자산가치(BPS)는 약 7900원 수준입니다. 현재 주가는 BPS의 60배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어 자산가치 대비 고평가 논란이 제기됩니다.
 
유동성 구조 역시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입니다. 최대주주 일가가 전체 지분의 약 86%를 보유하고 있어 시장에서 실제 거래되는 유동 주식은 약 14%에 불과합니다. 이른바 '품절주' 구조로, 적은 거래량에도 주가가 크게 출렁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에는 하루 거래량이 유통주식수(20만주)를 웃도는 29만주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수급 역시 한쪽으로 치우쳤습니다. 급등 기간 동안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는 거의 없었고 매수세의 대부분이 개인투자자에게서 나왔습니다. 기관·외국인이 외면한 가운데 개인 매수세만 집중된 전형적인 테마주 흐름으로 풀이됩니다. 재개발 이슈가 수급을 자극하며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재개발 기대만으로 급등한 종목'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경계심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개발사업은 장기간 성장 모멘텀으로 보기 어렵고 일회성 이슈에 투자심리가 과도하게 쏠리면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특히 천일고속처럼 유통 물량이 적은 품절주는 펀더멘털이 약하면 변동성이 불필요하게 확대된다"고 말했습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승세가 꺾이자 이를 '단기 조정'으로 받아들이고 다시 매수 기회로 판단하는 투자자들도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천일고속은 본업 적자에 초저 유동 구조라 조정이 곧바로 반등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과열이 한 번 진정되기 시작하면 낙폭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추가 매수 시도는 특히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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