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로펌 광장 '재량근로제 속앓이' 끝내나…제도 연장 2차 투표
'장시간 노동' 반발에 지난해 12월 1차 투표 부결
"화장실에 가는 시간 빼고도 52시간 넘게 일한다"
"불만 있지만, 결집력 없어 투표 가결될 것" 전망
2025-02-13 16:10:25 2025-02-13 16:10:25
[뉴스토마토 강예슬·유근윤 기자] 법무법인 광장이 재량근로제 시행 연장을 위한 2차 투표를 진행하고 있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재량근로제는 근로시간 유연화 제도의 일종으로, 도입 땐 장시간·불규칙 노동이 가능합니다. 광장은 지난해 12월 재량근로제 합의 기간 만료를 앞두고 제도 시행 연장을 위한 1차 투표를 진행했지만 저연차 변호사들의 반대로 부결된 바 있습니다. 이후 회사 운영위원회에선 재협상을 진행했고, 이번에 2차 투표까지 하게 된 겁니다.
 
13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광장은 재량근로제 연장을 위한 2차 투표를 12일부터 14일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투표에서도 재량근로제 합의가 부결될 경우 광장은 주 52시간제(연장근로 12시간 포함)를 시행해야 합니다. 
 
지난해 7월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재량근로제는 사용자와 근로자대표가 서면 합의로 명시한 근로시간을 '일한 시간'으로 보는 제도입니다. 설사 노동자가 '더 많이 일했다'라고 주장할지라도 서면으로 명시한 근로시간만 '일한 시간'으로 인정되는 겁니다. 때문에 불규칙하거나 장시간 노동이 가능해집니다. 반대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노동자에게는 불리한 제도입니다. 지난해 12월 광장이 진행한 1차 투표가 저연차 변호사들의 반발로 부결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최근 대형로펌에선 저연차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업무 강도 대비 임금이 적다는 불만도 나옵니다.
 
1차 투표가 부결된 뒤 광장의 재량근로합의 태스크포스(TF)에서는 협상안을 다시 논의했습니다. 이후 2차 투표안으로 △식대·경조사비 등 임금 인상 △유학 재도전 기회 부여 △유학 지원비 인상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저연차 변호사들의 경우 일정기간을 근무하면 유학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학위나 해외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로 일종의 복지입니다. 기존에는 유학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경우 재지원이 불가능했지만, 이제는 한 차례 더 지원 기회를 주기로 한 겁니다. 
 
 
현재로서 저연차 변호사들이 재량근로제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일부 저연차 변호사들은 장시간 노동에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변호사 업무 특성상 재량근로제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형로펌 출신 변호사 A씨는 "주니어 변호사들은 현실적으로 결집력이 있는 의견을 전달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다, 보수 수준 대비 업무 강도에 불만이 적은 주니어 변호사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는 재량근로제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고 전망했습니다.  
 
법무법인 율촌도 재량근로제에 대한 투표가 한 차례 부결된 뒤 지난달 2차 투표를 진행했고, 마침내 재량근로제 연장 시행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당시 율촌의 저연차 변호사들은 재량근로제 대신 주 52시간제을 택할 경우 업무 강도가 줄어 워라밸은 가능하지만, 연봉이 다소 삭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걸로 전해졌습니다.  
 
그럼에도 변호사 업계에선 고연봉을 미끼로 장시간 노동을 압박하는 분위기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고연봉 탓에 장신간 노동이라는 '그늘'이 가려지고 있다는 자성도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광장 변호사 B씨는 "주52시간제를 원하는 의견도 일부 존재하고, 주52시간제 대신 임금 인상이나 유학 등 기타 복지 혜택을 요구하는 의견도 존재한다"면서도 "(변호사 업계는) 과로사도 종종 발생하고 건강문제로 퇴사하는 사람이 많은 곳인데 이런 문제는 고연봉에 너무 가려지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B씨 역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는 "평일은 거의 매일 밤 10시~11시가 넘어 퇴근하고, 주말 중 쉬는 날은 하루"라며 "중간에 화장실 가는 시간들을 제외한 실제 근로시간만 계산해도 주 52시간이 넘는 경우가 다반사"고 말했습니다. 
 
저연차 변호사들의 재량근로제 반대 현상에 대해 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형로펌의 경우 전문성 향상을 위해 본인을 갈아 넣으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꽤 많다"면서도 "변호사라는 직종 자체가 전문성을 가진 업무이기 때문에 회사와의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상정하고 있지 않고, 충분한 보상도 안 주어지면 워라밸을 추구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가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풀이했습니다.
 
한편, 광장과 율촌 등 대형로펌들은 2018~2019년 사이 처음 재량근로제를 도입했습니다. 2019년 4월1일부터 300명 이상 사업장이 주 52시간제를 시행하지 않는 경우 처벌을 받게 됐기 때문입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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