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뉴스토마토 강영관 기자] 귤을 까는 냄새는 내게 언제나 제주 겨울을 떠올리게 한다. 방 안 가득 퍼지는 상큼한 향은 마치 오랜 친구의 목소리처럼 익숙하다. 손가락 끝에 남는 귤 향을 맡으면 제주도 남쪽 남원읍 위미리 외갓집의 겨울이 느릿하게 되살아난다. 어린 시절 겨울방학 때 반강제로 '외갓집 한달살이'를 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멀리 서귀포 바다와 함께 마당 앞 귤밭이 눈앞에 펼쳐졌다. 바람이 날카로운 계절, 따뜻한 방 안에서 외할머니는 귤을 쟁반에 가득 담아 귤 하나를 반으로 갈라주셨고, 방바닥엔 귤껍질이 쌓여갔다. 그 모든 것들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하나의 장면처럼 선명하게 돌아온다.
제주의 겨울은 언제나 귤빛과 귤나무가 함께 있었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겨울 햇살은 차갑지만 또 따뜻했다. 그리고 한라산은 늘 멀리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겨울이면 산 정상이 흰색을 두르고, 낮은 구름이 걸려 있었다. 마당에서 고개를 들어 북쪽을 바라볼 때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