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현행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은 음주운전이나 음주측정 거부로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된 사람이 그로부터 10년 안에 다시 음주운전을 하거나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위 규정을 적용한 원심판결을 깨고 돌려보냈습니다.
서울 관악경찰서 경찰관들이 지난해 12월3일 저녁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인근 도로에서 음주·약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A씨는 10년 내 음주운전 전과가 있음에도 2023년 3월16일 혈중알코올농도 0.097%의 술에 취한 상태로 약 12㎞를 운전하다 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1심과 2심은 A씨에게 도주치상 혐의와 음주운전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현행 도로교통법 규정을 적용해 징역 1년3개월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현행 규정이 2023년 4월4일부터 시행된 점을 지적하면서 이전에 A씨가 저지른 음주운전 혐의에 현행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와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했습니다. 1·2심 원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고 본 겁니다.
우리 헌법 제1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했습니다. 형법 제1조 제1항 역시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범죄와 형벌은 반드시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입법부가 제정한 법률로써 정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를 설명하고 있는 겁니다. 어떤 행위가 범죄가 되는지와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를 미리 정함으로써 법적 안정성과 법률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통해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는 지난 2018년 9월 만취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어 안타깝게 숨진 윤창호씨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개정됐습니다. 음주운전으로 처벌되는 혈중알코올농도 최저 수치는 하향되고, 형량은 상향된 겁니다. 음주운전이나 음주측정 거부 행위를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대한 처벌도 높아졌습니다. 기존엔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던 것을 일률적으로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이라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인천 미추홀경찰서가 지난해 11월7일 오후 미추홀구 한 도로에서 음주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후 헌법재판소가 음주운전이나 음주측정 거부를 2회 이상한 사람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단순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현행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처벌의 공백이 발생했습니다. 헌재는 위 규정이 음주운전 또는 음주측정 거부 전력이 1회 이상 있는 사람이 다시 위반한 경우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인데, 가중요건이 되는 과거의 위반행위와 처벌 대상이 되는 재범 위반행위 사이에 아무런 시간적 제한을 두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과거의 위반행위가 상당히 오래전에 이뤄져 그 이후 행해진 음주운전 행위 등을 ‘교통법규에 대한 준법정신이나 안전의식이 현저히 부족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반규범적 행위’ 또는 ‘반복적으로 사회구성원에 대한 생명·신체 등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면, 이를 가중처벌할 필요성이 없다는 겁니다.
이외에도 △전범을 이유로 아무런 시간적 제한 없이 후범을 가중처벌하는 예를 발견하기 어려운 점 △공소시효나 형의 실효를 인정하는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 점 △과거 위반 전력의 시기 및 내용이나 발생한 위험 등을 고려할 때 비난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재범까지도 법정형의 하한을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해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위헌으로 결정했습니다.
여기에 대해 헌법재판관 2명은 반대의견을 밝혔는데요.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교통사고의 40%가량이 재범에 의한 교통사고로 분류되는 점 △음주운전 관련 범죄 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고려에 따라 입법된 점 △반복되는 음주운전의 비난가능성이 매우 큰 점 △상당히 오래전 위반 전력이라도 죄질이 안 좋은 경우가 있을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입법자의 재량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반대의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음주운전은 재범률이 매우 높은 범죄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죄질이 안 좋다는 이유로 이미 상당한 기간이 지나 재범의 위험성이 낮아진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가중처벌 한다면 불합리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합리적인 범위를 제한해 가중처벌 대상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윤창호법 시행 이후로 음주운전 처벌 수위가 높아지면서 사회적으로 음주운전을 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많이 퍼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일시적인 불편함을 이기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음주 상태에서 운전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잠깐의 잘못된 선택으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고 그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까지 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절대로 음주운전을 선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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