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광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경찰이 지난 20대 대통령선거(대선)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윤석열씨의 '불법 대선캠프' 운영 의혹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국민의힘 대선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지급된 임대료가 없는 만큼, 윤씨와 국민의힘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강남에 '불법 캠프' 의혹…고발 3개월만
13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공공수사부는 이달 초 국민의힘 불법 대선캠프 운영 의혹과 관련한 주요 참고인들을 소환조사했습니다. 해당 의혹을 가장 처음 제기한 건 '윤석열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을 맡았던 신용한 전 서원대 교수입니다. 신 전 교수는 대선 당시 캠프 내 실무 총책임자들의 회의체인 '전략조정회의'와 '일일상황점검회의'에 참석,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로 꼽힙니다.
앞서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는 지난해 11월 대검찰청에 윤석열·김건희·국민의힘 대선캠프 관련자를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경찰은 고발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겁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씨가 2022년 3월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파이널 유세에서 어퍼컷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윤씨와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 때 서울 강남구 신사동(강남캠프)과 서울 서초구 양재동(양재캠프) 등 두 곳 이상에 불법 선거캠프를 운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강남캠프'로 알려진 7층 건물인 예화랑의 3층을 주요 선거캠프로 활용한 걸로 전해집니다. 윤씨는 강남캠프에서 선거 중 사람들의 눈을 피한 휴식을 하거나, TV토론을 준비하는 등 선거에 필요한 활동이나 주요 의사 결정을 하기도 했다고 전해집니다. 국민의힘의 장제원 전 의원·윤한홍 의원 등 핵심 측근들도 해당 캠프를 자주 찾았다고 합니다.
강남캠프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곳이었습니다. 대선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뉴스타파>에 "대선 기간에 윤석열 후보가 강남 어디로 오라면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온 사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해 11월13일 기사 <(단독)윤석열 '강남 대선캠프' 내부 사진 공개>에서 선거캠프로 활용되던 당시 예화랑 건물 3층의 사무실 내부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강남캠프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되지 않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공직선거법 제61조(선거운동기구의 설치)에 따르면, '정당선거사무소를 설치할 때는 지체 없이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해야 합니다. 공직선거법 위반임 셈입니다. 당시 국민의힘 공식 대선캠프는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 차려졌습니다. 후보자였던 윤씨의 공식 집무실은 국민의힘 중앙당사였습니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씨의 강남 비밀캠프 내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베일 싸인 '불법 정치자금'…판도라상자 열린다
불법 대선캠프 운영 의혹은 공직선거법 위반에 그치지 않고,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윤씨와 국민의힘은 대선 당시 강남캠프로 활용한 건물의 주인에게 임대료를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뉴스토마토>가 확보한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회계보고서' 분석 결과, 예화랑 공동소유주인 김방은·김용식 남매에게 지급된 임대료는 없었습니다. 윤씨가 김방은·김용식 남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받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대가성 채용 의혹도 제기됩니다. 윤씨는 대통령 당선 이후 인수위원회를 꾸릴 당시 김용식 씨를 발탁했습니다. 실제로 김씨는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에 합류했다가 사퇴했습니다. 김방은 씨는 2022년 7월 청와대 관리·활용 자문단 위원으로 위촉됐습니다. 그에 앞서 김방은·김용식 남매는 2021년 7월26일 각각 1000만원을 윤 대통령에게 후원하기도 했습니다. 법적으로 개인에게 허용된 최대치였습니다.
윤씨와 김방은·김용식 남매 사이의 사적 인연으로 얽혀있는 관계이기도 합니다. 김용식 씨는 정상명 전 검찰총장의 사위입니다. 정 전 총장은 윤씨가 대구지검 초임 검사 시절 부장검사로, 2012년 3월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결혼식 주례를 맡았습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정권 교체 분위기에 따라 경찰의 뒤늦은 수사라고 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수사가 진행되는 걸 긍정적으로 본다"며 "혐의가 명확한 사안으로, 윤석열의 내란 혐의 수사와 함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수사가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냈던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강남캠프'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불법으로 운영된 건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해명 과정에서 후보자였던 윤씨가 강남캠프를 이용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권 위원장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윤석열 씨로부터 강남캠프로 오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뒤, 권영세 선대본부장으로부터 오지 말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폭로한 것과 관련해 "순직 소방관 빈소를 갔다 오다 보니까 밤 10시가 넘었고 그때까지 저녁을 못 먹었다. (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로 가게 문을 다 닫아 저녁을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여기로 와서 시켜 먹고 들어가자'고 연락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저도 연락을 받고 갈까 생각하다가 거리두기 상황에서 음식을 시켜 먹으면 여러 잡음이 날 수 있어 제가 '그냥 오늘은 집에 들어가서 각자 먹자'고 이야기한 것"이라며 "그때 이준석 대표에게 제가 전화했는지 누가 했는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집에 가서 먹고, 가지 말자' 이렇게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현광 기자 mua@etomato.com
이선재 인턴기자 seonjaelee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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